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암행어사

완도 평일도 해상풍력의 실체: 허술한 주민 설득, 부실한 환경평가, 의혹의 합의각서

해조류 양식과 해상풍력의 위험한 공존... 평일도의 미래는?

2024-09-01 20:13:00

완도군 평일도 인근 해상에 추진 중인 대규모 풍력발전단지 계획이 지역 주민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뉴탐사 취재진이 파헤친 평일도 해상풍력단지 계획의 문제점들을 살펴본다.


다시마의 천국, 평일도


완도 평일도는 국내 다시마 총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해조류 양식의 중심지다. 연중 잔잔한 파도와 태평양에서 유입되는 풍부한 영양분 덕분에 최적의 양식 환경을 갖추고 있다.


1970년대 다시마 양식이 도입된 이후 평일도 경제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평일도 어민들의 연간 소득은 적게는 1억 원에서 많게는 2억에서 3억 원에 이른다. 면적 19km², 인구 약 3천 명의 작은 섬에 초·중·고등학교가 모두 있을 정도로 젊은 인구 유입도 활발하다. 최근 수년간 500여 명의 30~40대가 이주해 왔다.


해상풍력단지 계획과 환경 우려


그러나 이 지역에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조성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평일도 해상 7km 지점에 15MW 발전기 40개로 구성된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는 것이 1차 계획이다. 63빌딩보다 높은 260m 규모의 구조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주민들은 이 거대한 구조물이 해양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설치 과정에서 해저가 파헤쳐지고, 진동과 소음으로 어류가 이동하거나 폐사할 수 있다. 또한 공사 중 발생하는 부유물로 인해 바닷물이 탁해져 해조류 생육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부실한 환경영향평가와 뒤늦은 연구


해상풍력단지 조성에 따른 환경적 우려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채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는 문제가 발생하면 사후에 해결하겠다는 내용만 있을 뿐, 구체적인 대책은 제시되지 않았다.


해양수산부는 해상풍력과 수산업 상생 방안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는 192억원의 예산을 들여 군산대학교에서 2022년 4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연구 용역을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 연구는 2025년 12월에야 완료될 예정이어서, 이미 진행 중인 해상풍력 사업과 연구 일정이 맞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의혹 제기되는 사업 추진 과정


사업 추진 과정의 투명성에 심각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뉴탐사가 입수한 2017년 체결된 사업 참여자들 간의 합의각서에는 완도군, 남동발전, 그리고 지역 시멘트 제조업체인 청해레미콘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완도군은 이 문서를 "민간 사업자의 이익을 심대히 저해할 수 있는 우려"를 이유로 비공개 처리했다.


이 합의각서에 따르면, 남동발전은 개발, 건설, 운영을 맡고, 완도군은 인허가 행정 지원과 주민 수용성을 위한 행정 민원 업무를 담당하기로 했다. 청해레미콘은 주민들의 동의서 확보 및 협의 지원 업무를 맡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합의각서에 서명한 것으로 돼 있는 청해레미콘 대표의 증언이다. 해당 대표는 뉴탐사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이 합의각서에 서명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 서명은 내 것이 아니다. 내 서명은 한자로 되어 있는데, 이건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사업의 구체적인 내용 자체도 모른다"며 "갑자기 그쪽 사업을 하게 됐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합의각서 체결 당시 사진에도 자신의 모습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단순한 행정 실수를 넘어서는 심각한 문제다. 만약 서명이 위조되었다면, 이는 명백한 위법 행위로 볼 수 있다. 또한 지자체가 민간 사업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레미콘 업체가 주민 동의 확보 역할을 맡았다는 점 등은 사업 추진 과정의 적절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이러한 의혹들은 해상풍력단지 사업 전반의 신뢰성을 크게 훼손하고 있으며, 사업 추진 과정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


주민 설득 위한 약속의 현실성 의문


사업 주체들은 주민 동의를 얻기 위해 1500억 원의 보조금으로 인근 섬과 연결하는 연도교를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2024년 4월에 연도교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약속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완도군 관계자에 따르면, 연도교 건설에는 총 5000억 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1500억 원의 보조금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더욱이 해당 도로는 국도가 아닌 지방도로, 단순히 일부 재정을 투입한다고 해서 연도교 사업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주민 대표는 "처음에는 정부에서 3500억 원을 국비로 지원하게 해서 다리를 놓겠다고 했다"며, "하지만 확인해보니 그런 예산이 나올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조건도 맞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사업 주체들이 실현 가능성이 낮은 약속으로 주민들을 설득하려 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일부 주민들은 여전히 연도교 건설 약속을 믿고 해상풍력 사업을 지지하고 있어, 주민들 간의 갈등도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 주도의 에너지 정책 필요성 제기


전문가들은 에너지 전환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민간 사업자에게만 맡기는 것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국가가 주도적으로 나서 입지를 선정하고, 주민들과 소통하며, 환경과 지역 경제를 모두 고려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해상풍력 발전과 해조류 양식은 모두 탄소 저감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산업이다. 두 산업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환경 보호와 경제 발전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해법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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