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의혹을 폭로했던 임필순이 5개월 만에 자신의 말을 완전히 뒤집었다. 5월 29일 뉴탐사와의 36분 통화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수양모'를 자처하며 대북송금과 북한 희토류 사업의 전말을 상세히 증언했던 임필순은, 이제일 변호사를 통해 보도한 기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며 자신이 내뱉은 말을 주워담으려 했다.
녹취록과 고소장이 보여주는 극명한 모순
쟁점 | 5월 29일 녹취록 | 10월 31일 고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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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와의 관계 |
"우리 조카"라고 지칭 김성태가 "스님", "어머니", "이모"라고 부름 김성태 가족사 상세 언급("아버지 임종 때도 형수 못 나왔을 때 돌아가셨다") 김성태를 매우 상세하게 파악("굉장히 순수한 애", "돈에는 엄청나게 깔끔해요") |
"과거 많은 이야기를 나눈 바 있었으나, 최근 서로 사이가 멀어졌다"고만 진술 구체적 관계나 친밀도에 대한 설명 없음 |
대북송금 및 사업 실체 |
북한 희토류 사업에 580억원 투자 상세 설명 장원테크 인수 시도 과정 구체적 진술 중국 사무실 개설 경위 설명 옥류관 한국 진출 계획 언급 "김정은이하고 미국하고도 잘 나가고" 등 북한 고위층과의 교감 암시 실제 내부자만 알 수 있는 구체적 정보 다수 포함 |
"위와 같은 내용은 모두 허위사실입니다"라고만 기재 36분간의 구체적 진술에 대한 개별적 반박 없음 허위라고 주장하는 근거나 실제 사실관계 제시 없음 |
이재명 연관성 |
"김성태는 이재명 얼굴 한번 본 적도 없고 통화도 안했다"고 단언 "경기도하고 하등 상관없는 애예요. 회사가 서울에 있지 경기도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요?" 이화영 전 부지사를 통한 연결 가능성도 명확히 부인 "쟤(김성태)가 좀 불리하게 되니까 그게 진실"이라며 오히려 진실성 강조 |
이재명 관련 진술 내용에 대해 구체적 반박 없음 단순히 "허위사실"이라고만 기재 이재명-김성태 관계에 대한 실제 입장 제시하지 않음 |
임필순의 고소장은 자신의 녹취 증언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특히 세 가지 지점에서 결정적인 모순이 발견된다.
첫째, 김성태와의 관계다. 녹취에서 임필순은 김성태를 "우리 조카"라고 부르며 친밀함을 드러냈고, 김성태도 임필순을 "스님", "어머니", "이모"라고 호칭했다. 김성태의 효심을 강조하며 "아버지 임종 때도 형수 못 나왔을 때 돌아가셨다"며 가족사까지 상세히 언급했다. 그러나 고소장에선 "과거 많은 이야기를 나눈 바 있었으나, 최근 서로 사이가 멀어졌다"며 관계를 축소했다.
둘째, 대북송금과 북한 사업의 실체다. 임필순은 녹취에서 "북한 희토류 사업을 위해 580억원을 투자했다"며 자금 흐름을 낱낱이 밝혔다. 장원테크 인수 시도와 중국 사무실 설립 과정, 심지어 북한 옥류관의 한국 진출 계획까지 내부자만 알 수 있는 정보들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특히 "그게 절대적인 재료인가 보더라고. 그러니까 그걸 이제 하려고 이제 김정은이하고 미국하고도 잘 나가고 우리나라도 만나고"라며 북한 고위층과의 교감까지 암시했다. 그러나 고소장에서는 "모든 내용이 허위사실"이라며 한 문장으로 일축했다. 36분간의 구체적 증언을 전면 부인하면서도, 왜 허위이고 어떤 부분이 사실이 아닌지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셋째, 이재명 대표와의 연관성이다. 임필순은 녹취에서 "김성태는 이재명 얼굴 한번 본 적도 없고 통화도 안했다고 하더라"고 단언했다. 더 나아가 "경기도하고 하등 상관없는 애예요. 회사가 서울에 있지 경기도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요?"라며 이화영 전 부지사를 통한 연결 가능성도 강하게 부인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임필순이 "그 얘기 지금 하면 안 돼요. 쟤(김성태)가 좀 불리하게 되니까 그게 진실이라고요"라며 김성태에게 불리한 내용임을 인정하면서도 진실을 말하겠다고 했다는 점이다. "내가 하는 말이 그거 지금 올가미 얽혀가지고 그물망에 씌여서 그러지만 그러지만 나중에 이실직고 다 해야 된다"는 발언까지 했던 임필순이 고소장에서는 이런 증언의 신빙성을 스스로 부정했다. 이는 김성태 측의 고소 이후 갑작스럽게 입장을 바꾼 것 아니냐는 의혹을 키우고 있다.
5개월간 극적으로 뒤바뀐 진술들
사건의 전개 과정은 더욱 의문을 키운다. 5월 29일 임필순이 뉴탐사에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의혹을 상세히 증언했다. 이후 10월 3일 김성태는 뉴탐사와의 인터뷰에서 임필순을 "자신이 어머니라고 부르는 7명 중 한 명이며, 홍성에 절을 소유하고 있는 분"이라고 밝혔다.
10월 28일 뉴탐사가 임필순의 폭로 녹취록을 단독 보도하자, 김성태 측은 즉각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임필순을 고소했다. 그리고 이틀 뒤인 10월 30일, 이낙연 지지자로 알려진 유튜버(백광현)와의 인터뷰에서는 임필순을 "모르는 사람"이라는 취지로 잘라 말했다. 이어 임필순도 뉴탐사를 고소하며 자신의 증언을 전면 부인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리고 11월 11일, 뉴탐사는 임필순의 조카 최형석이 쌍방울그룹 부회장이었다는 충격적 사실을 추가로 보도했다. 이 보도 이후 밀정 의심 유튜버들은 이를 보도한 뉴탐사 강진구 기자를 상대로 대대적인 공격을 시작했다. 검찰 수사의 신뢰성에 타격을 주는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자, 보도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임필순과 쌍방울, 이낙연 측이 유튜버들의 배후로 의심된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연이은 고소로 드러나는 진실 은폐 시도
두 건의 고소는 시기와 내용상 밀접한 연관성을 보인다. 김성태 측의 고소 직후 임필순이 다시 뉴탐사를 고소하는 형태로, 이는 자신의 증언을 체계적으로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제일 변호사가 작성한 고소장은 구체적 해명은커녕 기본적 사실관계 확인조차 생략했다. 36분에 달하는 녹취록의 구체적 증언들을 "모든 내용이 허위"라는 한 문장으로 부인했다. 이는 법률가의 기본적 주의의무마저 저버린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고소장은 서울중앙지검에 접수되었다가 현재 서초경찰서로 이송됐다. 이번 사건은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의혹이라는 중대 사안의 실체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했다. 핵심 증언자가 말을 바꾼 배경과 그 진실이 무엇인지,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과제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