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선포를 둘러싼 미스터리가 하나씩 벗겨지고 있다. 뉴탐사 취재 결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계엄 직전 평소 이용하던 차량과 운전기사를 갑자기 두고 택시로 이동한 정황이 포착됐다. 더욱 의미심장한 것은 황교안이 계엄 당시 한동훈 체포 계획까지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의문의 택시 이용과 숨겨진 동선
"평소 흰색 카니발에 무척 건장한 기사가 운전했는데, 언제부터인가 그 기사도 안 보였고요. 계엄 전부터 택시를 불러 에스코트 받듯 타고 갔어요." 한 제보자의 증언이다. 황교안의 자택이 있는 아파트 관계자들도 이 증언을 뒷받침했다.
뉴탐사가 황교안을 직접 만나 이 같은 행적을 추궁하자 그는 "대중교통 시스템이 너무 잘 돼 있어서"라며 둘러댔다. 하지만 그의 자택이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에서도 도보 15분 거리라는 점에서 이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히 그가 거주하는 53평형 고급 아파트의 거주자가 차량 유지비를 걱정했다는 주장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계엄 설계자를 의심케 하는 발언들
황교안은 인터뷰에서 계엄의 세부 내용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국회는 200명이 들어갔고, 선관위에는 297명이 들어갔다"며 구체적인 숫자까지 언급했다. 그는 "중앙선관위를 압수했고, 여론조사 기관도 들어가서 압수했다. 연수원에서 여러 가지 조작 작업들을 한 곳"이라며 마치 계엄 설계자처럼 상세히 설명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한동훈 체포 계획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계엄 해제 전인 12월 4일 새벽, 황교안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체포하라"는 글을 올렸다. 이는 한동훈 체포 계획이 12월 6일에야 공개됐다는 점에서 의문을 자아낸다.
박종준 경호처장과의 불편한 진실
황교안과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의 관계도 주목된다. 박종준은 황교안이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 코레일 상임감사로 임명한 인물이다. 당시 이 인사는 '꼼수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박종준은 박근혜 정부 시절 경호처장을 지냈고 새누리당 출마 이력도 있는 핵심 친박 인사다.
계엄 정보의 전달 경로에 대해 황교안은 "박주현 변호사를 통해 전달했다"고 실토하면서도 "대통령과 직접 만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계속 엇갈렸다. "대통령과 얘기한다는 자체가 다 보안이 필요한 거"라며 은근히 교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계엄 명분 위해 부정선거 선동 앞장
황교안은 12.3 비상계엄의 핵심 명분이 된 부정선거 음모론을 체계적으로 퍼뜨린 것으로 보인다. 그는 뉴탐사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계엄의 본질은 선관위원회와 부정선거에 대해 막아내자, 국민들에게 알리자는 것이었다"며 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특히 "양정철, 조해주, 고한석 등이 부정선거를 기획했다"며 구체적 인물까지 거론하며 음모론에 신빙성을 더하려 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이런 선동이 가족까지 동원한 조직적 행보였다는 사실이다. 황교안의 부인은 계엄 직전 이봉규TV에 출연해 부정선거 관련 공모전을 진행했다. 이는 구세력들에게 사전 정지작업 차원에서 여론을 조성한 것이란 의혹이 제기된다. 실제로 계엄 이후 극우 유튜버들은 일제히 "부정선거 때문에 계엄을 일으켰다"는 주장을 펼쳤다.
지속되는 대권 욕심
2019년부터 캠프를 운영해온 황교안은 여전히 대권을 노리고 있다. 최근 숙명여대 인근에 대형 사무실을 차려놓고 365일 캠프를 가동 중이다. 캠프 관계자는 "계속 대선을 준비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검찰 출신 원로들로 구성된 계엄 세력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는 황교안. 그의 계엄 전후 행적은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엔 너무나 많은 의문점을 남기고 있다. 계엄 모의 과정에서 그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누구와 접촉했는지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