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PC가 밝혀낸 '판도라의 상자'
창원지검의 PC 분석 보고서 결과가 내란의 도화선이었다. 지난해 11월 4일, 검찰은 명태균의 PC에서 윤석열, 김건희와 주고받은 280개의 카카오톡 대화를 발견했다. "경선 이후 관계가 단절됐다"는 대통령실의 해명이 완전한 거짓이었음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대검찰청에서 파견된 검사가 창원지검에 상주하며 수사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했을 것이란 점에서, 이 수사보고서는 즉시 대검을 거쳐 대통령실까지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대검 대변인은 "수사보고서의 대통령실 보고 여부"를 묻는 질문에 답변을 회피했다.
거짓해명으로 점철된 시간들
수사보고서는 윤석열 측의 거짓말을 낱낱이 드러냈다. 대선 경선 당시인 2021년 10월부터 12월까지 명태균은 윤석열에게 비공표 여론조사 자료를 지속적으로 전달했다. 2022년 새해 첫날에는 서로 안부를 물었고, 2월에는 안철수와의 후보 단일화 과정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취임 이후의 소통은 더욱 충격적이다. 이태원 참사 당시에도 명태균이 윤석열에게 직접 조언했고, 캄보디아 순방 때는 김건희에게 무속 관련 조언까지 했다. 2022년 말에는 창원 국가산단 기원문과 함께 새해 인사를 주고받았다. 대통령실의 해명과는 정반대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5일간의 급박했던 시간들
창원지검 수사보고서가 대검을 거쳐 대통령실에 전달되자 윤석열은 다급해졌다. 11월 7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명태균이 문자를 보냈어도 내가 답하지 않았다면 소통이 아니다"라며 또다시 거짓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검찰은 이미 윤석열의 직접적인 답장까지 확보한 상태였다.
그 다음날인 11월 8일, 김건희는 갑작스럽게 남미 순방 불참을 결정했다. 5박 8일이라는 긴 일정 동안 두 사람이 동시에 자리를 비울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계엄을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계엄으로 향하는 마지막 결단
창원지검 수사보고서가 나온 지 불과 5일 만인 11월 9일, 윤석열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3군 사령관들 앞에서 "특별한 방법이 아니고서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며 처음으로 계엄을 언급했다. 주목할 점은 이 시기가 감사원장 탄핵이나 예산안 갈등이 본격화되기 이전이라는 사실이다.
상황은 12월 2일 더욱 절박해졌다. 명태균의 황금폰을 민주당에 제출할 수 있다는 발언이 나온 것이다. PC 포렌식에 이어 황금폰마저 공개될 경우, 더 이상 수습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다. 결국 다음 날, 계엄령이 전격 선포됐다.
드러나는 검찰의 반복된 은폐 패턴
이런 검찰의 은폐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이재명이 죽어야 대한민국이 산다"는 발언으로 논란이 된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교회는 작년 1월 이재명 대표 테러 사건과 깊은 연관성이 의심됐다.
테러 주범 김진성을 범행 전날 태워준 벤츠 차주와 그의 조카가 세계로교회 교인이었고, 김진성이 묵었던 숙소도 교회와 가까운 곳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이러한 제보를 받고도 제대로 된 수사 없이 김진성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내렸다.
내란의 '블랙박스'를 지키려는 검찰
검찰이 김성훈 경호처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계속 반려하는 배경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검찰은 "법리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명목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경호처가 보관 중인 비화폰 서버를 지키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비화폰 서버는 내란의 '블랙박스'나 다름없다. 검찰 수뇌부와 김건희의 내란 개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핵심 증거가 담겨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경찰이 김성훈 차장을 구속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시 비화폰 서버 압수수색 과정에서 김성훈 차장이 방해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은폐와 진실 사이
이제 최상목 권한대행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의도도 더욱 분명해진다. 명태균 게이트부터 비화폰 서버까지, 특검이 시작되면 그동안 은폐된 진실들이 연쇄적으로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 수뇌부가 이를 알면서도 은폐를 시도했다면, 이는 내란 가담 혐의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비화폰 서버는 내란의 블랙박스와 같다. 항공기 사고가 났을 때 블랙박스를 열어봐야 진실을 알 수 있듯이, 비화폰 서버에는 내란의 실체가 담겨있을 것"이라고 박대용 기자는 지적했다. PC 포렌식으로 드러난 진실이 그러했듯, 비화폰 서버가 밝혀낼 또 다른 진실이 무엇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