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직전 정천수 전 열린공감TV(전 더탐사) 대표가 강진구, 최영민, 박대용 등 전 경영진을 상대로 13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씨는 소장에서 자신이 몰래 가입했던 월 1천만원 짜리 '경영자보험' 해지 책임을 전 경영진에게 전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뉴탐사가 입수한 소장에 따르면, 정천수 측은 "원고는 위 보험상품에 가입함으로써 절세의 효과를 누릴 뿐 재산상 어떠한 손해도 입지 않습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거짓말이다.
문제의 보험은 '삼성 간편경영인정기보험'으로, 경영자의 퇴직금 마련을 위해 흔히 가입하는 상품이다. 지난해 8월 당시 더탐사의 보도에 따르면, 이 보험은 2021년 10월에 가입됐으며, 보험 가입금액은 13억 원, 보험기간은 34년이었다. 월 보험료 1000만 원은 회사 자금에서 지출됐는데, 정천수 씨는 이미 월 급여 1천만 원을 받고 있었음에도 회사가 정천수 씨를 위해 월 1천만원 보험료를 추가로 지출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보험의 구조다. 현재 수익자는 법인인 열린공감TV로 되어 있지만, 피보험자는 정천수 씨 개인으로 지정되어 있다. 보험 약관에 따르면 피보험자의 동의로 수익자를 변경할 수 있어, 정 씨가 원하면 언제든 수익자를 자신이나 가족으로 바꿀 수 있는 구조다.
이 보험은 7년 후부터 연금으로 전환이 가능하며, 10년 후부터는 매년 15%씩 보장금액이 증액돼 34년 만기 시 최대 6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수령할 수 있다. 즉, 회사 자금으로 납입한 보험금을 정 씨 개인이나 그의 가족이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이다. 사실상 정 씨 개인의 노후를 회사 자금으로 보장받으려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정 씨가 이 보험의 성격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공개된 삼성생명 콜센터와의 통화 녹취에서 정 씨는 "임원 퇴직 시 법인 명의 보험 계약을 계약자 및 수익자를 임원으로 변경할 경우, 임원의 퇴직 소득으로 과세된다"는 설명을 듣고 이해했음을 인정했다. 이는 정 씨가 이 보험을 개인의 퇴직금 용도로 인식하고 있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이러한 구조와 정 씨의 인식은 회사 자금을 이용해 개인의 이익을 도모하려 했다는 의혹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천수 씨는 이 보험료를 계속 납입하지 않은 책임을 전 경영진에게 물어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다. 이는 적반하장을 넘어선 후안무치한 행태다.
게다가 정천수 씨는 13억 원 손해배상 소송의 주체가 본인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8월 22일 방송에서 정천수 씨는 분명히 소송 주체를 '저희'라고 언급했다. '저희'에는 정천수도 포함되어 있다. 현재 열린공감TV의 대표이사는 김희재지만, 정천수가 실질적인 대표라는 사실은 이미 노동위원회 부당해고 심리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는 정천수가 부당해고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회사의 경영 파탄에 대한 책임도 있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천수 씨는 이러한 책임을 회피하고 오히려 전 경영진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13억 원 손해배상 소송의 내용을 살펴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들로 가득하다. 법인카드 사용액 대부분을 손해배상액에 포함시키거나, 정천수로 인해 발생한 소송에서 회사가 사용한 비용을 손해배상액으로 청구하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내용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정천수 씨가 이 시점에서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하나는 부당해고 판정으로 궁지에 몰린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수원지법에서 막 시작한 주식 소송 항소심에서 변명 거리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소송을 통해 정천수 씨의 도덕성과 시민언론의 윤리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됐다. 향후 법정 공방을 통해 시민언론의 본질과 언론인의 윤리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열린공감TV가 정천수 사유물로 전락한 증거
정천수 전 대표를 위한 고액 보험 가입은 열린공감TV의 사유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피보험자를 정 전 대표 개인으로 하고, 그에게 직접 혜택이 가도록 설계된 이 보험은 시민언론의 본질을 훼손한다. 정상적인 회사라면 정천수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을 것이다. 이 사태는 열린공감TV가 이미 정 전 대표의 사유물이 되었음을 방증한다.
강진구 기자 등 전 경영진은 13억 원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증거로 철저히 대비할 예정"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들은 "정천수 씨가 자신의 부적절한 행위를 은폐하고 책임을 전가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다"며, "후안무치의 극치"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