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비평

청담동 술자리 제보자 악마화 반복... 결국 한동훈 소송 증거로 활용

평화나무 → KPI뉴스 → 조선일보 → 한동훈

2024-06-13 09:35:00

2022년 10월 제기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이 해당 술자리에 참석했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그러나 언론 보도에 따라 프레임이 변질되면서, 이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를 악의적으로 묘사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기자들이 의혹의 당사자인 첼리스트 측과 유착된 정황도 포착된다.


거의 똑같은 내용의 기사 '단독' 달고 또 등장


KPI뉴스(구 UPI뉴스)가 작년 9월 청담동 술자리 의혹 제보자의 경찰 송치 사실을 경찰 결정 한 달 전에 단독 보도했다. 그리고 1년 후 조선일보는 검찰의 강요미수 혐의 기소를 앞두고 거의 비슷한 내용을 상세히 보도했다. 두 언론사가 제보자 송치와 기소라는 중대 고비마다 단독 보도를 내놓은 것이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아니면 수사 과정에 개입하려는 의도적 행위였을까. 작년에도 올해에도 수사 막바지에 프레임 전환용 단독 보도가 나왔다는 점에서  기시감마저 들게 한다. 물론 언론사마다 취재원이 있어 특종 기사를 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동일한 의혹 사안을 다루면서 비슷한 시기에 제보자를 악마화하는 비슷한 프레임으로 단독 보도를 내놓는 건 미묘한 궁금증을 자아낼 수밖에 없다.

▲2024년 6월 청담동 제보자 '악마화'한 조선일보 기사(좌) 2023년 9월 청담동 제보자 '악마화'한 KPI뉴스 기사(우)
▲2024년 6월 청담동 제보자 '악마화'한 조선일보 기사(좌) 2023년 9월 청담동 제보자 '악마화'한 KPI뉴스 기사(우)


첼리스트 대리해 진실 은폐 일조한 언론, 유착 의혹 제기돼


KPI뉴스 전혁수 기자는 전 직장인 미디어스에 있을 때 첼리스트 측 박경수 변호사를 통해 청담동 술자리 의혹의 진실을 은폐하는 데 일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변호사는 작년 11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첼리스트가 남자친구를 속이기 위해 거짓말한 것처럼 진실을 호도했다. 조선일보 유종헌 기자 역시 첼리스트가 자신의 목소리를 방송에 내지 말아 달라는 취지로 뉴탐사를 상대로 가처분을 냈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첼리스트 본인이나 그를 통하지 않고는 알기 어려운 정보다. 이처럼 일부 기자들은 첼리스트 측과 유착해 여론몰이에 가담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용민 목사 방송 내용 토대로 경찰 송치


KPI뉴스보다 먼저 제보자 악마화를 시작했던 사람은 평화나무 이사장인 김용민 목사다. 김 목사는 지난해 3월 30일 제보자를 악마화하는 방송을 냈다. 김용민 목사는 이보다 앞선 3월 2일 첼리스트 변호인인 박경수 변호사를 만났음을 밝힌 뒤, 첼리스트도 김용민 목사가 자신의 변호인인 박경수 변호사와 같이 만나서 도와주고 있다고 지인에게 털어놓은 바 있다. 그로부터 6개월 뒤 서정필 기자가 제보자 강요 혐의 송치 사실을 처음 보도했다. 당시 평화나무 소속이었던 서정필 기자(현 열린공감TV) 역시 김 목사와 한 몸처럼 행동해왔다는 점에서 이들 모두가 청담동 술자리 의혹과 관련해 첼리스트 측과 교감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023년 3월 김용민 목사가 직접 박경수 변호사와 만난 사실을 페이스북에 게시(좌) 2023년 4월 첼리스트가 김용민 목사의 역할을 설명하는 녹취(위) 2023년 9월 경찰 송치 사실 보도한 평화나무 서정필 기자(아래)
▲2023년 3월 김용민 목사가 직접 박경수 변호사와 만난 사실을 페이스북에 게시(좌) 2023년 4월 첼리스트가 김용민 목사의 역할을 설명하는 녹취(위) 2023년 9월 경찰 송치 사실 보도한 평화나무 서정필 기자(아래)


김용민TV 보도 내용이 경찰 조사에 상당 부분 반영됐고, 급기야 제보자에 대한 송치로 이어진 것이다. 김 목사가 첼리스트 측 변호사를 만난 후 제보자에 대한 공격적 보도가 나왔고, 이것이 경찰 수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정황이 포착되는 셈이다. 경찰 역시 김용민TV 보도에 의존해 송치를 결정했다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는 김용민 목사를 비롯한 일부 언론이 청담동 술자리 의혹의 실체를 은폐하기 위해 유착했다는 의혹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의혹 덮기 위한 언론 플레이, 한동훈 소송 증거로 활용


한동훈 전 장관은 강진구 기자 등을 상대로 한 10억 원 손해배상 소송에서 첼리스트를 증인으로 신청한데 이어 지난 10일 조선일보 보도가 나오자마자 조선일보 기사를 새로운 증거로 제출했다. 이는 입증책임이 원고에게 있다는 재판부의 선언 이후 처음 이뤄진 것이다. 한 전 장관 본인이 술자리 당일 어디에 있었는지 밝히면 될 일을 2년 가까이 시간만 끌면서 언론 플레이를 반복하고 있다. 이는 그가 의혹을 덮기 위해 애쓰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차기 대권 노리는 한동훈, 의혹 덮기 위해 안간힘


한동훈 전 장관은 조만간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가 차기 대선을 준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 전 장관은 정적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궁지에 몰아넣으며 차기 대권을 노리는 가운데, 청담동 술자리 의혹마저 가짜로 만들려 애쓰는 모양새다. 권력을 향한 그의 무한 질주에 청담동 술자리 의혹이 걸림돌이 되고 있는 셈이다.


권력 감시가 언론의 존재 이유, 엄정한 수사와 보도가 필요한 때


권력과 결탁한 언론은 민주주의의 적이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은 권력과 언론이 결탁해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이 의혹의 실체를 밝혀내는 데 주력해야 한다.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지 말고 엄정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해야 할 때다. 언론 또한 진실 은폐에 가담하지 말고, 사실에 근거해 공정하게 보도할 책임이 있다. 그래야만 국민의 알 권리를 지키고 건강한 민주주의를 위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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