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원전의 값비싼 수명연장 비용
원자력발전소도 수명이 있다. 특히 월성원전과 같은 중수로 원전은 압력관이라는 핵심 부품의 수명이 30년이다. 압력관은 마치 자동차의 엔진과 같은 역할을 하는데, 수명이 다하면 반드시 교체해야 한다. 월성원전에서는 이 압력관 채널을 교체하는 데만 3,600억 원이 들었다. 여기에 다른 낡은 설비들까지 교체하니 총 5,400억 원이 들어갔다. 이정윤 대표는 "월성 1호기의 수명을 연장하려면 약 2조 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이라며 "압력관과 380개 채널 등 주요 부품 교체에만 1조 2천억 원이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실한 안전성 평가의 실태
더 큰 문제는 원전의 안전성 평가다. 월성원전은 20년, 30년 전에 했던 안전검사 결과를 지금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이는 30년 된 자동차를 새 차처럼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름없다. 원전 수명연장을 위해서는 원래 설계수명이 끝나기 2~5년 전에 안전성 평가 보고서를 내야 했다. 하지만 최근 규정이 바뀌어 5~10년 전에도 낼 수 있게 됐다. 이정윤 대표는 "이는 현 정부 임기 안에 서둘러 수명연장을 승인받으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지진의 그림자, 위험에 노출된 도시들
월성원전 주변은 인구 밀집 지역이다. 반경 30km 안에 포항, 울산, 경주가 있다. 이 도시들의 총 인구는 수백만 명에 달한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지진 위험이다. 2016년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 이후 이 지역에 활성단층이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원전은 0.2g 강도의 지진까지 견디도록 설계됐지만, 더 강한 지진이 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원전 설비를 고정하는 앵커볼트의 30%가 지진에 견딜 수 있는 등급이 아니라는 점이다.
숨겨진 구조적 결함과 방사능 누출 위험
월성원전의 가장 큰 약점은 압력관 구조다. 지진이 나면 엔드피팅이라는 부분과 압력관이 연결된 곳에 엄청난 힘이 가해진다. 계산해보니 설계 기준의 999.9%나 되는 힘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안전 기준으로는 절대 허용될 수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캐나다에서 안전하다고 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나라에 도입됐다. 여기에 더해 사용후 핵연료 저장소에서는 이미 방사성 물질이 새어나가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있다. 수명을 연장하면 이런 문제들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원전 과잉의 경제적 모순
현재 우리나라는 전력이 남아돈다. 그런데도 위험을 무릅쓰고 노후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려 한다. 이정윤 대표는 "송전망 용량이 부족해 해상 풍력발전소도 가동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안전성도 확보하지 못하면서 경제성을 논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기후변화로 지진 위험은 계속 커지고 있어,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은 더욱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