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수괴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 후 사흘이 지난 6일, 국민의힘 소속 의원 44명이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모였다.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명태균게이트 연루자와 각종 비리 의혹자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 특히 이들은 관저 앞까지 갔으면서도 윤석열 대통령과의 직접 접촉을 피했는데, 이는 자신들의 약점이 노출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강혜경이 폭로한 '명태균 리스트'의 실체
강혜경이 공개한 명단에는 윤상현, 김은혜, 박대출, 강민국, 나경원, 조은희, 서일준 등 국민의힘 핵심 의원들이 포함됐다. 그중에서도 외교부 장관직을 노렸다는 윤상현, 공천과정에서 명태균의 도움을 받은 조은희, 김건희 씨의 '십상시'로 지목된 조지연·강명구 의원의 이름이 주목을 받았다. 강명구 의원은 "김건희 씨 번호도 없는 내가 어떻게 십상시냐"며 관계를 부인했지만, 결국 관저 앞 인간방패 행렬에 동참했다.
공천 개입 의혹의 중심에 선 조은희
명태균의 녹취록은 조은희 의원의 공천 과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조은희는 원래 거기 들어가지도 못할 걸 내가 작업 다 해줬지"라는 명태균의 발언이 공개됐다. 서초구청장직을 사퇴하고 출마한 조은희는 명태균이 시키는 대로 문자를 보냈고, 패널티도 20%에서 5%로 낮아졌다. 결국 당선된 조은희는 울면서 전화를 걸어와 "시의원 1개를 선생님 드리겠습니다"라고 답례를 제안했다는 것이 명태균의 주장이다.
명태균이 막은 서일준의 깜짝 발탁
서일준 의원은 2021년 윤석열 대통령 후보 시절 초선임에도 비서실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명태균은 녹취록에서 윤한홍 의원이 비서실장이 되려 했으나 자신이 김건희 씨에게 "윤 의원님은 비서실장 안 돼요"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윤한홍(40회)과 서일준(42회) 의원은 마산고 선후배 사이로, 서울시와 이명박 정부 청와대, 경남도 등에서 함께 일했다. 명태균의 주장대로라면 윤한홍이 비서실장이 되지 못하자 서일준을 천거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명태균은 김건희 씨가 윤석열에게 전화해 "내가 윤한홍 의원한테 안 된다 했으니까 당신이 알아서 하라"고 했다는 발언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공천개입 의혹으로 소환된 강대식
강대식 의원이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창원지검 전담수사팀은 2022년 지방선거와 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이었던 강 의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검찰은 김영선 전 의원의 창원의창 지역구 전략공천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개입 여부와, 당시 공관위원장이었던 윤상현 의원으로부터 윤 대통령의 뜻을 전달받았는지 등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명태균 씨의 공천 거래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의 일환이다.
명태균 녹취록 속 윤상현
윤상현 의원은 명태균 녹취록에서 외교부 장관직을 희망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명태균은 2022년 3월 통화에서 "원내대표 나가라"고 제안했고, 윤 의원이 "외교통상부에서 13년 일했다"며 경력을 언급했다는 내용이 공개됐다. 하지만 윤상현 의원은 "외교부 장관을 원한 적이 없다"며 "완전히 낭설"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특히 "2014년 7.30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도 공관위원장을 했지만 원칙과 기준에 의해서 했지 대통령 할아버지가 전화해도 휘둘리지 않는다"며 공천 개입 의혹도 강하게 부인했다.
김건희 '십상시' 논란의 강명구
강명구 의원은 김건희 씨의 '십상시'로 지목되자 강하게 반발했다. 윤석열 후보 메시지 담당, 대통령실 선임행정관, 국정기획비서관을 지낸 강 의원은 "김 여사를 공개행사에서 서너 번 인사한 것이 전부이며 전화번호도 모른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비서관, 선임행정관, 행정관 타이틀을 갖고 공적인 일을 하는데 어떻게 비선이 될 수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김대남 전 행정관이 자신을 '십상시'로 지목한 것에 대해 "명예훼손감"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선거법 위반의 '가벼운 처벌'과 조지연
강명구 의원과 함께 김대남 녹취록에 '십상시'로 거론된 조지연 의원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운동 기간 중 경산시청과 농업기술센터 등에서 83분간 21개 사무실을 돌며 공무원들에게 인사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150만원의 벌금을 구형했으나, 법원은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9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는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100만원에 못 미치는 처벌로, 결과적으로 조 의원은 국회의원 자격을 유지하게 됐다. 검찰 기소 단계에서 봐주기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공천 개입 의혹의 김은혜
김은혜 의원은 윤석열이 미국 바이든 대통령을 만난 직후 '바이든'을 '날리면'으로 발음해 물의를 일으켰던 당사자다. 김은혜 의원은 2022년 경기지사 후보 공천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개입 의혹이 제기됐다. 이준석 전 대표의 증언에 따르면, 김은혜 의원이 안철수 의원을 분당갑에 보내지 않으면 경기지사 선거에서 질 것 같다며 "징징댔다"는 이유로 윤 대통령이 안철수 의원의 분당갑 공천을 요구했다고 한다. 특히 당시 국민의힘의 전략은 안철수 의원을 인천 계양을에 보내는 것이었으나, 윤 대통령이 유승민 전 의원을 제치고 김은혜 의원을 경기지사 후보로 넣으며 시작된 일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천 통로로 지목된 이철규
이철규 의원은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 통로로 지목됐다.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은 "김건희 씨가 이철규 의원을 통해 공천에 개입했다"고 주장했으나, 이철규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서울의소리에서 보도된 전 대통령실 행정관의 발언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한 개인의 망상에 기초한 허구의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뉴탐사가 비리 의혹에 대해 질문하자 영장 집행 절차만 문제 삼으며 같은 말만 반복했다.
공천 개입 의혹의 김정재
김정재 의원은 2022년 포항시장 공천 과정에서 핵심 논란 인물이 됐다. 이준석 전 대표의 증언에 따르면, 김정재 의원이 포항시장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에 이준석은 직접 김건희 씨를 만나 확인에 나섰다. 당시 김건희 씨는 "김정재라는 사람을 모른다"고 했지만, 며칠 뒤 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에게 "김정재가 울고불고..."라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이 사건은 권성동 원내대표까지 난처하게 만든 큰 논란이었으며, 결국 당초 후보로 거론됐던 이강덕 시장이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강신업 당대표 출마 저지했던 강승규
강승규 의원은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으로 있던 지난 2023년 3월 전당대회에서 강신업 변호사의 당대표 출마를 막으려 한 인물이다. 강신업이 나오면 "김건희 여사가 소환되고 마이너스가 된다"며 지인을 통해 강신업의 출마를 저지했다. 더욱이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들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김기현 후보 지원 및 안철수 비방 메시지를 올린 사실도 드러났다. 결국 강신업은 예비경선 탈락했고, 안철수 측은 강 수석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CJ-삼성 인맥으로 얽힌 최은석
최은석 의원은 CJ 제일제당 사장 출신으로,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 후보자 자녀 인사 청탁 비리 의혹에 연루됐다. 당시 민주당은 박보균 후보자 둘째 딸의 CJ제일제당 채용 특혜 의혹과 관련해 최은석 당시 사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윤석열이 '수사하고 사면했던' 서천호
서천호 의원은 MB정부 시절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으로 윤석열 당시 특별수사팀장에게 수사를 받아 기소됐던 인물이다. 그는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가짜 사무실을 만들고 수사와 재판 대비용 허위진술을 준비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이례적으로 상고를 포기했고, 올해 2월 설 특별사면을 받아 공천을 받았다.
정동만 등 14명의 세금 유용 의심
지난해초 국민의힘 부산지역 의원 14명이 국회 정책개발비 3300만 원을 부산시당 산하 싱크탱크로 빼돌린 의혹이 제기됐다. 정동만 의원을 포함한 이들은 정책연구를 실제로 수행하지 않고도 마치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예산을 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지만, 이런 의혹을 받는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체포 영장 집행을 저지하겠다며 한남동 관저 앞에 나선 것은 자신들의 약점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발사주 연루된 정점식의 두얼굴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도 고발사주와 관련된 약점에서 자유롭지 않다. 대검 공안부장 출신인 정점식 의원이 당의 공식기구인 당무감사실에 고발장 초안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 의원은 "보좌관을 통해" 입수했다고 했으나, 보좌관은 "많은 제보 중 하나였다. 경로를 찾고 있다"며 모호한 답변으로 의혹을 키웠다. 이처럼 약점을 가진 정점식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막겠다며 한남동 관저 앞에 나선 것은 결국 자신의 처지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나경원의 '공소취소' 청탁 파문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치명적인 약점이 드러난 것은 지난 7월 국힘 전당대회 과정에서였다. 한동훈 전 장관이 직접 밝힌 바에 따르면 나경원 의원은 본인의 패스트트랙 국회 난동 사건에 대해 공소취소를 요청했다. 이는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위반이다. 중대범죄로 기소된 피고인이 처벌을 면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에게 로비를 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이처럼 권력형 비리 의혹에 휘말린 나경원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막겠다며 한남동 관저 앞에 나선 것은 본인의 위태로운 처지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기현 의원은 형제들의 비리 의혹이 제기됐으나 검찰이 덮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는 전광훈 목사를 "성경의 이사야와 같은 선지자"라며 추켜세우기도 했다. 김민전 의원 역시 전광훈 추종자로 분류되며, 현직 의원 중 가장 먼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오해 소지 생각하면서 관저는 왜 갔나
이들은 6일 관저 앞까지 갔으면서도 윤석열 대통령이 제안한 떡국을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거절했다. 관저 앞 집결 자체가 불법 소지가 있는 상황에서도 나섰지만, 정작 윤석열과의 직접 접촉은 피한 것이다. 이는 자신들의 행동이 불법이란 점을 인식하고 있었음을 방증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진보당은 이들 45명 전원을 내란선동, 공무집행방해, 범인은닉 혐의로 고발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저들은 한 달 뒤면 윤석열을 잊을 것"이라며 "얼굴 한번 비치는 게 중요해서 간 것"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