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당일 F4회의를 둘러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짓말이 시간대별 분석을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계엄문건 열람 시점을 회의 후반으로, 나중에는 계엄 해제 이후로까지 미뤄 진술하면서 내란 가담 의혹을 피하려 했던 정황이 포착됐다.
거짓말로 얼룩진 시간대별 진술
12월 3일 오후 10시 30분,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했다. 최상목은 이후 윤석열과 단독 면담을 가졌고, 계엄문건을 전달받았다. 그런데 이 계엄문건을 언제 봤느냐를 두고 최상목의 진술이 세 차례나 바뀌었다.
첫 번째 진술에서 최상목은 "F4회의 시작 직전 차관보에게 계엄문건을 전달했다"고 했다. F4회의가 11시 40분에 시작된 점을 고려하면, 문건을 받자마자 곧바로 차관보에게 전달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대통령이 건넨 중요 문건을 읽어보지도 않고 바로 전달했다는 이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두 번째 진술에서는 "12월 4일 0시 40분 회의 종료 무렵 차관보가 알려줘서 봤다"고 말을 바꿨다. F4회의가 끝날 때까지 계엄문건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F4회의에서 결정된 '무제한 유동성 공급' 내용이 계엄문건의 내용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이 진술의 신빙성도 떨어진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세 번째 진술이다. 국회에서 최상목은 "1시 6분 계엄 해제 결의 후 차관보가 알려줘서 봤다"고 또다시 말을 바꿨다. 계엄이 해제된 후에야 계엄문건을 봤다는 것이다. 내란 가담 혐의를 피하기 위해 문건 열람 시점을 계속 뒤로 미루는 모습이다.
보도자료 시점 불일치의 미스터리
기재부 자금시장과장은 핵심 증거를 숨기려 했지만, PDF 파일의 생성 시각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과장은 처음에 "12시 28분에 금감원 실무자가 최봉석 사무관에게 카카오톡으로 보도자료를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재부 홈페이지에 게시된 PDF 파일의 생성 시각은 12시 22분. 보도자료를 전달했다는 시점보다 6분이나 앞선다.
이에 대해 자금시장과장은 "PDF 변환과 메일 전송, 내부망과 외부망 문제로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는 더 큰 모순을 드러낸다. 한글(HWP) 문서를 PDF로 변환하는 것은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작업이다. 더구나 은행연합회의 전산망이 그렇게 열악할 리도 없다.
결정적으로 보도자료 파일의 작성자가 'bongseok87'로 표시돼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 실무자가 작성했다는 주장이 거짓임이 드러난 것이다. 기재부 과장은 나중에는 최봉석 사무관이 작성했던 문서를 가져와 덮어쓰기 방식으로 작성해 작성자가 bongseok87로 보이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F4회의는 11시 40분에 시작해 12시 40분에 끝났다. 그런데 회의 결과를 담은 보도자료가 회의 종료 18분 전인 12시 22분에 이미 완성돼 있었다. 이는 F4회의가 사전 각본에 따라 진행됐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결국 자금시장과장의 말바꾸기는 이 같은 사전 준비 정황을 감추기 위한 시도였던 셈이다.
이복현-정진석 라인의 수상한 행보
검사 출신인 이복현 금감원장은 계엄 당일 오후 독일 금융감독원 부원장과의 면담까지 취소하며 갑자기 조퇴했다. "개인적 사정"이라는 애매한 설명만 내놨다. 국회에서는 "계엄 사실을 11시쯤 TV를 보고 처음 알았다"고 진술했지만, 그의 부하직원인 금감원 실무자가 F4회의 전에 이미 은행연합회에 나타나 보도자료 작성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윤석열의 최측근 검사 출신인 이복현이 계엄 관련 사전 정보를 입수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금감원 실무자가 F4회의 보도자료 작성에 참여했다는 것은 이복현이 계엄 관련 정보를 미리 알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접은 문건'과 '누군가'의 정체
최상목은 계엄문건 관련성을 부인하기 위해 "대통령이 문건을 접어서 줬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대통령이 직접 전달하지 않았고 "누군가"를 통해 받았다고 진술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당시 정진석 비서실장이 대통령실에 함께 있었다고 증언했지만, 최상목은 끝까지 정진석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건넨 중요 문건을 읽어보지도 않고 부하 직원에게 전달했다는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계엄 상황에서 대통령이 전달한 문건을 확인도 않고 넘겼다는 것은 더욱 설득력이 떨어진다.
'무제한 유동성 공급'으로 드러난 내란 가담
F4회의에서 결정된 '무제한 유동성 공급'은 계엄 세력의 자금줄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조치였다. F4회의가 개최된 시점은 계엄이 선포된 직후다. 이 시기에 무제한 유동성 공급을 결정했다는 것은 계엄 세력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표명한 것과 다름없다.
최상목이 계엄문건을 사전에 보고 이 회의를 주도했다면, 이는 명백한 내란 가담이다. 바로 이 때문에 계엄문건 열람 시점을 계속 뒤로 미뤄 진술했을 가능성이 높다. F4회의 보도자료가 회의 종료 전에 작성됐다는 사실은 이 회의가 사전에 준비된 '내란 공모의 장'이었음을 방증한다.
검찰 수사 필요성 대두
현재 계엄문건의 존재와 내용을 아는 인물은 정진석 비서실장, 최상목 권한대행, 윤인대 차관보 세 사람이다. 여기에 윤석열의 최측근인 이복현 금감원장까지 계엄 사전 모의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시간대별 분석 결과 드러난 진술 번복과 보도자료 작성 시점의 미스터리는 이들의 내란 가담 정황을 강하게 시사한다. 검찰은 최상목의 진술 번복, F4회의 보도자료 사전 작성, 이복현의 갑작스러운 조퇴와 금감원 실무자의 참여 등에 대해 철저한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