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청담술자리 첼리스트 "강진구에게 허위라 얘기한 적 없다"...정종승·이세창 '거짓진술' 통화기록으로 드러나
정종승 "첼리스트 고깃집서 봤다" 진술했지만 통화기록은 정반대...이세창도 동선 은폐 시도 들통
시민언론 뉴탐사가 입수한 청담동 술자리 수사기록 2만2천 페이지 중 1차분 2백 페이지를 분석한 결과, 경찰 송치결정서상의 참석자 6명(정종승, 이성권, 채명성, 밴드마스터, 이세창, 첼리스트)의 진술이 서로 엇갈리고, 허위로 드러난 위치정보까지 발견됐다.
이세창의 가짜 위치기록과 경찰의 수사 미흡
특히 주목할 점은 이세창이 제출한 위치기록의 신빙성이다. 경찰은 2022년 11월 8일 밴드마스터를 시작으로 9일 정종승과 티케 사장을 조사했다. 그러나 이세창은 10일 경찰에 "청담동 술자리 당일 영등포와 등촌동 일대에 있었다"는 휴대폰 위치기록을 제출했고, 이는 곧바로 TV조선의 오보로 이어졌다.
하지만 실제 통화기록을 분석한 결과, 이세창은 당일 청담동과 논현동 일대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이세창이 허위 위치기록을 제출한 것은 청담동 술자리의 실체를 감추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의혹을 키우고 있다.
수상한 전화 조사와 거짓으로 드러난 정종승 진술
사업가 정종승은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이 연루된 중대 사건의 핵심 참고인임에도 경찰은 직접 대면 조사 대신 전화 조사로 끝냈다. 더욱 문제인 것은 정종승의 진술이 상황에 따라 계속 바뀌었다는 점이다.
정종승은 2022년 11월 9일 이뤄진 경찰 전화 조사에서 "첼리스트가 술집에서 합류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2023년 12월 강진구 기자와의 통화에서는 "첼리스트가 고깃집에서 합류했다"며 전혀 다른 진술을 했다. 첼리스트는 신문조서에서 "오후 8시 20-30분경 주점에 직접 도착했다"고 증언했고, 통화기록도 첼리스트가 오후 7시 29분까지 경기도 광주에 있었다가 곧바로 주점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정종승의 모순된 진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단골집인데도 "주점의 상호와 위치를 모른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진술을 했다. 또 "첼리스트를 처음 봤다"고 했으나, 이세창은 "정종승이 첼리스트를 데려왔다"며 전혀 다른 증언을 했다.
술자리 시간대도 의심스럽다. 정종승과 이세창은 술자리가 시작된 20시 1분 직후인 20시 2분에도 문자를 주고받았다. 같은 장소에 있었다는 경찰의 결론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이성권의 말 바꾸기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인 이성권은 2023년 12월 강진구 기자와의 통화에서 "술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경찰 수사기록에는 "고깃집에서 한두 시간 가량 고기를 먹고 이세창의 카니발 차량을 타고 20분 거리의 청담동 지하주점으로 이동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온다.
또한 이성권은 경찰 조사에서 "첼리스트가 노래 반주를 했다"고 진술해 독주를 주장한 정종승, 밴드마스터와 다른 증언을 했다. 이는 이성권이 이세창 측과 입을 맞춘 것 아니냐는 의혹을 키운다.
이세창-정종승의 수상한 통화기록
통화기록 분석 결과, 이날 술자리는 정종승과 이세창의 주도로 치밀하게 계획된 것으로 보인다. 7월 19일 오후 12시 53분 정종승에게 첫 전화를 건 이세창은 오후 3시 17분까지 무려 9차례나 통화·문자를 주고받았다. 이후 오후 1시 38분 첼리스트와 32초간 통화했다. 정종승과 먼저 통화한 뒤 첼리스트에게 연락한 순서는 이날 술자리가 정종승-이세창 주도로 기획됐음을 시사한다.
더욱 의심스러운 것은 술자리 당시의 통화기록이다. 이세창은 7월 19일 오후 7시 55분 논현동 110-6번지 부근에서 통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위치는 이미키 '이아' 주점과 200~300m, '티케'와는 1km 이상 떨어진 곳이다. 게다가 경찰 송치결정서에 따르면 이들이 술자리를 시작한 시각인 20시 1분 직후인 20시 2분에도 정종승과 이세창이 문자를 주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장소에 있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수사기록으로 드러난 경찰의 '짜맞추기' 결론
첼리스트는 2022년 11월 23일 경찰 조사에서 강진구 기자와의 통화에 대해 "사실이냐 거짓이냐는 언급하지 않았다"며 "할 얘기가 없다고만 했다"고 진술했다. 제보자에 대해서도 "멈추라는 말을 해도 들을 사람이 아니어서 얘기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 진술을 뒤집었다. 경찰은 "피의자의 말대로 강진구와 제보자는 통화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첼리스트의 진술과 정반대되는 결론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첼리스트에게 "허위라고 말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답을 유도하는 듯한 신문을 이어갔다.
주목할 점은 첼리스트가 2022년 11월 23일 1차 경찰 조사 직후 유튜버 '현장의 소리'와 통화에서 "사실대로 다 얘기했고, 노코멘트 할 것은 노코멘트 했다"고 밝힌 것이다. 이는 경찰이 첼리스트의 진술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의도한 결론을 이끌어냈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드러나는 참석자 진술의 모순
참석 인원을 두고도 진술이 제각각으로 갈렸다. 첼리스트는 '7-8명'이라고 진술했으나, 정종승은 '2-3명'이라고 했다. 이는 경찰이 송치 결정서에서 밝힌 '4명' 참석과도 맞지 않는다. 특히 정종승은 피의자 신문조서에서 밴드마스터까지 참석자로 포함시켰다. 연주자를 술자리 참석자로 카운팅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티케 여사장의 진술은 더욱 의문을 키운다. 여사장은 "첼리스트를 본 기억이 없다"고 진술했다. 일반 술집에서 첼로 연주는 극히 이례적인 일인데도 업주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여사장은 본인이 당일 가게에 있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는데, 이는 예약이 있으면 반드시 출근한다는 평소 운영 방침과도 맞지 않는다.
수사를 회피하는 이세창
이세창은 경찰 출석을 거부하며 변호인의 "코로나 의심 증세"를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변호인은 "걸린 것은 아니다"라며 말을 바꿨다. 금융거래 정보 제공도 거절하면서 "양평에서 카드를 분실했다"는 석연치 않은 변명을 했다.
이처럼 경찰 수사의 맹점들이 드러나면서, 청담동 술자리를 둘러싼 '짜맞추기식 수사'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특히 첼리스트의 신문조서 내용은 검찰의 기소 내용과도 상충되는 부분이 많아, 향후 재판 과정에서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