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윤석열의 허위 해명을 덮기 위해 기획된 내란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4일, 창원지검의 명태균 PC 수사보고서는 윤석열과 김건희가 취임 이후에도 명태균과 긴밀히 소통한 사실을 담고 있었다. 이는 "경선 이후 명태균과 관계를 단절했다"는 대통령실의 핵심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결정적 증거다.
'내란의 방아쇠' 된 수사보고서
창원지검 형사4부 홍등불 검사가 지휘한 수사보고서에는 윤석열·김건희와 명태균이 주고받은 280여 건의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대통령직인수위 시절부터 취임 후까지 이어진 이들의 소통 내역은 검찰 지휘라인을 통해 대통령실로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보고 라인의 정점에 있던 정유미 창원지검장의 이력이 주목된다. 그는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와 페이스북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개혁을 격렬하게 비판하며 윤석열을 적극 옹호했다. 2020년 12월에는 검찰 내부망에서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과 박은정 감찰담당관을 향해 "법치주의를 파괴하고 있다"며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런 행보로 '찐윤' 검사로 불린 그는 윤석열 정부 첫 검사장 인사에서 파격 발탁됐다. 통상 재경지청 차장검사를 거쳐야 하는 검사장 인사 관행이 깨진 것이다.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그를 '윤석열을 위한 저격수'로 표현했다.

정유미 지검장을 거쳐 심우정 검찰총장, 김주현 민정수석으로 이어지는 이 보고 라인의 공통점은 '윤석열 사람'이라는 점이다. 이들이 윤석열·김건희와 명태균의 교신 증거가 담긴 수사보고서를 확인하고도 침묵했다는 사실은 내란의 사전 모의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은폐 시도와 내란으로 이어진 44일
수사보고서가 작성된 지 3일 만인 11월 7일, 윤석열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명태균과의 관계 단절을 재차 주장했다. 검찰 수뇌부는 이 허위 해명을 알고도 침묵했다. 대검 이응철 대변인은 수사보고서의 대통령실 보고 여부를 묻는 뉴탐사의 질의에 읽기만 한 채 답변을 회피했다.
8일간의 남미 순방을 마친 윤석열은 귀국 다음날인 11월 22일 국가조찬기도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후일 계엄사령관이 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참석해 '대한민국의 강력한 안보와 세계 평화를 위한 특별기도'를 올렸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한국기독교군인회 회장이기도 한 박안수가 참석한 지 이틀 만에 김용현의 지시로 계엄 포고령 초안이 작성됐다는 사실이다.
서초동 8층의 '위험한 동거'
서초동 한 건물 8층에는 법무법인 파라클레토스와 고영일 변호사의 '법무법인 추양'이 같은 주소를 두고 있다. 뉴탐사 권지연 기자가 2023년 전광훈과의 통화에서 확보한 녹취에 따르면, 전광훈은 "16명의 변호사를 위해 로펌을 만들어줬다"고 밝혔다.
이 로펌에는 윤석열의 40년 지기인 석동현, 그리고 윤석열과 사법연수원 동기 이하상 등 검찰 출신 전관들이 포진해 있다. 석동현은 민주평통 사무처장에서 전광훈 측 비례대표로 변신했다. 서울중앙지검 등 주요 검찰청을 거친 이하상(이명규로 개명)은 삼성중공업 법무실장을 지낸 뒤 법무법인 자유서울(전 파라클레투스) 대표를 맡고 있으며, 현재 김용현의 변호를 맡고 있다. 특히 이하상은 전광훈이 이끌었던 국민혁명당에서 국민특검단장을 지내며 극우 종교 세력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들은 전광훈과 김용현을 매개로 검찰과 극우 종교 세력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직적으로 움직인 극우세력
전광훈 세력의 움직임은 지난해 5월부터 체계적으로 이뤄졌다. '부정선거대책위' 발족 이후 6사단 출신을 순국결사대 대장으로 임명했고, 8월에는 '부정선거 조작 세력 처단 총궐기 대회'를 개최했다. '처단'이라는 표현은 후일 계엄 포고령에서도 그대로 사용됐다.
10월 27일 손현보 주도의 한국교회 연합예배에 이어, 11월 27일에는 순국결사대를 군대식 조직으로 재편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12월 3일 오전 전광훈이 돌연 윤석열 지지 철회를 선언했다가, 계엄 선포 직후 환영으로 태세를 바꾼 것이다. 이는 계엄 시행 시점을 미리 인지하고 있었음을 방증한다.
은폐되는 내란의 증거들
12월 2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김건희 특검법에 찬성할 수 있다는 기류가 감지되는 가운데, 명태균 측 변호인은 "황금폰을 검찰이 아닌 민주당에 제출하겠다"고 선언했다. 하루 뒤 계엄이 선포됐다.
명태균은 지난 1월 20일 법정에서 충격적인 증언을 했다. "검사가 '휴대전화를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폐기하라'며 '우리도 전화기 반납하면 솔직히 부담스럽다'고 했다"는 것이다. 더욱 의미심장한 것은 검사가 자신의 아이폰 기종과 16자리 비밀번호까지 구체적으로 알려주며 "다음에는 그렇게 하라"고 조언했다는 점이다. 이 발언은 변호인 2명이 입회한 자리에서 이뤄졌고 영상으로도 녹화됐다고 한다. 검찰은 "가짜뉴스"라고 반박했지만, 검사가 사용하는 휴대전화 기종과 비밀번호 자릿수 등 구체적 정보에 대해서는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 김성훈 경호처 차장의 구속영장을 재차 반려하자 경찰 국수본은 "검찰이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며 이례적 경고를 했다. 검찰이 내란의 책임을 군과 경찰에만 떠넘기려는 가운데, 이들이 비화폰 서버 확보를 필사적으로 막고 있는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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