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플러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BP패밀리' 실체 밝혀졌다

뉴탐사, 이정필 경위서·양경수 사실확인서 전문 입수...김건희 연루 정황 포착

2024-10-07 00:10:31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그룹인 'BP패밀리'의 실체가 8일 '취재플러스' 방송을 통해 새롭게 밝혀졌다. 뉴탐사는 그동안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던 BP패밀리 멤버 2명의 신원을 추적해 공개하고, 1차 주가조작 당시 주요 인물들이 작성한 문서들을 입수해 공개했다.


권오수가 주가조작범에게 건넨 15억 예치 계좌 주인, 김건희로 추정


뉴탐사는 먼저 1차 주가조작의 주포였던 이정필 씨의 경위서 전문을 공개했다. 이 경위서에는 주가조작의 전체적인 과정이 상세히 기술돼 있다.


이정필 씨의 경위서에 따르면, 2009년 11월 중순경 권오수 대표를 처음 만났고, 주가 관리를 제안받았다. 경위서에는 권오수가 100만 주를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15억이 예치된 '지인의 신한증권 계좌'를 건네주는 장면이 나온다.

▲이정필 경위서에 '15억이 예치된 자신의 지인'은 김건희로 추정된다
▲이정필 경위서에 '15억이 예치된 자신의 지인'은 김건희로 추정된다


이 '지인'이 바로 김건희 씨로 추정된다. 뉴탐사가 입수한 김건희 씨의 신한증권 계좌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2010년 1월에 총 17억 원어치를 순매수하고 2억 5천만 원어치를 매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약 15억 원 정도의 자금으로 계좌를 운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정필의 경위서에서 언급된 '15억이 예치된 지인의 신한증권 계좌'와 김건희 씨의 실제 거래 내역이 일치한다는 점에서, 권오수가 언급한 '지인'이 김건희 씨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이는 김건희 씨가 단순한 투자자가 아니라 주가조작에 직접적으로 관여했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는 증거로 볼 수 있다.


경위서는 또한 극악무도한 주가조작 방식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주식을 담보로 사채를 빌려 주가를 끌어올리는 방식이 사용됐다. 이정필의 경위서에 따르면, 2010년 3월 말경 권오수에게 "주가를 이렇게 놔두면 어떡하냐"고 항의하자, 권오수는 "걱정 말고 자신을 믿고 마무리하자"고 했다. 이에 이정필은 "담보를 제공하고 사채라도 사용하지 않으면 막을 방법이 없다"고 제안했고, 권오수는 양경수의 주식을 담보로 사채를 쓰라고 지시했다.


결국 이정필은 지인으로부터 10억 원을 차용하여 양경수의 주식 62만 주를 명동 사채에 맡기고, 20억이 예치된 증권 계좌를 받아 주식 매수를 진행했다. 이는 주가조작의 가장 위험하고 극단적인 방법으로, 불법성이 매우 높은 행위였다.


양경수 사실확인서, "김건희도 있으니 주가조작 하자" 발언 포함


양경수의 사실확인서는 김건희 씨가 주가조작에 깊이 관여했음을 더욱 명확히 보여준다. 2010년 1월, 양경수가 주식을 담보로 사채를 빌려 주가조작에 참여하기를 거절하자 권오수는 "김재희도 있고, 김건희도 있고, 다른 주주들도 있으니 하자"라고 말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전주 중 하나인 양경수 씨의 사실확인 진술서 중(2011.4.1)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전주 중 하나인 양경수 씨의 사실확인 진술서 중(2011.4.1)


이정필의 경위서와 양경수의 사실확인서를 종합해 보면, 가장 극악한 형태의 주가조작 방식이 논의되는 시기에 김건희의 이름이 언급되었음을 알 수 있다. 권오수는 주식을 담보로 사채를 빌려 주가를 조작하는 방식을 제안하는 과정에서 '김재희도 있고, 김건희도 있고, 다른 주주들도 있으니 하자'라고 말했다. 이는 김건희 씨가 단순한 투자자가 아니라 주가조작 공모의 핵심 주체 중 한 명으로 인식되고 있었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BP패밀리의 실체: 김건희 포함 5인방 정체 밝혀져


그동안 JTBC 보도를 통해 알려진 BP패밀리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김건희 씨,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 그리고 실명이 공개되지 않은 김모 씨와 이모 씨였다. 이번 방송은 이 미스터리한 인물들의 정체를 밝혀냈다.


뉴탐사의 추적 결과,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BP패밀리의 실체가 밝혀졌다. 김모 씨는 김인호로 확인됐는데, 그는 2007년 도이치모터스 유상증자 당시 4억 원어치의 주식을 배정받은 인물이다. 검찰 의견서에 따르면 김인호는 주가조작으로 25억 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모 씨는 이승근으로 밝혀졌다. 이승근은 서울대공원 스카이리프트 운영업체인 동일삭도 대표로, 검찰 의견서에서는 권오수와 '경제적 공동운명체'로 표현될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이승근 역시 주가조작으로 25억 원의 수익을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모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까지 불기소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김건희 씨와의 연관성 때문에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검찰, 김건희 연루 증거 확보하고도 불기소 방침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검찰이 이미 이 문서들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뉴탐사의 취재 결과 검찰은 2021년 9월, 대선 직전에 이 문건들을 입수했다. 검찰 의견서에 따르면, 이정필은 2021년 9월 23일 조사를 받으면서 권오수와 관련된 통화 녹취록을 제출하겠다고 약속했고, 9월 27일에 양경수 작성 사실확인서를 포함한 세 개의 문서를 제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김건희 씨에 대해 불기소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건희 씨가 주가조작 정황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고, 이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이정필 씨의 경위서와 양경수 씨의 사실확인서는 이러한 검찰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이번 문서 공개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특히 1심 재판부가 양경수의 사실확인서에 대해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며 피고인들의 진술과도 대체로 일치하고 있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점에서, 이 문서의 법적 증거능력도 인정받은 상태다.


이에 따라 검찰의 수사 의지와 향후 행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정치권의 대응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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