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직후 국회의장 공관에 잠입한 사복 군인들
뉴탐사가 단독 입수한 영상에서 계엄 체포조로 추정되는 사복조의 은밀한 작전이 포착됐다. 12월 4일 0시 47분, 즉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통과(새벽 1시경) 이전에 찍힌 영상이다. 국회의장 체포 가능성을 예상한 뉴탐사는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취재진을 국회의장 공관으로 급파했다.
권지연 기자는 두 대의 미니버스에서 12명 이상의 건장한 사복차림 남성들이 내려 공관 인근 빌라로 잠복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권 기자는 "공관 주변이 이상할 정도로 고요했고, 골목을 빠져나오자 기동대 차량이 즐비했다"며 "갑자기 도착한 미니버스에서 건장한 남성들이 우르르 내려 빌라 안으로 들어갔다"고 증언했다.
이날 국회 사무처가 공개한 CCTV 영상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된 이후 계엄군이 국회의장 공관에 나타난 장면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2차 계엄을 위한 준비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뉴탐사가 확보한 영상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통과 이전에 이미 사복 군인들이 공관 주변에 배치됐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들은 경계 근무를 서는 일반 군인들과 달리, 시민의 눈에 띄지 않도록 빌라 안으로 은신했다.
이는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이 처음부터 국회의장 체포를 통한 국회 기능 정지를 계획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국회의장 체포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자체를 무력화하려 했다면, 이는 명백한 국헌문란 행위가 된다.
산불 감시원? 밝혀진 국방부 해명의 허점
국방부는 "대통령 경호처의 요청으로 경계 강화를 위해 비무장 장병을 지원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채널A 기자가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공관 경호처 요청에 따라 경계 강화를 위한 목적이라고 해명하던데, 경호 목적이 아니라고 의심할만한 추가 정황이 있느냐"고 질문했다. 우원식 의장은 "계엄군이 국회를 침탈했는데 어느 모자란 국회의장이 그래 계엄군한테 신변을 보호해달라고 요청하겠느냐"며 반문했고, 국회사무총장도 "경호를 요청한 바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 경호처와 국회 경호처를 혼동한 이 대화는, 오히려 국방부 해명의 또 다른 문제점을 드러냈다. 대통령 공관과 국회의장 공관이 가까운 위치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대통령 경호를 위한 병력이 국회의장 공관 주변 빌라에 잠복해야 할 이유는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국회의장 공관 주변에 11명을 배치했다고 밝혔으나 뉴탐사 영상에는 12명 이상이 확인됐다. 특히 "사복 차림 2명은 산불 감시 요원"이라는 해명은 자정 시간대에 비상계엄 중인 상황과 전혀 맞지 않았다. 경계 근무라면 정복 착용이 당연한데도 사복 차림으로 은밀히 잠복한 점도 의문이다.
미 국무부 지지 선언 이후 돌변한 한덕수 행보
한덕수 권한대행의 태도는 미국의 전폭적 지지 표명 이후 급격히 변화했다. 미국 뉴욕 현지 시각 12월 19일,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이 "한덕수의 과도적 역할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힌 직후 한덕수 권한대행은 양곡법 등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며 강경 행보를 시작했다.
이어 21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서 리처드 롤리스 전 국방부 아태 안보 부차관은 "한덕수 정부가 이번 2개월간의 혼란 속에서 최선을 다하고, 대통령 권한대행 정부가 이 전환 기간 동안 안정을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이후에 새 정부가 들어오면,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관리할지가 문제"라며 진보 정부의 집권을 기정사실화하면서도, "이재명을 비롯한 야당 세력들은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며 혼란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정부 인사가 한국의 특정 정치인을 지목해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한덕수를 윤석열 정부가 구축한 한미일 삼각동맹의 안정적 관리자로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후 한덕수의 행보는 더욱 대담해졌다. 23일 경제6단체장을 만나 "기업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총리로서 죄송하다"며 유화적 제스처를 취했다. 24일에는 서울재팬클럽 간담회에 참석해 "일본 기업인들이 한국에서 걱정 없이 활동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수개월의 한시적 임기를 가진 권한대행이 장기적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특히 계엄 해제 직후 국정 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경제계 인사들과의 만남을 우선시하며 대통령급 행보를 이어갔다.
특검법 상정 거부하며 탄핵도 불사
한덕수 권한대행은 24일 내란특검법과 김건희특검법의 국무회의 상정을 전격 거부하며 "여야 합의안을 가져오라"고 요구했다. 이는 탄핵을 두려워하지 않는 강경한 태도로, 오히려 자신을 여야 중재자로 포장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민주당은 당초 24일로 예정했던 탄핵소추안 발의를 26일로 연기했다. 한덕수는 내란특검법에 대해 12월 31일까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거부권을 행사하면 탄핵은 불가피하지만, 한덕수는 이를 정치적 도약의 기회로 삼으려는 듯하다.
대권 도전 꿈꾸는 권한대행
계엄 해제 직후 국가적 혼란 속에서도 한덕수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극우 유튜버들은 '한덕수가 대한민국의 희망'이라며 띄우기에 나섰고, 태극기부대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한덕수 권한대행님은 대한민국의 희망"이라는 화환을 보냈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도 정치적 이해관계를 우선시하는 한덕수의 행보에 과거 주미대사 시절 쌓은 미국과의 관계가 든든한 배경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