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술친구로서 소외 ‘찐핵관’으로 불리되는 박성민 의원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겉으론 울산 발전을 모도하는 척 만나 초저녁부터 술을 마시며 정치적 우호관계를 다진 정황이 포착됐다. 여기에 언론사 보도부문 사장이 고짓집에서 먹고 마신 고기와 술 값을 계산했다고 실토해 김영란법 위반 지적도 피하지 못하게 됐다.
원희룡 장관은 11월 16일 울산을 찾아 김두겸 울산 시장과 김영길 중국청장, 박성민 의원(국민의힘, 울산 중구)을 만났다. 지역현안 사업을 상세히 설명하고, 주민들의 편익을 증진하기 위한 방안을 함께 모색한다는 취지였다.
특히 원희룡 장관과 박성민 의원은 서로 낮간지러운 발언도 서슴지 않으면서 서로를 추어올렸다.
원희룡 장관이 “울산 발전은 박성민 의원 없이는 불가하다”고 띄워주면, 박성민 의원이 여기에 화답하는 식이었다. 언론들도 이날 만남을 ‘화기 애애’한 분위기였다며 한껏 띄워주었다.
뉴탐사가 입수한 2023 국토부-울산시-국회의원-중구 현안사업 협의(안) 원희룡 국토부 장관 울산 방문 계획에 따르면, 이날 일정은 12시 30분부터 20시까지 이어질 예정이었는데, 12시 30분부터 13시 30분까지는 오찬이었고, 17시 30분부터는 만찬이 예정돼 있었다.
실제 울산 주민 편익 증진을 위해 현장을 둘러보는 시간으로 3시간을 할애할 예정이었던 것. 그런데 이보다도 빠른 16시 30분부터 울산의 한 고짓집을 통째로 빌려 술자리가 시작돼 10시경 자리를 옮겨 2차까지 이어졌다.
이날 만찬 자리에만 참석한 인사들도 있었다.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 박천동 북구청장과 박경흠 구의원, 박성민 의원의 최측인 권태호 울산시의원, 김성호 JCN 보도부문 회장 등이다.
저녁 8시께 1차 고짓집 만찬이 파한 후, 박성민 의원과 원희룡 장관, 김두겸 시장 등의 비서진들은 일제히 취재를 나온 기자를 막아서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기자가 취재를 나온 사실을 확인하고도 이들은 예상한 2차 술자리에서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해당 술집은 박성민 의원의 단골 술집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원희룡 장관도 어김없이 참석했다. 밤 10시쯤 건하하게 취재 술집을 나온 원 장관은 ‘이날 만남의 이유’를 묻기 위해 다가오는 기자를 피해 혼비백산해 달아났다. 같은 술집에서 원희룡 장관과 함께 술을 마셨다고 확인해 준 동석자들은 “밖에까지 노래 소리가 계속 들리던데 원희룡 장관도 노래를 불렀느냐”라고 묻자 “(원희룡 장관이 노래를) 많이 불렀다”라고 말했다.
울산 지역현안을 논의한다며 지역 국회의원과 국토부 장관이 만나 대여섯 시간 동안 음주가무로 바빴던 셈이다.
그렇다면 이날 술 값은 누가 계산했을까. 우선 만찬 자리 동석자 중 공무원 또는 정치인이 아닌 김성호 JCN 보도부문 사장에 대해 수소문 해보았다. 그를 알법한 사람들은 “울산에서 꽤 영향력을 행사한다”, “박성민 의원을 많이 도운 것으로 안다”, “국민의힘에서 돈도 많이 쓰고 용돈도 주고 빌려주기도 한다고 알고 있다”, “전 울산극장 옆 오락실과 호텔지하 나이트 클럽으로 큰 돈을 벌어, 이후 크게 탕진했으나 남은 돈은 많이 것이다” 등의 설명들을 들을 수 있었다. 또 보도부문 사장으로 재직 중인 JCN 회장과 처남 매부 사이인 것도 확인됐다.
김 사장에게 17일 전화를 걸어 ‘술 값’과 관련해 질의하자, “얼마 안 나왔다. 79만원인가 밖에 안 나왔다”고 실토하며 “청년 운동하는 JC 후배들이니까...”라며, 술 값을 지불하는 게 아무일 아니라는 듯 발언했다.
한국경제 등 언론 보도에 따르면 JC는 ‘정치인 양성소’로 불릴 만큼 정치권에는 JC 출신들이 많고 조직력과 자금력이 탄탄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앞서 울산지역 한 공무원도 “박성민 의원과 원희룡 장관은 모두 JC(한국청년회의소) 출신으로 본래 박성민이 국회의원이 될 수 있도록 힘써 준 것이 원희룡 장관이고, 이번 회동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서로에게 힘을 주고 받기 위해 기획된 만남일 것”이라고 귀띔해 준 바 있다.
기자의 질문에 대수롭지 않다는 듯 술 값을 계산한 사실을 실토한 김성호 JCN 회장은 ‘문제가 되면 어떻게 하느냐’고 하자, “문제될 게 어디있냐, 소주 한 잔 살 수 있는 거 아니냐. 기자는 사회생활 안 하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다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
박성민 의원은 술값과 관련해 “(동석자들끼리) 나눠서 냈다’고 주장하다가 ‘언론사 사장이 국토부 장관과 국회의원이 동석한 자리에서 술 값을 내는 게 문제 없나’라는 질문에 문제될 것 없다는 듯 ‘왜요”라며 답변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잠시 수에는 “시에서 다 했을 것이다. 그 밥값이고 뭐고”라며 시비에서 사용됐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실제로 김 사장이 1차 고짓집에서 낸 돈이 79만원만으로 예상외로 많지 않은 액수인데다 2차 술자리까지 고려하면 술값으로 그 이상이 쓰였다는 것은 쉽게 예상해 볼 수 있다. 만찬 자리에 굳이 북구청장 등이 참석했다면, 북구청과 중구청, 울산시가 행정단체별 내부 행정전산망에 예산을 집행한 곳의 주소와 성명을 증명 서류에 기재하고 공개해야 하는 기준인 50만원 미만으로 십시일반 냈을 수도 있다는 의심도 설득력을 얻는다.
한편, 박성민 의원은 울산 중구청장으로 재직 중이던 시절 중구 성안동에 설립된 문화의 전당에 ’소리마루’라는 호화 밀실을 만들어 놓고 측근들과 들락거리며 와인 등 술을 마셨다는 정황도 보도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 윤기중 씨 장폐식장도 사흘 동안 지키고 장지까지 따라가 찐핵관 인증을 했던 박성민 의원은 지난 14일 울산에서 열린 한 봉사단체 모임에서 “대통령이 네덜란드에서 저녁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 그 후로도 밤새도록 전화를 걸었다”며 자랑해 논란을 자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