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보도

인권위의 이중잣대: 15차례 압수수색 당한 언론사는 1년 방치, 내란 수괴는 '특급 보호

계엄 선포 11일 전 '국가조찬기도회' 참석한 안창호 위원장, 끝내 내란 수괴 편에 서다

2025-02-11 10:51:54

12.3 비상계엄 석달전인 지난해 9월 12일,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공안통' 검사 출신인 안 위원장을 직접 발탁한 지 한 달만이었다. 당시 대통령실은 "인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일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임명장 수여(2024.9.12)
▲윤석열 대통령,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임명장 수여(2024.9.12)


그러나 이후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안 위원장이 과연 '누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무차별 압수수색과 침묵의 인권위


2022년 8월부터 2023년 4월까지 더탐사는 15차례의 압수수색을 당했다. 김건희 쥴리 의혹과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보도한 후였다. 8개월 동안 평균 2주마다 한 번씩 검찰이 들이닥쳤다. 경찰은 단 한 번의 자료제출 요청도 없이 영장을 신청하면서, "자료제출을 계속 요구했으나 거부했다"는 허위 사실을 영장에 기재했다.


2023년 5월 9일, 더탐사는 대통령 부인 관련 의혹 보도에 대한 이러한 무차별적 압수수색이 "언론·출판의 자유와 취재원 보호권을 침해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이를 1년 1개월 동안 방치했다.


인권위 부실 조사의 실체


인권위는 2024년 6월 25일 더탐사의 진정을 각하하면서도 모순된 입장을 보였다. "압수·수색 대상이 언론인인 경우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출판의 자유가 최대한 존중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인권정책과에 검토를 지시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진정 각하의 이유로 "검찰의 영장 청구는 수사행위이고, 법원의 영장 발부는 재판에 해당해 조사가 부적절하다"는 형식적인 논리를 들었다. 이는 사실상 수사기관의 모든 강제수사에 대해 인권위가 손을 놓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진정인 측이 과연 어떤 정책 검토가 이뤄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1년이 넘는 조사 기간 동안 인권위가 생산한 문서는 고작 세 가지, ▲사건예비조사결과보고서(94KB) ▲정책과제 이관 진정사건 보고(53KB) ▲결정통지서(246KB)가 전부였다. 더구나 인권정책과의 실제 검토 내용을 담은 자료는 단 한 장도 없었다.


특히 인권위는 각하 결정 당시 "언론기관 및 언론인이라는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고 과도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발부할 경우 취재원 보호와 언론·출판의 자유, 국민의 알권리 등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하지만 이 역시 실질적인 후속 조치 없는 립서비스에 그쳤다.


처리 과정은 더욱 형식적이었다. 6월 25일 각하 결정을 내린 뒤 불과 사흘 만인 6월 28일 인권정책과로 이관했고, 그 이후 5개월이 지나도록 아무런 검토도 이뤄지지 않았다. 진정인 측이 7월 31일 정보공개를 청구했음에도, 인권위는 3개월 반이나 지난 11월 18일에야 이 부실한 문서들을 공개했다.


계엄 전야의 의문스러운 만남


그러던 인권위가 심상치 않은 행보를 보인 것은 계엄 선포 직전이었다. 2024년 11월 22일, 윤석열 대통령의 남미 순방 귀국 다음 날이었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했다.

▲12.3 내란 옹호자들이 주로 참석한 국가조찬기도회에 안창호 인권위원장도 참석했다(2024.11.22)
▲12.3 내란 옹호자들이 주로 참석한 국가조찬기도회에 안창호 인권위원장도 참석했다(2024.11.22)


이 자리는 이후 벌어질 사태의 전주곡이나 다름없었다. 특히 '특별기도'를 맡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11일 뒤 계엄 선포의 전면에 나선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제외한 참석자 상당수는 이후 계엄을 옹호하거나 내란에 연루된 인물들이었다.


중립적 위치여야 할 인권위원장의 이 자리 참석은 이례적이었다. '공안통' 검사 출신인 안창호는 지난해 8월 윤석열 대통령이 "인권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춘 인물이라며 직접 지명한 인사다. 그가 계엄 선포 전 마지막 공식 행사장에서 윤석열과 자리를 함께했다는 점은 이후 벌어진 사태와 맞물려 깊은 의문을 남긴다.


내란수괴 보호에 나선 인권위


2025년 2월 10일, 인권위는 충격적인 결정을 내린다. 내란 혐의로 탄핵 소추된 윤석열의 방어권 보장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안창호 위원장을 필두로 6명의 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특히 김용원 상임위원은 "계엄의 짧은 지속시간(약 2시간 30분), 총기 발사나 체포·구금이 없었다"며 내란의 심각성을 축소하려 했다. 헌정 질서 파괴 시도라는 본질은 외면했다.


인권위의 이중잣대: 언론사는 1년 방치, 내란 수괴는 즉각 보호


김건희, 윤석열, 한동훈 등 권력자들 관련 의혹을 보도했다가 15차례나 압수수색을 당한 언론사의 진정은 1년 넘게 방치하다 "조사 부적절" 이유로 각하했다. 반면 내란 혐의로 탄핵 소추된 윤석열의 방어권은 단 하루 만에 보장을 결정했다. 같은 인권위가 보여준 극과 극의 대응이다.


'공안통' 출신 위원장의 국가조찬기도회 참석부터 방어권 보장 결의까지, 인권위의 일련의 행보는 '인권의 최후 보루'라는 존재 가치를 무색케 한다. 전직 인권위원들의 지적처럼 "인권위가 윤석열 변호인단을 자처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결국 의문은 하나다. 과연 지금의 인권위는 누구의 인권을 위해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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