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대통령 영부인 '쥴리' 의혹 제기 언론인에게 '방조죄' 적용한 경찰, 표현의 자유 위협
대통령 영부인 김건희 씨의 과거 '쥴리' 의혹을 제기한 안해욱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하던 경찰이 이를 보도한 언론사 기자들에게 명예훼손 방조죄를 적용해 송치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시민언론 더탐사에 출연한 안해욱 씨는 과거 김건희 씨를 '쥴리'라는 예명으로 알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서울경찰청은 안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입건해 수사에 착수했고, 지난해 구속영장까지 신청하기도 했다. 서울경찰청은 해당 방송을 공동 진행한 강진구 기자와 박대용 기자를 같은 혐의로 불러 조사를 벌였다.
그런데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경찰은 강진구, 박대용 기자 등에 대해 명예훼손 방조라는 다소 생소한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명예훼손 혐의를 받던 당사자들의 혐의를 갑작스레 방조 혐의로 바꾼 것이다.
이는 경찰이 김건희 씨와 관련한 의혹 보도 자체를 억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쥴리'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 판단은 사법부가 내려야 할 몫임에도, 경찰이 먼저 나서서 언론의 의혹 제기를 봉쇄하려 든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김건희 씨를 '쥴리'로 기억하는 이들의 증언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김 씨가 '쥴리'로 불렸다는 라마다 르네상스 호텔의 조남욱 회장은 과거 김 씨와 밀접한 인연이 있었던 인물이다. 조남욱 회장도 김건희 씨를 업무상 알던 사이라고 시인한 바 있다. 김 씨 역시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와 통화에서 조남욱 회장에 대해 가족 같은 사이였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정황들을 고려하면 '쥴리' 의혹을 단순히 허위사실로 치부하긴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객관적 진실에 근접하기 위한 노력은 뒷전인 채, 의혹 제기 그 자체를 문제 삼는 인상을 주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 영부인에 대한 의혹 보도가 곧바로 명예훼손 혐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암묵적 압박 속에, 언론사들이 관련 보도를 자제하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하지만, 공인에 대한 의혹 제기가 언론의 본분이자 존재 이유임을 잊어선 안 된다. 민주주의의 근간이자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에 따라,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은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 설령 대통령 영부인에 관한 문제제기라 할지라도, 공익적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라면 명예훼손 혐의가 조각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어떤 수준인지를 가늠케 하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권력이 언론을 통제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억압하려 든다면, 지난 2021년 대선 당시 "내가 권력을 잡으면 권력이 알아서 움직인다"는 김건희 씨의 발언이 현실화됐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문제는 서울경찰청이 송치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임아랑 검사가 받아서 수사중이라는 점이다. 임아랑 검사는 현재 쥴리 사건 재판을 맡고 있는 공판검사이기도 하다. 지난 5월 7일 쥴리 재판 3차 증인신문 때 강진구 기자가 휴정중 찾아가 항의했던 검사가 바로 임아랑 검사다. 사건이 송치된 시점이 공교롭게도 그로부터 정확히 열흘 뒤인 5월 17일이라는 점도 석연치 않다.
검찰은 이번 사태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경찰 수사의 부당성과 위법성을 철저히 가려내야 할 것이다. 만약 검찰이 이번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언론인들에 대한 부당한 기소로 이어간다면, 쥴리 재판을 담당했던 검사가 불편한 진실을 보도한 기자들에게 억지 혐의를 씌우려 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