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수입도 안 된 고추를 횡령했다고?" 이성열 유죄판결 뒤집을 결정적 증거 나와

검찰 제출한 15개 선하증권 진위 의혹..."관세청 자료 조작 가능성"

2024-10-24 00:34:55

평택항 자유무역지역 내 농산물 가공업체인 선라이즈의 밀수 비리를 고발한 공익제보자 이성열 씨가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는 가운데, 그의 유죄판결을 뒤집을 새로운 증거가 나왔다. 특히 이번에 드러난 증거들은 이성열 씨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물품을 횡령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냉동 홍고추 수입 구조와 검찰의 기소


판결문에 따른 검찰 공소 내용을 보면, 냉동 홍고추의 수입 경로는 이렇다. 중국에서 태경농산이 수입한 고추가 보세창고에 들어오면, 이성열 씨는 중간 유통업체인 남성유통(대표 안길준)에 수입 대금을 지급한다. 남성유통은 이 돈을 태경농산에 전달하고, 그제야 이성열 씨가 보세창고에 있는 고추를 반출할 수 있다.


검찰은 이성열 씨가 이 과정에서 정당한 대금 지급 없이 태경농산 소유의 냉동 홍고추 1,064톤(시가 10억원 상당)을 무단 반출해 횡령했다고 기소했다. 그러나 최근 확보된 자료들은 이 수입 구조 자체가 허구였음을 보여준다.


이성열 씨 측은 이미 수사 단계에서부터 "태경농산이 수입했다는 농산물의 수입 일시와 수량을 특정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검찰은 구체적인 증거 제시 없이 막연히 "인정할 수 있다"며 기소를 강행했다. 그런데 최근 이성열 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무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들


최근 이성열 씨가 1,064톤(시가 10억원)을 횡령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이 허위였음을 입증하는 충격적인 증거들이 쏟아졌다. 민주당 이상식 의원실이 국정감사를 위해 확보한 자료와 이성열 측이 민사소송 과정에서 확보한 은행 자료를 교차 검증한 결과다.


첫 번째 균열은 식약처 자료에서 시작됐다. 이상식 의원실이 확보한 식약처 답변에 따르면, "검찰이 제시한 15개 선하증권 번호(B/L No.)로 수입된 기록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더구나 태경농산이 2013년 12월부터 2015년 1월까지(이성열 씨의 범죄 기간) 수입한 품목을 전수조사한 결과, 해당 기간 동안 태경농산은 고등어, 꽁치, 농어 등 수산물만 수입했을 뿐 냉동 홍고추는 단 한 건도 수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관세청의 자료는 더욱 치명적이었다. 이상식 의원실이 확보한 관세청 답변에서는 "15개 선하증권 중 2건은 통관조차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세관이 법원에 제출한 다른 자료에서는 "15건 모두 관세가 납부됐다"며 앞선 답변과 완전히 상충되는 내용을 제출했다. 통관도 되지 않은 물품의 관세가 납부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더구나 관세청이 제출한 자료에는 수입화주명이 공란으로 되어있었다. 태경농산이 실제 수입자라는 검찰의 주장 자체가 허위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성열 측은 민사소송 과정에서 관세청이 주장한 관세 납부 은행인 우리은행과 부산은행에 실제 납부 내역을 확인 요청했다. 그러나 두 은행 모두 "보관기간 경과"를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특히 이성열 측은 "농산물 수입을 위해서는 신용장 개설이 필수"라며 "해당 은행들의 태경농산 거래내역에서 수입대금과 일치하는 금액을 찾을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수입도, 통관도, 대금 지급도 이뤄지지 않은 '존재하지 않는 고추'를 횡령했다는 이유로 이성열 씨는 징역 4년을 선고받고 현재 수감 중이다.


이렇게 관세청·식약처 자료와 은행 기록을 교차 검증한 결과,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증거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이번에 드러난 증거들은 재심을 통해 그의 누명을 벗길 수 있는 결정적 단서가 될 전망이다.


"밀수와 세관 유착의 실체" 관료들의 증언


이상식 의원실이 확보한 녹취록은 세관 마피아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관세청 평택세관의 한 주무관은 "선라이즈의 농산물이 밀수 등의 문제가 될 것을 인식했다"며 "농축산물에 대해서는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평택세관에 공문을 많이 내려보냈다"고 증언했다.


2016년 이성열 씨의 제보를 받고 수사했던 경기남부경찰청 수사관은 더욱 충격적인 증언을 남겼다. "30억원어치의 밀수품을 국내로 들여와 성공하면 300억으로 10배를 벌 수 있지만 실패하면 30억을 날립니다. 공중에 30억을 날리지 않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밀수할 수 있는 것입니다. 밀수에 조력한 불법 수익의 20에서 30%를 세관 직원이 가져가는 대가로 뒤를 봐주는 것입니다."


이 수사관은 최근 이상식 의원실과의 통화에서 "무역업자들 말은 절대 믿으면 안 됩니다. 그들은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자들입니다. 하지만 이성열 씨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아닙니다"라며 "이성열 씨 때문에 내가 너무 괴로웠어요. 하지만 이성열 씨는 평택항에서만 못하는 게 아닙니다. 대한민국에서 아예 무역업은 못해요"라고 증언했다.


이러한 증언들은 단순히 이성열 씨의 결백을 입증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선라이즈와 세관 마피아의 유착 관계, 그리고 이를 고발한 공익제보자가 어떻게 표적이 되어 옥살이를 하게 됐는지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이기도 하다.


조작된 증거로 선고된 징역 4년


검찰은 이성열 씨가 태경농산 소유의 냉동 홍고추 1,064톤(시가 10억원 상당)을 무단으로 반출해 횡령했다며 기소했다. 1심에서 냉동고추 횡령으로 징역 3년, 생강사건으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2심에서는 두 사건이 병합돼 심리됐고, 냉동고추 사건 징역 3년, 생강사건 징역 1년으로 총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올해 5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이성열 씨는 재판 과정에서 "태경농산이 수입했다는 농산물의 수입 일시와 수량을 특정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2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조작된 증거를 그대로 인정했고, 대법원 역시 면밀한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했다.


세관 마피아와의 외로운 싸움


이성열 씨의 고초는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평택항에서 보세창고 사업을 시작하면서 선라이즈의 불법 행위를 목격했다. 전직 세관원들이 운영하는 선라이즈는 수출용으로 농산물을 저관세로 수입한 뒤 이를 불법으로 국내 유통했다.


그는 2016년 이를 고발했지만 수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음해하려는 세력들의 공격이 시작됐다. 평택항 세관원들은 어렵게 받은 보세창고 영업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방해하고, 불시 점검과 엑스레이 검사로 업무를 방해했다.


이성열 씨는 선라이즈 배후에 윤석열 대통령의 처가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김건희 씨의 고모부인 장진호 씨가 창고를 운영하며 중국산 생강 바꿔치기 등 불법을 저질렀고, 최은순 씨의 40년 지기 친구인 강영임 씨가 가락시장 유통을 담당했다는 것이다.


눈물로 세월 보내는 78세 어머니


"나쁜 놈이 죄를 받아야 하는데, 착한 사람들이 죄를 받더라고. 대통령 배우자라고 나쁜 짓 해도 되는가?"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 아들이 구속되자 이성열 씨의 어머니(78)는 매일을 눈물로 보내고 있다. "백도 없고 돈도 없고 힘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요. 억울한 거. 이 억울함은 어디 가서 풀어져요. 아들도 보러 못 가지, 돈이 없어서 꼼짝도 못하지. 어디 가서 한탄하고 누구한테 말을 하겠어요."


그는 "무슨 밥이 넘어가고 무슨 잠이 오겠어요. 못살아도 괜찮으니까 같이 있어야만 밥도 먹고 잠도 잘 수 있어요"라며 애끓는 심정을 토로했다.

검찰 권력과 세관 마피아의 벽에 막혀 홀로 고군분투하던 공익제보자는 결국 감옥에 갇혔다. 하지만 이제 그의 결백을 입증할 증거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성열 씨의 억울함을 풀어줄 재심의 문이 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옥살이 중에도 이어지는 위기


이성열 씨가 구속된 이후에도 그를 향한 의심스러운 공격은 계속되고 있다. 이성열 씨의 후원단체인 쟁우그룹이 운영하는 얼음땡(구 슈퍼마린) 창고에서 계약서 위조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쟁우그룹은 시민들의 투자금으로 10억원 상당의 냉동시설을 설치한 후 이 창고를 임대했다. 임차인은 얼음땡이지만, 원래 계약서에는 냉동시설 소유권이 쟁우그룹에 있다고 명시돼 있었다. 그런데 최근 임대인이 내용증명을 보내오면서 첨부한 계약서에는 시설물 소유권자가 '관리자'로 수정돼 있었다.


한영숙 쟁우그룹 대표는 "계약서가 위조된 것이 명백하다"며 "이성열 대표가 수감된 틈을 타 시민들의 투자금으로 설치한 시설물을 빼앗으려 한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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