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179명의 마지막 비행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가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을 시도하다 참사로 이어졌다. 29일 오전 9시경 동체 착륙 과정에서 활주로를 이탈해 공항 외벽과 충돌, 대형 폭발이 발생했다. 탑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중 맨 뒷자리에 앉아있던 객실 승무원 2명만이 생존했다. 태국인 2명을 포함한 탑승객과 조종사 등 179명이 전원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류충돌 경고에서 불길한 예감까지...운명의 5분
사고는 불과 5분 만에 벌어졌다. 29일 오전 8시 54분, 관제탑이 착륙 허가를 내렸다. 3분 후인 8시 57분 관제탑은 조류 충돌 가능성을 경고했고, 8시 59분 조종사는 긴급 구조 요청을 의미하는 메이데이 신호를 보냈다. 9시 정각 1차 착륙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여객기는 급격히 고도를 높인 뒤 활주로 반대 방향으로 선회했다. 관제탑은 정상적인 착륙을 위해 다시 원래 방향으로 돌아갈 것을 지시했으나, 조종사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판단한 듯했다. 결국 2차 착륙을 시도했으나 활주로 가운데 지점에서 착륙을 시작해 제동 거리가 크게 부족했다. 뒷꼬리 부분부터 땅에 닿은 채로 활주로를 질주하던 여객기는 급격히 속도를 줄이지 못한 채 활주로를 이탈했고, 이어 폭발이 발생했다.
가족들에게 전한 마지막 메시지
승객들은 사고 직전 가족들에게 절박한 메시지를 남겼다. 한 승객은 오전 9시 1분 "엄마, 비행기에 새가 껴서 착륙을 못 하나 봐. 갑자기 전화하래"라는 문자와 함께 "엄마 사랑해"라는 마지막 카톡을 보냈다. 항공기 맨 뒷자리에 있던 객실 승무원 2명만이 생존했다. 이들은 "한쪽 엔진에서 먼저 연기가 났고, 이후 폭발음이 들렸다"고 증언했다. 당시 객실 내에서는 조종사의 동체 착륙 준비 지시가 전달됐고, 승객들은 공포에 떨며 각자의 가족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이것이 승객과 나머지 승무원들이 남긴 마지막 기록이었다.
제주항공의 과도한 운항과 안전 관리 논란
무안공항은 인근에 철새도래지가 있어 조류 충돌의 위험이 상존하는 곳이다. 이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제주항공은 무리한 운항 일정을 소화해왔다. 월평균 항공기 가동시간이 430시간으로, 이는 대형 항공사보다 30%, 다른 저가항공사보다도 최소 15% 높은 수준이다. 과도한 운항은 기체 피로도를 높이고 정비 시간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제주항공이 보유한 42대의 항공기 평균 기령이 14.1년으로 국내 항공사 중 가장 높다는 점이다. 빠듯한 운항 일정 속에서 정비 시간은 충분히 확보되기 어려웠고, 이는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로 지적돼왔다.
제기되는 안전관리 우려
사고 이후 제주항공의 안전관리 체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익명 커뮤니티에는 "엔진 결함이 잦다", "위험한 비행기를 타고 있다", "쉬는 시간도 없이 일한다"는 내부 고발성 글들이 올라왔다. 특히 제주항공의 높은 가동률이 정비 시간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러한 무리한 운항 일정의 배경에는 모기업 애경그룹의 재무구조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애경그룹은 제주항공 주식을 담보로 1,640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으며, 주가 하락을 우려해 높은 운항률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는 분석이다. 특히 사고 발생 이틀 전인 27일 제주항공 주식의 이례적인 대량 매도로 주가가 급락한 사실이 확인돼, 이에 대한 조사도 필요한 상황이다.
공항 전체를 뒤흔든 폭발과 유가족들의 오열
폭발의 강도는 공항 외부 도로까지 잔해가 날아갈 정도로 강력했다. 목격자들은 보도블록이 들릴 정도의 폭발음이 있었다고 전했다. 현장을 찾은 유가족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빨리 시신이라도 찾아달라"며 오열했다. 고열로 인한 시신 훼손으로 육안 식별이 어려운 상황에서 DNA 검사가 시작됐으나, 최소 24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항공과 애경그룹 경영진은 사고 발생 수 시간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해 유가족들의 원성을 샀다. 뒤늦게 현장을 찾은 애경그룹 부회장은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으나, 유가족들은 "이제야 나타나 죄송하다고 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태원 참사 닮은꼴, 정부 대응 논란
사고 수습보다 언론 대응에 치중하는 모습이 2022년 이태원 참사와 닮아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일부 지자체장들이 SNS를 통해 희생자들을 애도하자 이를 제약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희생자들의 이름도 없이 숫자로만 애도해야 하는 상황도 되풀이되고 있다. 이는 이태원 참사 당시 희생자 명단 공개를 제한했던 조치와 유사한 양상으로, 정부의 위기 대응 방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