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은 12월 3일 계엄 선포를 시작으로 본격화됐다. 윤 대통령은 12월 7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사과하며 자신의 임기를 당에 일임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진행된 탄핵소추안 1차 표결은 여당 의원들의 대거 불참으로 무산됐다. 표결에 참석한 여당 의원은 안철수, 김상욱, 김예지 의원뿐이었다. 김상욱 의원은 이때 반대표를 던졌으나, 이후 찬성 의사를 표명했다.
12월 10일에는 내란 상설특검법과 신속체포 요구안 표결이 있었고, 12일에 윤석열 대통령의 3차 담화가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선관위 습격 등과 관련된 혐의를 사실상 자백했다. 곧이어 12월 12일 법안 표결이 진행됐고, 14일 탄핵소추안 2차 표결이 실시됐다. 1차와 달리 이번에는 국민의힘 의원들도 표결에 대거 참여했다. 최종 표결 결과 찬성 204표, 반대 85표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특히 탄핵소추안 표결 이틀전인 12월 12일 내란 일반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에서도 86표와 85표의 반대표가 나왔는데, 이는 이틀 뒤 탄핵소추안 표결에서도 그대로 유지됐다.
'확신범' TK·PK 의원 55명...단 한번도 당론 이탈 없어
국민의힘의 내란수괴 윤석열 탄핵소추안 반대표 85명은 과연 누구일까. 탄핵소추안이 무기명 투표라 실명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의 투표 성향을 바탕으로 추정은 가능하다. 뉴탐사가 12월 3일 내란 이후 진행된 5개 법안의 표결 기록을 분석한 결과, TK(대구·경북)·PK(부산·경남) 의원 중심의 '일관된 반대파' 55명이 가장 먼저 포착됐다. 이들은 계엄해제 요구안부터 특검법까지 모든 법안에서 단 한 번도 당론을 벗어나지 않은 이른바 '확신범'이다.
'계엄 당일'과 '이후'의 극명한 대비...18명→12명으로 급감
12월 4일 새벽 계엄해제 요구안에서는 18명의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나 이후 12월 10일 내란 상설특검법과 신속체포요구안, 12일 내란 일반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으로 이어지면서 찬성표는 점차 감소했다. 특히 장동혁(충남 보령시서천군) 의원의 표결 행태는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장동혁 의원은 계엄해제 요구안에는 찬성했으나, 이후 법안들에서는 모두 반대로 돌아섰다.
30명의 '전략적 선회'...투표 패턴으로 본 정치적 계산
나머지 30명은 크게 5개 그룹으로 분류된다. 먼저 추경호(대구 달성군) 전 원내대표, 권성동(강원 강릉시)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 2명이다. 이들은 '불참' 또는 '반대'로 일관했다. 특히 추경호 전 원내대표의 경우 계엄해제부터 김건희 특검법까지 모든 법안에서 불참 입장을 고수하다가 탄핵소추안 표결 당일에 나타났다. 이는 친윤계의 결집을 상징하는 동시에 당내 반대파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찬성에서 반대로...11명의 극적인 선회
두 번째는 계엄해제 찬성에서 반대로 선회한 11명이다. 곽규택, 장동혁, 박정하, 박정훈, 서범수, 신성범, 정성국, 정연욱, 주진우, 김형동, 박수민 의원 등이다. 이들의 표결 패턴은 당내 기류 변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계엄 당시에는 민주주의 수호라는 대의에 동참했으나, 이후 법안들에서는 당의 결집된 입장을 따랐다.
기권에서 반대로...8명의 우회 전략
세 번째는 전략적 기권·불참에서 반대로 선회한 8명이다. 고동진(서울 강남구병), 권영진(대구 달서구병), 김기웅(대구 중구남구), 김미애(부산 해운대구을), 박성훈(부산 북구을), 이달희(비례대표), 이성권(부산 사하구갑), 김종양(경남 창원시의창구), 엄태영(충북 제천시단양군) 의원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초기에는 기권으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다가 결국 반대 쪽으로 돌아섰다. 특히 TK·PK 의원들이 다수 포함된 점이 눈에 띈다.
"추경호 혐의가 변수로"...진종오의 극적인 선회
탄핵 찬성에서 반대로 돌아선 진종오(비례대표) 의원의 사례는 이번 탄핵안의 특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당초 탄핵 찬성 입장을 보였던 진종오 의원은 "추경호를 지키자"며 투표 직전 반대쪽으로 기울었다. 이는 탄핵소추안에 포함된 "국민의힘의 원내대표 추경호 의원이 계엄해제 요구 결의안 의결을 방해하였다"는 대목이 의원들의 표결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준다. 불과 3일 전까지 자신들의 원내대표였던 인물의 혐의가 담긴 탄핵안에 대한 찬성을 국민의힘 의원들이 선뜻 선택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당론 형성 과정의 핵심, 중진 5인방
네 번째는 당론 추종파 5명이다. 김은혜(경기 성남시분당구을), 송석준(경기 이천시), 조은희(서울 서초구갑), 주호영(대구 수성구갑), 조정훈(서울 마포구갑) 의원이 여기 속한다. 이들은 불참이나 반대로 일관하면서 당론 형성의 한 축을 담당했다. 특히 수도권 중진들의 움직임은 다른 의원들의 표결 향방에도 영향을 미쳤다.
배현진과 우재준은 반대로 기운 듯
마지막으로 '공개 반대' 그룹의 배현진(서울 송파구을), 우재준(대구 북구갑) 의원 2명이 있다. 배현진 의원은 초기에는 표결 참여 의사를 밝히며 탄핵 찬성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하루 만에 "찬성이나 반대 의사를 표시한 적이 없다"며 한발 물러섰다. 배현진 의원은 비록 찬반 어느쪽이라고 밝히진 않았으나 "이재명에 나라 넘기는 선택 없다"라고 밝혔기 때문에 반대로 기운 것으로 추정된다. 우재준 의원의 경우 이전 특검법에는 찬성했으나 탄핵소추안에서는 반대로 돌아서며 친윤계 결집에 힘을 보탰다.
'소신파' 6명의 끝까지 간 선택
한편, 소신 표결자들의 향방도 주목된다. 계엄해제 요구안 참석 후 1회 이상 소신 표결을 했던 12명 중에서는 김상욱(울산 남구갑), 김재섭(서울 도봉구갑), 조경태(부산 사하구을), 한지아(비례대표) 의원이 끝까지 탄핵 찬성 입장을 지켰다. 계엄해제 당시 불참했으나 이후 1회 이상 소신 표결을 한 의원 중에서는 김예지(비례대표), 안철수(경기 성남시분당구갑) 의원이 찬성 입장을 고수했다.
친윤·친한 갈등 넘어선 '자당 보호 본능'
주목할 만한 점은 이 같은 85명의 반대 움직임이 한동훈 대표의 탄핵 찬성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는 12.3 내란 이후 당내 친윤·친한 갈등이라는 변수를 넘어 자당 이기주의로 더욱 똘똘 뭉치는 경향이 뚜렷해졌음을 보여준다. 특히 불과 3일 전까지 자신들의 원내대표였던 추경호의 혐의가 담긴 탄핵안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결집을 더욱 강화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 계엄 당시 18명이었던 찬성파가 결국 6명으로 줄어든 것은 이러한 당내 역학관계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