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12.3 계엄 당일 국무회의 소집 결정 전 尹과 모인 '내란 6적'의 정체

한덕수·김용현·이상민·박성재·김영호·조태용... 계엄 선포 103분전 대통령실 집결

2025-01-02 00:51:31

120년 전의 역사가 경고하는 교훈


2025년 새해가 밝았다. 120년 전인 1905년, 이완용, 박제순, 이근택, 이지용, 권중현 등 을사오적은 을사조약이라는 치욕적인 문서에 서명했다. 대한제국의 외교권이 박탈되고 통감부가 설치되면서 일제 강점으로 가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을사조약 120주년을 앞둔 지금, 또 다른 '적(賊)'들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국무회의 전 은밀히 모인 '6인의 핵심'

▲12.3 계엄 당일 국무회의 소집 결정 전에 대통령실에 도착한 내란 6적 : 김용현,이상민,박성재,한덕수,김영호,조태용
▲12.3 계엄 당일 국무회의 소집 결정 전에 대통령실에 도착한 내란 6적 : 김용현,이상민,박성재,한덕수,김영호,조태용


내란수괴 윤석열의 내란 혐의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가운데, 2024년 12월 3일 계엄 당시 민주주의를 위협했던 '내란 6적'의 존재가 확인됐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국회 증언에 따르면, 한덕수 국무총리,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조태용 국정원장 등 6명은 국무회의 소집이 결정되기도 전인 오후 8시 30분부터 9시 사이에 이미 대통령실에 집결해 윤석열과 계엄을 모의했다.


"답변하기 곤란하다" 말한 점심의 수상한 전화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의 행적이 의혹의 중심에 섰다. 울산에서 열린 행사 중이던 점심 무렵 대통령실로부터 연락을 받고 예약했던 비행기를 취소한 뒤 KTX로 급히 상경했다. 조지호 전 경찰청장이 윤석열로부터 연락받은 사실이 드러난 것처럼, 대통령실 누구로부터 연락받았느냐는 국회 질문에 이상민은 "답변하기 곤란하다"며 입을 닫았다.


사전 모의 정황 드러낸 연락 시점 차이


울산에서 같은 행사장에 있었던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이상민과 달리 김포공항에 도착한 오후 9시 반쯤에야 연락을 받았다. 함께 있던 두 장관에 대한 연락 시점이 8시간 이상 차이 나는 점은 이상민이 사전에 계엄을 모의한 핵심 그룹이었음을 방증한다는 지적이다.


국무회의 전 미리 모인 '내란 6적'


국무위원 11명은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뉜다. 한덕수, 김용현, 이상민, 김영호, 박성재, 조태용 등 6명은 국무회의 소집이 결정되기도 전인 오후 8시 30분부터 9시 사이에 이미 대통령실에 모여 계엄을 논의했다. 반면 최상목 경제부총리, 조규홍 복지부 장관, 오영주 중기부 장관,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 등은 오후 9시 20분 이후에야 연락을 받고 국무회의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참석했다.


"우려했다"며 내란 방조 혐의 부인 시도


이상민 전 장관은 국회에서 자신의 계엄 찬반 여부를 묻자 "국무회의에서 있었던 제 발언을 자세히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박성재 장관도 반대 여부를 추궁받자 "다들 우려를 표명했다"며 얼버무렸다. 11명의 국무위원 중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과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가 명확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과는 대조적인 태도다. 


103분간의 계엄 모의 기록


12.3 계엄 당일의 움직임을 타임라인으로 정리하면 6명의 존재가 좀더 분명히 드러난다. 오후 8시 40분 윤석열이 한덕수 전 총리에게 계엄 선포 계획을 통지한 시점부터 오후 10시 23분 계엄 선포 담화 발표까지, 약 1시간 43분 동안의 상세한 동선이 확인됐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이 도착했을 때 이미 한덕수, 김용현, 이상민, 김영호, 박성재, 조태용 등 6명이 대통령 집무실에 모여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오후 9시 20분 이후에야 최상목, 조규홍, 오영주, 송미령 등이 연락을 받고 속속 도착했다. 이 시간대별 기록은 '내란 6적'이 국무회의 소집 전부터 윤석열과 계엄을 모의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로 평가받고 있다.

20:40
윤석열 대통령이 한덕수 총리에게 계엄 선포 계획 통지
20:50
조태열 외교부장관 대통령실 도착
21:00
조태열 외교부장관, 대통령 집무실 입장 후 계엄문건 전달받음
※집무실 재석자: 한덕수, 김용현, 이상민, 김영호, 박성재, 조태용(국정원장)
21:00
한덕수 총리, 국무위원들에게 국무회의 소집 연락 시작
21:10
윤석열, 집무실에서 국무위원들 나가라고 지시 후 접견실 대기
21:20
윤석열, 한덕수만 집무실로 불러 논의 후 국무위원들 차례로 연락 시작
21:40
최상목 경제부총리, 오영주 중기부장관 국무회의 소집 연락 받음
21:55
최상목 부총리, 대통령실 접견실 도착 후 정진석 비서실장과 함께 집무실 입장
22:10~17
조규홍(보건복지), 오영주(중기부), 송미령(농식품부) 접견실 도착
22:17
국무회의 시작
22:22
국무회의 종료 (약 5분 소요)
22:23
윤석열, 대통령실 1층 브리핑룸에서 비상계엄 선포 담화 발표

수사망 좁혀오는 '내란 6적'의 엇갈린 운명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된 가운데, 박성재 법무부 장관, 한덕수 국무총리는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과 조태용 국정원장의 처벌 여부는 윤석열의 공수처 진술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특히 이들 6인이 국무회의 소집 전에 이미 대통령실에 모여 계엄을 모의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12.3 내란의 계획성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로 평가받고 있다. 공수처는 이들의 사전 모의 정황과 구체적인 역할 분담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세창, 윤석열을 대통령 대신 '그 사람'이라고 지칭


주목할 점은 윤석열의 최측근을 자처했던 이세창의 최근 발언이다. 평소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고수하던 이세창이 최근 통화에서 윤석열을 '그 사람'이라고 지칭했다. "누가 그래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알아주지도 않고 그 세월을 보내놓고도 왜 챙겼냐"며 "나는 그 사람을 챙기는 것이 아니고 보수를 위해서 지켜주려고 했던 것뿐"이라는 발언은 청담동 술자리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을 보호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청담동 술자리 진실을 밝히라는 요구에 "무슨 말인지 알지?"라며 즉답을 피하고, "그래 좌우간 네 말대로 진실 꼭... 알았지? 무슨 말인지"라는 의미심장한 답변을 내놓았다. 평소 윤석열을 향한 비판에 역정을 내던 것과 달리 한발 물러선 듯한 태도다. 한편 국민의힘 권영세, 권성동 의원에 대해서는 "쓰레기 같은 놈들"이라며 "윤 대통령 출범할 때 아양 떨고 지랄하던 새끼들이 뭐하는 거냐"고 분노를 표출했다.


120년 만에 마주한 을사년의 과제


2025년은 을사조약이 체결된 1905년으로부터 120년을 맞는 해다. 1905년 을사조약으로 대한제국은 외교권을 박탈당하고 통감부가 설치되면서 일제 강점으로 향하는 비극적 전환점을 맞았다. 이완용 등 을사오적이 나라를 팔아넘기고 일본으로부터 작위를 받아 호의호식했듯, 2024년 12월 3일 계엄을 통해 민주주의를 위협했던 '내란 6적'의 처벌이 2025년의 시대적 과제로 떠올랐다.


시민사회는 120년 전 나라를 팔아넘긴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내란 6적'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신병 확보를 요구하고 있다. 을사오적의 후손들이 여전히 정치, 재계, 언론계에서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현실에서, '내란 6적'의 단죄는 단순한 법적 처벌을 넘어 역사 바로세우기의 의미를 지닌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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