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김성태 전 회장도 '이재명과 마닐라 통화' 부인...임필순 증언 신빙성 높아져

수양어머니 '통화 안했다' 증언에 이어 김성태도 검찰 진술 번복...리호남 만남도 '당일→전날'로 바꿔

2024-10-30 00:26:08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의 핵심 증거로 제시됐던 '마닐라 통화' 진술이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다. 뉴탐사는 10월 3일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강진구 선임기자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을 단독 인터뷰한 녹취를 29일 공개했다. 전날 김 전 회장의 수양어머니 임필순 씨가 "이재명과는 얼굴도 본 적 없고 통화도 안 했다"고 증언한 데 이어, 당사자인 김 전 회장도 검찰 진술을 번복한 것이다.


'마닐라 통화'는 없었다


2시간여의 인터뷰에서 김 전 회장은 검찰에서 진술했던 '마닐라 통화' 사실을 부인했다. "만취한 상태에서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며 말을 돌리다가, "통화를 많이 했다"는 애매한 답변으로 바꾸었고, 결국 마닐라에서의 통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강진구 기자가 재차 확인 질문을 하자 "1월달에는 통화 기억은 있고, 마닐라에서는 정확한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강 기자가 "그때 증인 신문 기록을 보면 만취한 상태여서 기억이 없다고 하셨는데, 그러면 전화 통화를 했는지 안 했는지 기억이 있을 수가 없지 않나"라고 추궁하자, 김 전 회장은 더이상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공개 행사였던 마닐라 국제대회와 달리, 비공개 장소였던 심양에서의 통화만을 인정한 것이다. 이는 검찰 조사와 법정에서 "마닐라와 심양에서 두 차례 통화했다"고 진술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리호남 만남 진술도 엇갈려


북한 인사 리호남과의 만남 시점과 경위에서도 김 전 회장은 진술을 번복했다. 검찰과 법정에서는 국제대회 당일인 2019년 7월 24일 방용철 부회장이 리호남을 데리고 와서 호텔방에서 만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이번 인터뷰에서는 "대회 전날인 7월 23일, 중국에 있는 직원을 통해 내가 묵을 호텔과 방 번호를 알려주고 단둘이 만났다"고 진술을 바꿨다.


리호남과의 만남 방식도 달라졌다. 김 전 회장은 "중국 사람 명의로 개통된 휴대폰으로 연락했다"며 "혼자 왔다 갔다. 조용히 와요. 단둘이 만나요. 그래서 본 사람이 없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는 방용철 전 부회장이 최근 법정에서 "내가 직접 리호남을 데리고 와서 김성태 회장 호텔방까지 안내했다"고 증언한 것과도 맞지 않는다.


임필순 증언과 일치하는 진실


김 전 회장은 "1월달에 만나서 북한 돈 건네주면서 광물자원 개발 사업에 대해서 얘기했다"며 "스마트팜 때문에 만난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권유로 2018년 12월부터 대북사업을 시작했다는 1심 재판부의 판단과 시기적으로 일치한다.


하지만 임필순 씨는 완전히 다른 증언을 했다. 쌍방울이 2018년 7월부터 장원테크 인수를 추진했고, 이는 순전히 북한의 희토류 자원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이다. "희토류가 이북에 많다"며 "김정은이 미국과도 잘 나가고 우리나라도 만나던 시기라 사업 선점을 위해" 중국에 사무실까지 설치했다고 밝혔다.


특히 임필순 씨는 "이화영을 사외이사로 쓰다 보니까 이것저것 거쳤고, 그러다 평화부지사가 됐죠. 그러다 보니까 그냥 얽히고설켜가지고 이재명하고 연결이 된 것이 돼버렸지"라고 증언했다. 이는 이화영 전 부지사의 권유로 대북사업을 시작했다는 1심 판단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쌍방울측과 임필순은 내용에 대한 반박 못해


이창현 쌍방울 법무실장은 임필순 씨의 증언을 "뇌피셜"이라고 폄하했지만, 장원테크와 KH건설 인수 등 내부자만 알 수 있는 구체적 정보에 대해서는 반박하지 못했다. 임필순 씨도 방송 이후 강진구 기자에게 격한 반응을 보였으나, 정작 자신의 증언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구체적인 반박은 하지 않았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쌍방울의 주가 조작을 이재명 죽이기의 공작으로 뒤덮은 것을 입증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증언"이라고 평가했다. 이화영 전 부지사의 변호인단은 이번 보도 내용을 31일 결심공판에 앞서 법원에 증거로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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