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단독] 김건희 '관저 증축 중독' 의혹... 2024년 5월 비엔날레 한옥 전시품 대통령 관저로
광주비엔날레 방문서 시작된 '한옥 프로젝트'... 특정 업체 특혜 의혹 제기
용산 대통령실과 관저 증축이 올해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용산구청 홈페이지에 올라온 건축, 착공 사용승인-허가 리스트를 살펴보면, 올해 5월 29일 착공해 대통령 관저에 6.12제곱미터의 규모의 공간을 증축한 것으로 확인된다.
애초에 지난 2022년 대통령실은 청와대를 나와 대통령실을 용산구로 이전하면서 496억 원이면 가능하다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실제 투입금액은 이를 훨씬 초과해 각 부처의 예산을 전용해 온 사실이 지적됐다. 또 대통령 관저 역시 수상한 증축이 계속 이뤄지고 있는 데다 업체들이 대부분 자격 없는 업체와 수의 계약했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이라 철저한 감사가 필요하다.
올해 관저 증축 공사를 진행한 시공사는 전북 전주에 소재한 원탑종합건설, 설계사무소는 디딤건축사사무소다. 다행스러운 점은 시공사가 21그램이나 다누림건설처럼 자격 논란을 일으킬 만한 수준의 업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시공평가 사이트에서는 원탑종합건설을 전북지역 11위 정도로 시공능력을 평가했다.
그렇다면 올해 대통령 관저 6.12제곱미터 증축은 왜, 그리고 누구의 지시로 이루어졌을까.
광주비엔날레 한옥 전시가 대통령 관저로
원탑종합건설 이 대표는 전북 전주시 소재 원탑종합건설 사무실을 찾은 취재진에게 “용산에 증축하고 그런 건 한 적이 없다”고 잡아뗐다.
그러나 계속된 질의에 “지난해 열린 광주비엔날레에 한옥 전시한 것을 보고 대통령실에서 연락이 왔다”며 “당시 우리가 팸플릿을 돌렸다. 그걸 보고 연락이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탑종합건설이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한옥 전시를 선보였고, 그 전시를 보고 누군가 마음에 들어해 대통령실에서 연락이 왔다는 얘기였다.
이 대표는 “수의계약으로 8천만원에 싸게 해 준 것이며, 공사는 두 달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한옥전시를 보고 마음에 들어한 사람이 김건희 씨 아니었는지를 지속적으로 질의하자, 이 대표는 “왜 자꾸 여사님, 여사님을 거기에 자꾸 가져다 대느냐”며 “여사님이든 대통령실이든 한국문화를 알리기 위한 일이지, 국민세금을 사적으로 마음대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탑종합건설에 연락한 사람이 누군지를 집요하게 묻는 질문에는 답변을 회피했다.
김건희, 강기정 요청으로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참석
그러나 지난해 10월 열린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현장에 김건희 씨가 직접 찾았던 것으로 확인된다. 언론들에 따르면, 강기정 광주시장의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당시 행사장에 전시된 한옥건물 앞에서 사진도 찍었다.
한옥전시는 '이이남, 전해갑' 작가의 아원의 시
그런데 이 한옥 전시는 ‘이이남, 전해갑’ 작가의 ‘아원의 시’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이 한옥 건축에 원탑종합건설이 참여했을 여지는 남아 있지만, 원탑종합건설이 직접 디자인을 설계해 전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취재진이 이 사실을 지적하자, 이 대표는 “내가 무슨 말을 했었는 지 모른다”며 “거기 전시된 작품을 보고 그렇게 만들어 달라고 연락이 온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이 해명도 석연치 않다. 저작권이 있는 작가의 작품을 그대로 모방해 대통령 관저에 설치해줬다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이 원탑종합건설을 어떻게 알고 연락해 한옥구조물 조립을 요청한 것일까, 의문이 남는다. 이 부분은 추가 취재가 필요한 지점이다.
원탑종합건설, 법무부 발주 외국인청 시공사
한편, 원탑종합건설은 지난해 착공한 문정동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시공사로 참여하고 있다. 해당 공사의 발주자는 법무부이며, 설계는 김건희 씨의 코바나컨텐츠 전시에 3년 연속 협찬사로 이름을 올린 희림건설이 맡았다.
원탑종합건설은 입찰방식으로 시공사로 선정됐는데, 입찰에 참여한 업체 중 평균가에 가장 근접한 업체가 선정되는 방식이다.
애초에 예상 1위는 학림건설이었는데, 무효사가 4곳이 나오면서 점수가 바뀌어 원탑종합건설이 선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건설업계 종사자들의 중론을 청취해보면, 무효사가 나와 순위가 뒤집히는 경우는 흔히 있는 일이라고 한다. 업체간의 입찰담합 등의 거래가 있었다는 의심은 섣부를 수 있다. 그러나 외국인청 시공사로 선정된 원탑종합건설이 이후 대통령 관저 증축을 수의계약으로 진행한 점은 여전히 의문이 남는 지점이다.
대통령실과 관저 관리, 행안부 아닌 대통령비서실 소관
대통령실이나 관저 증축이 이뤄질 경우 통상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 등 부처간의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행안부와 등기부등본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2022년 9월 7일 이후 대통령실과 관저 관리청은 대통령비서실로 바뀌어 있었다.
김건희 씨 말 한마디에 대통령비서실이 움직여 대통령실과 관저를 제멋대로 증축하고, 투입되는 예산도 국민 세금으로 마음껏 주무를 수 있다면 이는 가볍지 않아 보인다.
뉴탐사는 올해 6.12제곱미터 규모의 관저 증축 이외, 또 다른 증축을 추가로 발견하고 취재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