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서울고법 "의혹 제기는 언론의 자유"...서빙고동 변사 보도 명예훼손 아니다

1심 "배상하라" 판결 뒤집어...강진구·최영민 승소, 정천수·열린공감TV는 1천만원 배상 확정

2025-01-14 11:03:58

서울고등법원이 수사의혹을 제기한 탐사보도를 명예훼손이 아닌 언론의 자유라고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 제13민사부(재판장 문광섭)는 서울 서빙고동 변사사건 유가족이 강진구·최영민 전 열린공감TV 기자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보도가 단순한 의견 개진이었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선고했다.


"윤석열도 외면한 죽음" 의혹 제기


2018년 3월 서울 서빙고동의 한 아파트에서 발견된 50대 사업가의 죽음을 경찰은 자살로 결론내렸다. 2021년 4월 열린공감TV는 '윤석열도 외면한 자(타)살' 시리즈를 통해 수사 과정의 허점을 지적했다. 보도는 사체에서 발견된 4개의 칼자상 위치가 일반적 자살 사례와 다르다는 점, 수직 낙하 혈흔과 손바닥 모양 혈흔이 자살로는 설명되기 어렵다는 점, 사체 위에서 발견된 천으로 감싼 몽둥이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제기했다.


유가족은 이 보도가 자신들을 살해 용의자로 지목했다며 정천수, 강진구, 최영민, 열린공감TV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 피고들에게 일부 패소 판결이 내려졌으나, 2심은 이를 뒤집고 강진구·최영민의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한편 정천수와 열린공감TV는 항소심 재판 불출석으로 1심 패소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부실 수사 지적은 정당"


2심 재판부는 "경찰이 사체 위에서 발견된 천으로 감싼 몽둥이를 내사결과보고서에서 언급조차 하지 않았고, 유서의 필적 감정도 즉시 진행하지 않았으며, CCTV 영상도 사건 당일 오후 2시 이후만 확인했다"며 수사의 미흡함을 인정했다.


또한 재판부는 "보도가 원고들을 살해자로 단정 짓지 않았다"며 "수사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의심스러운 정황을 나열했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탐사보도는 본질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고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천수, 재판 출석 포기로 패소 확정


주목할 점은 당시 보도에 참여했던 정천수 전 열린공감TV 대표의 이례적인 재판 대응이다. 정 전 대표는 1심에서 패소한 뒤 항소했으나, 실제 재판에는 두 차례나 출석하지 않았고 한 달 내 재판 재개도 신청하지 않았다.

제1심 공동피고 정천수, 주식회사 열린공감티브이도 피고들과 함께 항소를 제기하였으나, 위 제1심 공동피고들은 항소심에서 기일을 2회 해태한 후 1개월 이내에 기일지정신청을 하지 아니하였으므로 그 항소를 취하한 것으로 본다(민사소송법 제268 조 제1, 2, 4항 참조). 따라서 제1심 판결 중 위 제1심 공동피고들에 대한 부분은 분리․확정되었다.
서울고등법원 제13민사부 손해배상 사건 판결문 p.2

자신이 참여한 보도의 정당성을 입증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이를 사실상 포기한 것이다. 이로 인해 1심 패소가 그대로 확정됐고, 정 전 대표와 열린공감TV는 유가족에게 1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


이번 판결은 언론의 탐사보도가 어디까지 가능한지 그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특히 의혹 제기와 사실 주장은 다르며, 수사기관의 부실한 직무수행에 대한 문제 제기는 공익적 가치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해당 보도를 진행했던 강진구 기자와 최영민 PD는 2023년 10월 뉴탐사를 설립해 독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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