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청담동 술자리 한동훈 10억 손배소 판결 임박... 과거 판결과 검찰 기소 사이 법원 판단 주목
고위 공직자 의혹 제기의 공익성 vs 명예훼손... 법원, '상당성' 판단 핵심될 듯
오는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한동훈 전 법무부장관이 제기한 1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에 대한 판결을 선고한다. 이번 판결의 향방은 지난 2년간 있었던 '청담동 술자리' 의혹 관련 두 건의 선행 판결을 통해 어느 정도 예상해볼 수 있다. 지난해 11월 부산지방법원의 이성권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관련 판결과 올해 7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이미키 주점 관련 판결에서 법원은 언론의 보도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면서도 취재의 신뢰성과 상당성을 중요하게 다뤘다.
그러나 지난 9월 12일 검찰이 해당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와 기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전격 기소한 점은 이번 판결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법조계는 이번 판결이 언론의 표현의 자유와 공인의 명예 보호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제시할지 주목하고 있다.
공인에 대한 의혹 제기의 공익성
지난해 11월 8일 부산지방법원은 이성권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하며 "고위 공직자인 부산광역시 경제부시장의 사적 권한 남용 여부에 대한 것이어서 공공성이 인정되고, 설령 그 사실 적시로 인하여 원고의 명예가 훼손되었다 하더라도 위법성이 없다고 보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올해 7월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도 이미키 주점 관련 소송에서 "검사 출신의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이 특정 법률사무소의 변호사들과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는 의혹은 그러한 알 권리의 대상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보도의 진실성과 상당성
부산지방법원은 이성권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사건에서 더탐사의 보도 내용 중 일부에 대해 중요한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는 이 사건 기사 보도 당시 제1, 3 부분의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었고,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의 제1, 3 부분 기사 게재 행위는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여기서 '제1, 3 부분'은 구체적으로 다음을 의미한다:
- 제1 부분: 이성권 전 부시장이 2022년 7월 19일 첼리스트 A씨,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회장 권한대행, 직장인 골프협회장 배OO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는 내용
- 제3 부분: 이성권 전 부시장이 위 저녁 식사 후 배OO에게 부산 국제모터쇼 전시와 관련한 특혜를 주었다는 내용
재판부는 이 두 부분에 대해 더탐사가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는 언론사의 보도가 완전히 사실과 일치하지 않더라도, 보도 당시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었다면 위법성이 없다는 '상당성 이론'을 적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서울중앙지법 역시 "피고들의 취재결과에 비추어 볼 때 위 술자리에 이세창과 위 첼리스트가 참석한 것은 사실이고, 이 사건 주점이 이 사건 특징에 가장 부합하는 점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판단은 여러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우선, 재판부가 이세창과 첼리스트의 술자리 참석 사실을 인정한 것은 더탐사의 취재가 일정 부분 사실에 근거했음을 확인한 것이다. '이 사건 특징'이란 첼리스트가 묘사한 술자리 장소의 특징을 의미하는데, 법원이 이미키의 주점이 이러한 특징에 가장 부합한다고 판단한 것은 더탐사의 보도가 단순한 추측이 아닌, 구체적인 정황에 기반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피고들의 취재결과에 비추어 볼 때"라는 표현은 더탐사의 취재 과정과 결과에 일정 수준의 신뢰성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공직자의 해명 책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미키 판결문에서 공직자의 해명 책임에 대해 중요한 지적을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변론종결일 현재까지도 원고들이 경찰에 제공하였다는 CCTV의 조사결과는 알려지지 않았고, 이 사건 술자리에 관한 수사도 종결되지 않았으며,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이 위 술자리가 있었다는 시각의 구체적 행적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공직자, 특히 고위 공직자의 해명 책임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법원은 의혹이 제기된 시점의 구체적 행적을 밝히는 것이 공직자의 책무라고 본 것이다. 이는 단순히 의혹을 부인하는 것을 넘어, 구체적이고 검증 가능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언론의 표현의 자유
부산지법은 "공직자의 도덕성, 청렴성에 대하여는 국민과 정당의 감시기능이 필요함에 비추어 볼 때, 그 점에 관한 의혹의 제기는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책임을 추궁하여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도 "언론인에게는 일반 시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줄 의무가 있고, 검사 출신의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이 특정 법률사무소의 변호사들과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는 의혹은 그러한 알 권리의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검찰 기소와 향후 전망
주목할 점은 한동훈 전 장관의 손배소 재판부가 결심한 지난 8월 21일 이후인 9월 12일, 검찰이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와 기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전격 기소했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최근 검찰은 공소장 내용을 언론에 유출하며 적극적인 언론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일부 유튜버들 역시 이 공소장 내용을 침소봉대하며 여론몰이에 가세하고 있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재판부의 판단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언론의 표현의 자유와 공인의 명예 보호 사이의 균형점을 어떻게 설정할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공직자의 해명 책임에 대한 법원의 입장이 어떻게 나타날지도 관심사다.
이번 판결은 향후 유사 사건의 중요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 법원이 과거의 판례를 따를지, 아니면 검찰의 기소를 고려한 새로운 판단을 내릴지 16일 오전 10시 법정에서 드러날 예정이다.
다만, 검찰 기소와 원고측의 적극적인 서면 제출 등으로 인해 재판부가 선고를 연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법원 관계자는 "재판부가 추가적인 심리나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하루 전이라도 선고 일정이 변경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둘러싼 법적 공방과 여론의 향방이 어떻게 전개될지, 그리고 그것이 법원의 최종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