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이재명 선거법 유죄판결 뒤집는 성남시 전 국장 증언 "국토부 압박에 부서 옮기고 싶다 했다"

백현동 용도변경 1심 판결 정면반박 "모든 간부가 압박 사실 알았다"

2024-11-28 01:14:28

"용도변경 담당 국장이 술자리에서 '국토부 압박이 너무 심해 다른 부서로 가고 싶다'고 털어놨습니다."
국토부 압박 당시 성남시 국장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은 이재명 대표의 백현동 용도변경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유죄판결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성남시 전직 국장의 증언을 단독 입수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성남시 교육문화환경국장을 지낸 A씨는 "모든 간부가 알고 있던 국토부의 압박을 법원이 제대로 보지 못했다"며 당시 상황을 생생히 증언했다.


전방위적 압박의 실체


"백현동 용도변경 문제는 매월 열린 간부회의에서 거의 빠짐없이 거론됐습니다. 국토부의 압박이 있었다는 건 모든 간부들이 알고 있었죠." A씨는 국토부뿐 아니라 안행부, 감사원까지 나서 전방위적 압박이 있었다고 밝혔다.


청와대발 압박의 실체


2014년 3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사생결단하고 밀어붙여라"며 성남시 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을 직접 지시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청와대는 대통령 주재회의, 국정과제비서관 회의, 국가정책조정회의 등을 통해 2013년 7월부터 9월까지 두 달 동안에만 35차례의 관련 회의를 열었다. 사실상 이틀에 한 번꼴로 성남시를 압박하는 회의가 개최된 것이다.


이어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는 성남시와 용도변경 관련 '월별 추진 일정'을 보고받으며 압박을 이어갔다. A씨는 "국토부 뿐 아니라 안행부, 감사원까지 나서서 '왜 안 해주냐'는 연락이 계속 왔고, 감사원은 감사를 거론하며 압박했다"고 증언했다.


▲박근혜 대통령 주재 회의 문건에 '성남시 식품연구원'​ 문제가 명시돼 있다.
▲박근혜 대통령 주재 회의 문건에 '성남시 식품연구원'​ 문제가 명시돼 있다.


▲2013년 7월 11일부터 9월 6일까지 이틀에 한 번 꼴로 박근혜 정부, 성남시 압박 회의​를 했음을 보여주는 자료
▲2013년 7월 11일부터 9월 6일까지 이틀에 한 번 꼴로 박근혜 정부, 성남시 압박 회의​를 했음을 보여주는 자료


▲감사원까지 동원된 성남시 압박 정황​
▲감사원까지 동원된 성남시 압박 정황​


여기에 총리실까지 가세했다. 2015년 1월 총리실은 "국정과제 추진 부진 시 직무태만으로 문책"한다는 지침을 하달했다. A씨는 "매년 오는 복무지침이지만, 당시 상황에서 저 문구는 명백한 압박이었다"며 "공무원들은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회상했다.


▲국무조정실 문건에 나온 "직무태만 문책"​
▲국무조정실 문건에 나온 "직무태만 문책"​


치밀했던 2015년 1월의 압박 공세


A씨의 증언은 2015년 1월 국토부의 압박 과정을 상세히 보여준다. 1월 18일 정승희 국토부 공공기관지방이전추진단장(국장)이 직접 식품연구원을 방문했다. 다음날인 19일 국토부는 전국 공공기관에 "종전 부동산 시설 관리 철저 및 조속 매각" 공문을 발송했다.


▲2015년 1월 26일 국토교통부가 성남시에 보낸 압박 공문(좌)과 1월 19일 공공기관에 발송한 공문(우)
▲2015년 1월 26일 국토교통부가 성남시에 보낸 압박 공문(좌)과 1월 19일 공공기관에 발송한 공문(우)


이어 식품연구원은 22일 3차 용도변경 입안제안을 했고, 26일 국토부는 성남시장 앞으로 "용도 변경 적극 협조" 공문을 보냈다. A씨는 '중앙부처가 협조해달라고 하면 무시할 수 없고, 법에 어긋나지 않으면 해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검찰 수사의 실체도 드러나


A씨는 검찰 수사과정의 충격적인 실상도 폭로했다. "한 공무원이 검찰 조사 후 얼굴이 사색이 됐다가, 검찰이 원하는 답변을 한 뒤에는 표정이 확 달라졌습니다." 불자회 모임에서 만난 다른 공무원도 "검찰에 불리한 진술을 하자 계속 불려다녔는데, 이재명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니 더 이상 부르지 않더라"고 털어놨다는 것이다.


연금 걸린 공무원들의 침묵


"대부분의 공무원이 퇴직 후 연금 문제로 검찰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인허가 담당 공무원들은 언제든 검찰에 걸릴 수 있어 다들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죠." A씨의 이 증언은 왜 많은 공무원들이 법정에서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는지 설명해준다.


실제 당시 상황은 공무원들에게 큰 부담이었다. "시장 말 안 들으면 바로 현장 징계, 중앙부처 말 안 들으면 나중에 불이익... 공무원들은 진퇴양난이었습니다." A씨는 이재명 시장이 "내가 책임질 테니 걱정하지 말라"며 공무원들을 보호하려 했고, 결국 R&D 부지 기부채납을 조건으로 한 용도변경이라는 절충안을 찾았다고 밝혔다.


판결의 치명적 오류


한성진 판사는 판결문에서 '성남시 담당 공무원들은 모두 국토부가 직무유기 문제를 삼겠다고 압박하거나 협박한 사실이 없다고 증언했다'고 썼지만, 실제 법정에서는 정반대의 증언이 나왔다. 성남시 공보관과 비서실장으로 일했던 A씨는 법정에서 '백현동 용도 변경을 해주지 않으면, 국토부 공무원들이 직무유기로 문제 삼을 수 있다'는 발언을 들었다고 명확히 증언했다. 판사가 실제 증언 내용을 의도적으로 누락한 것이다.


더욱이 이번 증언은 한성진 판사 판결의 또 다른 핵심 근거도 뒤집는다. 판사는 2015년 1월 성남시의 용도변경을 '자체 결정'으로 봤지만, A씨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이어진 압박의 과정을 무시한 채 2015년 1월만 떼어내 판단한 건 행정 현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문과 증언을 통해 드러난 중앙정부의 조직적 압박, 법정 증언을 의도적으로 누락한 판결문, 그리고 이를 은폐하려 한 검찰의 수사 행태는 항소심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은 리포액트 허재현 기자, 시민언론 민들레 김성진 기자, 시민언론 뉴탐사 김시몬 기자,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가 만든 권력 감시 공동 취재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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