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숙'과 '시발점'보다 더 심각한 언론의 '김건희 의혹' 문맹
한글날을 맞아 또다시 청소년들의 문해력 저하를 개탄하는 목소리가 언론을 통해 쏟아져 나왔다. 이는 매년 반복되는 일종의 '전통'이 되어버린 듯하다. 그러나 정작 더 큰 문제는 권력 감시라는 언론의 기본적 책무를 저버린 채 '김건희 의혹'에 대해 침묵하는 주요 언론의 행태다. 이는 단순한 문해력의 문제를 넘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문맹' 수준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언론의 태도는 권력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갖춰야 할 시민들의 판단력까지 흐리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
청소년 문해력 저하, 과연 심각한 문제인가
일부 언론은 청소년들이 '혼숙'을 '혼자 숙박'으로, '시발점'을 비속어로 오해하는 사례를 들어 문해력 저하를 지적했다. 이러한 보도는 마치 청소년들이 기본적인 의사소통조차 어려운 수준인 것처럼 과장되게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어휘력의 문제일 뿐, 전반적인 문해력 저하로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오히려 이러한 보도 행태야말로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이런 식의 보도가 오히려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전문가들은 "문해력은 단순히 단어의 의미를 아는 것을 넘어 문맥을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몇몇 단어의 오해로 청소년 전체의 문해력을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현대 청소년들은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나름의 문해력을 발전시키고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언론의 '김건희 의혹' 외면, 심각한 문맹 수준
반면, 정작 심각한 문제는 대통령 배우자의 의혹에 대해 제대로 된 취재와 보도를 하지 않는 주요 언론의 행태다. '김건희 의혹'과 관련된 구체적인 증언과 정황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언론이 이를 '정쟁'으로 치부하거나 아예 보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는 마치 권력의 입맛에 맞춰 보도를 선별하는 듯한 인상을 주며, 언론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는 언론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인 권력 감시 기능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전직 언론인 출신의 한 미디어 전문가는 "청소년들의 단어 오해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것이 언론의 이러한 '문맹' 행태"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닌 의도적인 침묵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태도가 지속된다면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회복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KBS의 편파 토론회, 공영방송의 책무 저버려
이러한 문제는 공영방송 KBS의 최근 행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KBS는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를 앞두고 보수 후보만을 초청한 편파 토론회를 강행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이는 공영방송으로서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스스로 저버린 행위로,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사태로 평가된다.
KBS는 4명의 후보 중 조전혁 후보 한 명만 초청해 사실상 '1인 토론회'를 진행했다. 이는 유권자의 알 권리와 선거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침해한 처사다. KBS 측은 "선거방송 심의 규정을 따랐다"고 해명했지만, 이는 공영방송의 책무를 저버린 변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규정을 따랐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한 해명이 될 수 없다"며 "공영방송으로서의 책임감과 판단력이 결여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언론 정상화를 위한 움직임
다행히 KBS 내부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최근 KBS 노조 설문조사에서 99%의 조합원이 현 사장에 대해 불신임을 표했으며, 90% 이상이 쟁의행위에 찬성했다. 이는 KBS 구성원들도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 회복을 강하게 열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내부의 자성 움직임은 과거 KBS가 정권의 부당한 개입에 저항했던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언론 개혁, 민주주의 수호의 핵심
KBS 구성원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히 한 방송사의 내부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 전체의 언론 정상화를 위한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청소년의 문해력 저하를 걱정하기에 앞서, 언론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현실이 더 시급한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김건희 의혹'에 대한 침묵, 편파적인 선거 보도 등 언론의 '문맹' 행태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위협이다. 건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권력을 감시하고 진실을 보도하는 언론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시민사회와 언론인들의 끊임없는 자성과 개혁 노력, 그리고 시민들의 적극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향상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문해력' 향상과 민주주의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언론 스스로가 변화의 주체가 되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