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심층분석] '죄수의 딜레마'에 갇힌 윤석열... 좁아지는 탈출구
게임이론은 권력의 복잡한 역학관계를 해석하는 날카로운 도구다. 특히 '죄수의 딜레마'는 12.3 내란 사건의 본질을 정확히 짚어낸다. 내란 세력들의 각자도생, 검찰의 이중플레이, 그리고 윤석열의 고립. 이 모든 상황이 게임이론이 예측한 대로 전개되고 있다.
의심받는 검찰의 이중 딜레마
검찰은 이번 사건에서 가장 복잡한 딜레마에 직면했다. 검찰 수뇌부가 내란에 개입했다면, 일선 검사들은 조직의 이익과 법치주의 수호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검찰청법상 검사는 양심에 따라 수사할 의무가 있지만, 현실에서는 조직 논리를 무시하기 어렵다. 공수처로의 수사 이첩은 이런 내부 갈등을 회피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더욱이 검찰 수뇌부 내에서도 균열이 감지된다. 일부는 윤석열과 운명을 같이하려 하고, 다른 일부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수사에 협조하려 할 수 있다. 이는 전형적인 죄수의 딜레마다. 한 명이라도 먼저 입을 열면, 나머지는 더 큰 위험에 처하게 된다.
한덕수의 위험한 줄타기
한덕수 권한대행 역시 아슬아슬한 선택의 기로에 섰다. 그가 쥔 카드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 지연과 내란 특검법 거부권이다. 하지만 이는 양날의 검이다. 윤석열을 돕기 위해 이 카드를 쓴다면 그 역시 탄핵을 피하기 어렵다. 반대로 자신의 생존을 위해 윤석열을 버린다면 공범들의 진술 폭로 위험에 노출된다.
와해되는 침묵의 카르텔
윤석열은 "예고하고 하는 내란이 어딨느냐"며 허세를 부렸다. 하지만 공범들의 자백이 이어지면서 이 방어막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김용현 전 장관의 계엄 논의 인정,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증언,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폭로. 모두가 윤석열을 정조준했다. 이들의 자백이 진실을 향한 것인지, 감형을 위한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결과적으로 윤석열은 고립되고 있다.
내란 세력의 사각 구도
이번 사건의 핵심은 군부, 행정부, 검찰, 그리고 권한대행이라는 네 축의 권력이 개입됐다는 점이다. 정보사령부와 방첩사령부는 군부의 조직적 동원을 담당했다.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행정부는 지휘 체계를 장악했다. 검찰은 이를 은폐하려 하고, 한덕수는 제도적 방어막 역할을 맡았다. 네 축이 서로를 지켜보며 균형을 잡고 있지만, 이는 깨지기 쉬운 균형이다.
6인 체제 헌재의 시험대
헌법재판소 6인 체제는 또 다른 변수다. 한 명의 반대로도 탄핵이 좌초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한 명의 용기있는 결단이 진실을 밝힐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증거가 쌓이고 진실이 드러날수록 재판관들의 양심은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이제 특검 도입이 불가피해 보인다. 경찰은 내란죄 수사권이 있지만 검찰의 견제를 받고 있고, 공수처 역시 기소를 검찰에 의존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검찰이라는 방패와 한덕수라는 제도적 보호막이 있는 윤석열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기 위해서는 특검이라는 독립적 수사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시간이 윤석열의 편이 아니라는 점이다. 공범들의 입이 열릴수록, 증거가 쌓일수록 그의 선택지는 좁아진다. 특검을 피하려 해도, 막으려 해도 이미 그 선택의 시간은 지났다. 게임이론이 말하는 '최적의 선택'은 이미 지나갔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