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정철승 죽이기'? 5년 구형의 허술한 근거와 법 형평성 논란

검찰이 정철승 변호사에게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5년형을 구형하면서 법의 형평성과 공정성 논란이 또 일고 있다.

사건 발생은 지난해 3월 2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한번호사협회 집행부 회식에 신임감사로서 참석했던 정철승 변호사는 저녁 9시쯤 동료 변호사 B와 함께 서초동 소재 와인바에서 2차 회동을 갖게 됐다. 이때 B가 A를 술자리로 불렀고, A씨는 오후 9시 20분경부터 동석했다. 정 변호사는 A씨를 이날 처음 만나 대화를 했다고 한다. 이날 2차 술자리는 B를 격려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로, 대한변협의 방향성 등의 논의하는 내용의 대화가 오갔다고 한다.  

그런데 이날 이후 A씨는 정 변호사에게 사과를 요구하더니, 같은 해 4월 10일 서초경찰서에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정 변호사를 고소했다. 이 사건은 결국 재판에 넘겨졌고, 검찰은 지난 6월 13일 정 변호사에게 징역 5년과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수강 내지 이수명령,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명령, 취업제한명령 5년을 선고해 달라고 구형했다. 

검찰은 대체 어떤 근거로 정 변호사에게 5년형이란 중형을 구형했을까. 지난 6월 13일 법원에 제출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김민정 담당 검사의 의견서를 입수한 결과,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받아들여 양형기준 보다도 과도한 구형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검찰 의견서에 기재된, 피해를 호소하는 A 씨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정 변호사가 친한 척 과자를 줘서 받아먹기는 했으나 좀 의아해했으며, 자신의 가슴을 만져 너무 당황해 아무런 행동을 하지 못했고, 일어날 때 피고인이 허리를 감싸 안아 자신 쪽으로 잡아당겨 피고인 옆에 있게 되었고, 너무 무서워서 먼저 나와 집으로 가게 되었다”

피해 호소인 A씨 주장

또 김민정 검사가 CCTV 영상을 토대로 확인했다고 적시한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A씨가 비스킷을 먹다 왼쪽 가슴에 떨어뜨리자, 정 변호사가 A씨의 가슴 부위를 누르는 듯한 행동이 확인됐다.

둘째, 정 변호사가 A씨에게 손을 달라는 제스처를 해 오른손을 내밀자, 약 10초간 주무르고 양손을 쓰다듬었다.

셋째. 귀가하는 과정에서 정 변호사의 왼손이 A씨의 등 쪽으로 향해 뻗었고, 그 직후 A씨의 허리 중심이 피고인 쪽으로 이동하면서 두 사람의 상체가 맞닿는 상황이 됐다.

뉴탐사도 같은 CCTV 영상을 입수해 자체 분석했다. CCTV 영상은 8분28초 짜리로 해당 영상의 화질을 높여 사건 발생 초기 수십 번을 돌려보며 분석했고, 검사의 의견서를 입수한 후 다시 CCTV를 확인하며 면밀한 분석 작업을 거쳤다.

쟁점1) A씨의 가슴 부위를 누르는 행위 있었나?

김민정 검사는 정 변호사의 손이 A씨 쪽으로 이동한 것이 확인됐으므로 A씨의 진술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A씨나 김 검사의 주장대로 정 변호사가 A씨의 가슴을 눌렀다고 볼만한 근거는 매우 희박하다.

우선 실제로 정 변호사가 무언가를 먹여주는 장면이 나온다. A씨는 이 음식을 오른손에서 왼쪽으로 옮겨 들면서 끊어 먹는다. 이후 정 변호사의 손이 A씨 앞으로 향하자,  A씨도 고개를 숙이고 무언가를 확인했다는 듯 털어내는 행동을 한다.

당시 정 변호사의 손 모양은 무언가를 잡으려는 듯 오므렸다가 테이블로 내려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때 손가락과 손 등은 아래쪽을 향하고 있다. 시선은 A씨의 가슴보다 더 아래쪽을 향하고 있다. 이때 무언가를 들어 올리듯 손이 살짝 위로 올라갔다가 A씨 앞에 놓인 컵이 살짝 이동하는 모습도 포착된다. 손으로 가슴을 찌르는 모습은 확인되지 않는다. 

김 검사는 CCTV 영상에서 컵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으나, 정 변호사가 A씨 앞에 놓인 컵을 치웠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뉴탐사의 분석 결과다. 영상의 화질을 높여 분석했을 때 컵이 꽤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때 정 변호가가 컵을 치우면서 ‘과자 부스러기가 떨어졌다’고 말해준 후, A씨가 인지했을 수도 있고, A씨 스스로 과자 부스러기가 떨어졌음을 인지해 털어냈을 수도 있다.

백번 양보해 정 변호사가 A씨의 옷에 묻은 과자 부스러기를 떼어내려 손을 뻗었다 하더라도 정 변호사가 선의를 가장해 A씨의 가슴을 고의로 찔렀다고 볼 수 있는 근거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쟁점2) 손을 10초간 주물렀다?

김 검사는 정 변호사가 A씨의 손을 건네받아 10초간 주무르고 만졌다고 적시했다. 또 이후로도 재차 손을 잡고 주물렀다고 봤다.

CCTV 영상을 살펴보자. 정 변호사가 A 씨에게 손을 달라는 제스처를 취하자, A 씨는 주저없이 자신의 손을 내민다. 정 변호사는 A씨의 손을 4초간 살펴보다 자신의 손과 함께 비교한다. 이때 정 변호사가 A씨의 손을 잡고 있던 시간은 약 5초에 불과하다. 손을 주무르는 행위는 없었다. 

이후 정 변호사는 A씨의 손을 놓고 자신의 손 모양을 살펴본다. 그러자 A 씨가 자신의 양 손을 정 변호사의 두 손 손등에 올리는 장면에 나온다.

이후 대화를 이어가다 다시 정 변호사가 손을 내미는 제스처를 취하자, A씨가 몸을 한 번 틀었지만, 바로 손을 정 변호사의 손 위에 올린다. 이때 정 변호사가 A 씨의 손을 잡고 있는 시간은 약 2초에 불과하다. 손을 잡고 있었을 뿐, 이때도 주무르고 만졌다고 볼만한 정황은 전혀 살펴지지 않는다.

"A 씨가 '남자들은 약지가 검지보다 길고 여자들은 반대인데, 자기는 남성적인 성향이라서 약지가 더 길다'라는 얘기를 해서 서로 손가락을 살펴봤을 뿐"이라는 정 변호사의 주장이 더 설득력 있다.

쟁점3) A씨의 허리를 끌어당겨 신체를 접촉했다?

김 검사는 정 변호사가  A씨의 등 부위 신체를 접촉하고 허리를 잡아 끌었다는 주장이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근거는 정 변호사가 A 씨의 등 뒤로 팔을 뻗었다는 정황 뿐이다. 

대화를 마친 후 서로 인사하는 과정에서 정 변호사는 A 씨에게 다가갔고, 팔이 A씨의 등쪽으로 뻗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이때 실제로 손이 A씨의 신체에 접촉했는지는 알 수 없다.

통유리로 된 트인 장소에 또 다른 동석자로 있었다 

이밖에 세 사람이 대화를 마치고 일어났을 때 A씨의 표정은 웃고 있었다. 대화 도중에는 박수를 치며 좋아하기도 했다. 당황스럽고 무서웠다는 사람의 표정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 사건 장소에는 A씨 외 또 다른 동석자(변호사)가 함께하고 있었다는 점, 정 변호사 일행이 앉은 자리 뒤쪽 전면이 통유리로 되어 있는 데다 커튼까지 젖혀 있고 뒤로 사람이 지나다니는 공개된 공간이었다는 점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할 지점이다. 

강제추행에 붙은 '치상'은 왜? 

강제추행치상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최소 강제추행 도중 상해를 입었음을 입증하는 진단서가 존재해야 한다.

강제추행치상 판례를 살펴보자. 술자리에서 한 남성이 마주보고 있는 여성을 지목하며 ‘나 오늘 저 여자 찍었다’고 말한 후 피해자의 옆으로 다가가 강제로 입을 맞추려 여성의 고개를 강제로 잡아 당겼다. 피해 여성이 전치 3주간의 상해를 입혔다며 강제추행치상을 주장했다. 1심은 이를 인정했으나 고등법원에서는 인정되지 않았다. 대법원도 추행은 있었다고 보면서도 상해는 인정하지 않았다. 평소 건강 상태나 생활기능 장애가 있었을 개연성에 무게를 둔 것이다.(강제추행치상 대법원 2017. 4. 7. 선고 2017도1286 판결)

진단서가 있다 하더라도 상해진단서의 객관성과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을 때는 그 증명력을 판단하는데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판시한 것이다. 

하물며 이 사건의 경우 상식적인 수준에서 살펴봐도, 검사가 어떤 근거로 상해까지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인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김 검사도 자신이 낸 의견서에 상해와 관련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못했다. 

또 성범죄 양형기준을 살벼봐도, 강간죄의 경우가 기본 2년6개월~5년형에 해당된다. 김 검사의 분석이 편파적임을 넘어, 구형도 양형기준과 법의 형평성을 벗어났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이 사건은 검사가 지난 6월 13일 5년형을 구형한 후, 7월 4일 선고하기로 예정돼 있었으나, 정 변호사측의 변론재개신청이 받아들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