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칼럼]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된다. 민중을 '개돼지'로 취급해야 한다.나향욱(2016년 7월)
2016년 7월, 당시 교육부 정책기획관 나향욱 씨의 발언이다. 고위 공직자가 민중을 '개돼지'로 칭하며 신분제를 공공연히 주장한 것은, 그 자체로 충격적이었다. 국민에 대한 멸시를 공공연히 드러내며, 스스로를 국민 위에 군림하는 통치자로 인식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발언이었다.
바보들 사람들은. 일반 사람들은 '바보'들이라고 그랬잖아.김건희(2021년 11월)
지난 대선 당시 김건희 씨가 서울의소리 기자와 통화에서 한 말이다. 선거도 치르기 전, 검찰총장 배우자로서 이미 권력자의 마인드에 젖어있던 그는 '우리는 결백한데 일반인들은 그걸 모른다'는 취지로 일반 국민을 '바보'로 규정했다. 권력의 주변에서 국민을 얕잡아 보는 인식이 만연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국민이 '병신'이어서 그런 거야. 내가 볼 때는 국민들이 진짜 병신이야.첼리스트 박OO(2022년 7월)
2022년 7월, 권력자들이 모인 청담동 술자리에서 연주를 갔던 한 첼리스트가 당시 남자친구에게 했던 말이다. 얼핏 자조섞인 발언으로 보이지만, 술 취한 권력자들 사이에서 분위기에 휩쓸려 국민을 '병신'으로 매도한 것이다. 특권층과 어울리며 우월감에 젖어들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속했던 민중부터 멸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가난한 이들이 기득권을 위한 정당을 지지하는 이유도, 그 지지를 통해 얻는 기득권 의식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을 억압하는 권력에 동화되어, 스스로도 모르게 약자에 대한 멸시를 체화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역사가 증명하듯, 민중의 선택은 결코 어리석지 않다. 동학농민운동, 3.1운동, 4.19 혁명,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 불의한 권력에 맞선 저항의 역사는 국민의 지혜로움을 보여준다. 개개인으로는 미약해 보일지 모르나, 뭉친 민중의 힘 앞에선 그 어떤 권력도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그릇된 선택으로 여겨졌던 순간조차, 시간이 흐른 뒤 민중의 용단으로 재평가되곤 했다. 역사는 늘 민중의 편에 섰고, 민중을 멸시한 권력은 모두 심판의 대상이 되었다. 국민의 선택은 비록 더디고 우회적일지언정, 결국 가장 현명한 길로 나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개돼지', '바보', '병신' 등으로 국민을 폄훼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이 역사의 준엄한 심판대 앞에 떳떳할 수 있을까. 아무리 선민의식에 도취된다 한들, 결국 국민에 의해 버려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권력의 정당성은 오로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망각해선 안 된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모여 민주주의는 전진한다. 때론 한 걸음 물러서는 듯 보여도, 역사는 민중의 편에 서 있음을 의심치 않는다. 국민을 얕잡아 보는 오만함 자체가 권력의 파멸을 부르는 어리석음임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