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재명 영수회담 중재자는 신평 변호사?
뉴탐사는 지난 21일 신평 변호사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신평 변호사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을 중재했다고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신평 변호사는 90년대 판사 시절 법원 내 금품 수수 관행을 폭로하여 주목받았고, 로스쿨 교수 때도 비리 고발로 화제를 모았다. 현재는 윤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져 있다.
신평 변호사 "이재명 측에서 먼저 영수회담 제안해와"
신평 변호사는 "이재명 대표 측에서 먼저 영수회담을 제안해왔고, 내가 윤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는 대통령실에서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것과 다른 내용이다. 다만 신평 변호사가 굳이 이재명 대표 측이 먼저 제안한 것이라고 강조한 것은, 앞서 윤 대통령이 영수회담을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간 뒤 보수층을 중심으로 반발이 일자 이를 의식한 것일 수 있다.
신평 변호사는 총선 이틀 뒤 방송에 출연해 "영수회담이 있을 것"이라 전망했고, 일주일 뒤인 19일 윤 대통령의 영수회담 제안 보도가 나왔다. 이때문에 신평 변호사의 주장이 허언으로 들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 측은 "우리가 먼저 영수회담을 제안할 이유 없다"며 "이관섭 비서실장이 먼저 연락했다"고 반박했다.
신평 "거국내각 제안하고 윤 대통령 설득"
신평 변호사는 또한 "내가 영수회담 의제와 관련해 거국내각을 제안했고 윤 대통령도 설득했다"며 "이재명 대표가 수긍할 만한 총리를 내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 측근은 "박영선 총리설은 김건희 라인에서 작업한 것으로 보이며, 영수회담과 관계없이 김건희 특검은 반드시 진행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양정철, 올 1월 영국서 김경수에 '거국내각' 제안
한편, 뉴탐사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올해 1월 영국에서 유학 중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만났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당시 양정철은 김 전 지사에게 총선 후 거국내각 구성을 제안하면서, 본인이 비서실장을, 김 전 지사는 사면 복권 후 차기 주자로 나설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경수 전 지사는 이를 거절하고 영국을 떠나 독일로 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동훈, 당권 장악... 反윤석열 캐치 프레이즈"
한편, 신평 변호사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관련해서도 충격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한동훈이 당권을 완전히 장악했다. 지금 반(反)윤석열은 한동훈의 기본 캐치 프레이즈"이며, 한동훈이 다음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출마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신평 변호사는 "그 친구(한동훈) 여간내기 아닙니다" 라며, 지금 한동훈이 전당대회 나오면 압도적인 표차로 될 정도로 경쟁자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검찰 권력을 누가 거머쥘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그 사람들도 이제 얼마나 또 재빠릅니까? 어느 쪽에 줄 서야 되는지 그런 거 탐색을 하겠죠." 라고 답변하면서 구체적인 것은 잘모른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2월 검찰 정기 인사가 총선 이후로 연기된 가운데, 서울중앙지검장에 어느쪽 라인이 앉을 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일부 보수 언론에서는 "김건희 여사 문제, 송경호에게 맡기는게 싸게 끊는 것"이라는 법조계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친윤 라인으로 검찰 수뇌부 장악해 김건희 소환을 막아도 여당 내 '김건희 특검' 찬성파만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다.
검사 출신 김웅 의원의 행보에서도 검찰 내 권력 지형이 엿보인다. 그는 총선 전에는 윤 대통령 편에 섰지만, 총선 후에는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고 있다. 이는 검찰 내에서 한동훈이 상당한 세를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영수회담 성사 가능성은? 박영선 총리는 '물 건너가'
주말까지 영수회담 성사 여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뉴탐사 취재 결과 회담은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한동훈 견제를 위해서라도 이재명 대표를 만나는 한편, 홍준표 대구시장과도 계속 소통할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윤대통령 오찬을 거절한 것을 두고도 벌써부터 윤한 갈등이 재점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이재명 대표가 강력히 반대하는 '박영선 총리' 카드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오히려 이재명 대표가 수용할 만한 인사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초에 윤-한 갈등 조짐이 보일 때 일부에서 제기된 윤석열-한동훈 간 '약속대련'으로는 보는 시선도 있었다. 싸우는 척하며 시선을 끌다가 금새 봉합되는거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윤-한 갈등은 두 사람의 문제라기보다 재벌과 보수 기독교계 등을 망라한 기득권 카르텔의 대립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표층보다 심층에서는 치열한 권력 다툼이 이미 시작됐다는 것이다.
또한, 윤-한 갈등 국면에서 '조중동'을 하나로 봐서는 안된다. 조선일보는 한동훈 편에서, 중앙일보는 윤석열 편에서 서로를 견제하며 대리전을 치르고 있는 양상이다. 국회 앞 한동훈 응원 화환을 두고도 중앙일보는 '한동훈 팬덤'의 덫이라고 비판하는 반면, 조선일보는 비교적 따뜻한 시선으로 보도하고 있다. 최근 중앙일보가 총선 책임론으로 한동훈은 모질게 비판하면서 총선후 차기 대권 주자로 오세훈을 띄우는 것도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