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기소 때는 앞다퉈 보도하던 주요 언론들이 법원의 잇따른 무죄 판결에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무려 15개 언론사가 검찰발 기소 사실은 보도하고 법원의 무죄 판결은 외면한 것이다.
2022년 5월, 강진구 기자는 세종대 연극연습실이 오세훈 시장 부인인 송현옥 교수의 극단 '물결' 단원들에 의해 사적으로 이용된다는 제보를 받았다. 강 기자는 대학원생들이 상업 연극의 배우·스텝으로 참여하면서도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취재하던 중이었다.
서울동부지법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이 4분간의 취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기자 신분으로 취재를 위해 방문했고, 노크 후 4분 만에 나온 점을 보면 주거의 평온을 해쳤다고 볼 수 없다"며 취재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사실 관계를 다루는 1, 2심이 모두 끝난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 사건의 기소 시점이다. 검찰은 더탐사 취재진의 한동훈 법무부장관 자택 방문(2022년 11월 27일) 직후인 11월 30일 강 기자를 전격 기소했다. 당시 송 교수 측이 제기한 명예훼손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증거불충분으로 기소조차 되지 않았지만, 검찰은 방실침입 혐의만을 선별해 기소했다. 이는 검찰의 보복성 기소 의혹을 강하게 뒷받침한다.
'기소는 보도, 무죄는 침묵'하는 언론들
언론사 | 기소 (2022.11.30) |
1심 무죄 (2024.2.14) |
2심 무죄 (2024.11.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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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 단독보도 | ✕ | ✕ |
중앙일보 | 보도 | ✕ | ✕ |
서울신문 | 보도 | ✕ | ✕ |
아시아경제 | 보도 | ✕ | ✕ |
동아일보 | 보도 | ✕ | ✕ |
채널A | 보도 | ✕ | ✕ |
국민일보 | 보도 | ✕ | ✕ |
조선비즈 | 보도 | ✕ | ✕ |
부산일보 | 보도 | ✕ | ✕ |
데일리안 | 보도 | ✕ | ✕ |
서울경제 | 보도 | ✕ | ✕ |
경향신문 | 보도 | ✕ | ✕ |
뉴스토마토 | 보도 | ✕ | ✕ |
아주경제 | 보도 | ✕ | ✕ |
매일신문 | 보도 | ✕ | ✕ |
검찰의 기소 당시 총 37개 언론사가 앞다퉈 보도에 나섰다. SBS는 피고인인 강 기자보다 먼저 기소 사실을 '[단독]'으로 보도했다. 이는 검찰이 전략적으로 정보를 제공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러나 지난 2월 1심 무죄 판결 때는 15개사로 급감했고, 이달 14일 항소심 무죄 판결에는 17개사만이 보도했다. 특히 '단독'으로 기소 사실을 보도했던 SBS를 포함해 13개 주요 언론사는 1, 2심 무죄 판결을 단 한 번도 다루지 않았다.
검찰 공소장 베끼기에서 법원 판결 인용으로
기소 당시 언론은 '무단침입', '몰래 녹음 시도'와 같은 검찰 공소장 표현을 그대로 옮겼다. 그러나 1심 무죄 판결 이후 '언론 자유와 가치 인정'으로 논조가 바뀌었고, 2심에서는 '기자로서 정당한 행위' '취재의 자유 인정'으로 프레임이 완전히 전환됐다. 이는 검찰의 일방적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던 언론이, 법원의 판단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입장을 바꿀 수밖에 없었음을 보여준다.
충실한 통신사, 선별 보도하는 주요 언론
연합뉴스, 뉴시스, 뉴스1 등 주요 통신사들과 조선일보, 뉴스핌, 헤럴드경제는 기소부터 2심까지 모든 과정을 충실히 보도했다. 반면 중앙일보, 서울신문, 아시아경제 등 다수 언론은 기소는 보도하고 무죄 판결은 외면했다. 특히 '단독' 보도로 기소 사실을 알렸던 SBS의 침묵은 검찰 권력에 우호적인 보도만 선별하는 언론의 민낯을 보여준다.
검찰은 1, 2심 모두 무죄 판결이 나왔음에도 대법원에 상고했다. "1,2심은 사실심이고, 대법원은 법률심이다. 사실관계가 다 밝혀진 언론들은 지금이라도 정확한 보도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진구 기자는 말했다. 이제 더 이상 '사실 관계 확인 중'이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사실심이 모두 끝난 만큼, 기소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보도했던 언론사들은 그동안의 편향 보도를 바로잡아야 할 책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