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 1심 유죄 판결의 근거가 흔들리고 있다. 재판부는 이재명 대표가 "의무조항 때문에 용도변경했다"고 거짓말했다고 봤지만, 실제 발언은 달랐다.
이재명 대표는 국정감사에서 "국토부의 법률에 의한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용도변경했다"고 진술했다. 의무조항은 국토부의 여러 압박 수단 중 하나였고, 이를 의무조항 때문에 수용했다고 단정하지도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 한성진 부장판사는 이를 허위사실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당시 실무 책임자였던 정승희 전 국장의 녹취록은 국토부의 실제 압박이 있었음을 확인해준다.
검찰이 짠 '의무조항' 프레임, 그대로 받아준 재판부
검찰은 공소사실에서 이재명 대표의 발언을 교묘하게 왜곡했다. "이 사건 의무조항에 근거하여 국토부의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백현동 부지의 용도지역을 녹지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스스로 준주거지역으로의 용도지역 변경을 검토하여 변경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런 검찰의 법기술 프레임을 그대로 수용했다. '의무조항에 근거한 압박이냐 아니냐'만 따지면서, 실제로 국토부의 지속적인 압박이 있었다는 본질은 외면한 것이다.
'의무조항' 집착한 판결문의 맹점
한성진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일반 선거인이 표현을 접하는 통상의 방법을 전제로 하여 표현의 전체적인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판단 과정에서는 '의무조항에 근거한 압박이냐 아니냐'는 법률적 해석에만 집착했다.
판결문의 가장 큰 맹점은 네 가지다. 첫째, 국토부의 압박이 실제 있었다는 점. 둘째, 그 압박 수단 중 하나로 의무조항이 활용됐다는 점. 셋째, 이재명 대표는 '법률에 의한 요구'라고 포괄적으로 표현했지 '의무조항 때문'이라고 단정하지 않았다는 점. 넷째, 재판부가 스스로 제시한 '일반 선거인의 통상적 이해' 기준을 무시하고 의무조항에만 집착했다는 점이다.
특히 판결문은 두 가지 중요한 증거를 누락했다. 하나는 2014년 3월 박근혜 정부의 "백현동 부지 고시관리계획 변경 추진" 방침이고, 다른 하나는 2015년 1월 정승희 당시 국토부 기획국장이 보낸 "용도변경 민간매각 협조" 공문이다.
이재명 대표의 일관된 입장, 8년 전 인터뷰에서도 확인
이재명 대표가 "국토부의 압박"을 언급한 것은 2021년 국감이 처음이 아니었다. 2013년 3월 22일 SBS 인터뷰에서 그는 이미 국토부와의 갈등을 예고했다.
만약에 중앙정부에서 성남시 방침과 다르게 땅을 쉽게 팔기 위해서, 지역경제에 손실 방향으로 용도 결정이 된다면, 우리는 그 용도를 최소한만 반영하고, 전체적으로는 성남시의 정책 방향을 관철할 생각입니다.이재명 성남시장 SBS 인터뷰(2013.3.22)
이 발언은 당시 중앙정부와 성남시의 첨예한 대립을 보여준다. 성남시는 지역경제를 위해 R&D시설과 벤처단지를 추진했지만, 국토부는 민간 매각을 통한 주거시설 개발을 압박했다. 이런 갈등 구도는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이어졌고, 국토부는 네 차례나 공문을 보내며 성남시를 압박했다. 아래는 당시 상황을 시간순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2014년
2015년
국토부 전 국장 "성남시가 말을 안 들어" 압박 배경 실토
당시 국토부 압박의 핵심 당사자였던 정승희 전 국장은 압박 사실을 처음에는 부인하다가, 강진구 기자와의 통화에서 본심을 드러냈다.
"시에서 자꾸 딴지가 걸리니까 국토부에서 중앙에서 그거를 관장하는 입장에서는 계속적으로 협조 요구를 촉구할 수밖에 없는 거죠"라며 압박의 실체를 인정했다. "154개 기관 중 열 개가 문제였는데, 그중 다섯 개가 성남시였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용도변경 공문도 부인하다 증거 앞에서 태도 급변
정승희 전 국장은 처음에 "협조 요청이지 용도변경이라 쓴 적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기자가 2015년 1월 공문 제목이 "종전 부동산 용도변경 등 협조요청"임을 지적하자 "등이 들어갔으니 포괄적인 내용"이라며 해명으로 돌아섰다.
결정적으로 대통령 관심사업이라는 지적에 "국가 국책사업이니까 협조를 요청한 것"이라며 압박의 존재를 시인했다. 더 이상의 추궁에는 "자꾸 유도신문하지 마라"며 전화를 끊었다.
이 녹취록은 '의무조항' 여부와 관계없이 실제로 국토부의 압박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다. 재판부가 스스로 세운 "일반 선거인의 통상적 판단" 기준을 무시하고, '의무조항'이라는 법률적 해석에만 집착해 판결을 왜곡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