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단독] '윤 40%' 여론조사업체, 알고보니 여론조작 단골
윤 40% 지지율 여론조사 문항 살펴보니 '편파'
체포영장은 '불법', 선관위는 '부정선거'로 표현
전광훈 자유통일당 6% 수상한 조사도 살펴보니
문항에 "이재명 조국, 범죄 세력 심판" 넣고 조사
야 성향 중도이탈 유도…보수 과표집 벌어지도록
여조업체 사장 "조사 의뢰가 오면 받을 뿐" 변명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40%'라는 '갑툭튀' 여론조사 결과를 이끌어낸 한국여론평판연구소의 설문조사 문항이 논란입니다. 민주당 등 야권 성향 국민들이 설문 과정에서 중도 이탈하게 만들 만한 질문을 의도적으로 집어넣고, 보수 과표집이 벌어지도록 유도한 것 아니냐는 의심입니다.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팀은 이 회사가 지난 2022년부터 2025년 1월까지 실시한 공표 여론조사 70여건의 설문 문항을 전부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윤석열 40% 지지율' 조사 외에도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자유통일당(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극우정당) 6% 지지율"이라는 역시 '갑툭튀스런' 결과를 이끌어낸 조사 등에서도 이 업체가 보수 과표집에 도움될만한 설문 문항을 의도적으로 삽입한 흔적이 확인됐습니다. 극우 유튜브 <고성국TV>가 의뢰한 조사에서 이러한 흔적은 도드라졌습니다. 난립하는 여론조사 기관들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자유통일당 사표논란 잠재우려 '6% 지지' 여론조사 조작했나
알려졌다시피 윤석열 40% 지지율이 나온 여론조사문항은 '편파 끝판왕' 수준이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에 대한 불법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수처가 현직 대통령을 강제 연행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산시스템의 해킹 및 부정 선거 가능성에 대한 의혹 해소를 위해, 선관위 선거시스템 공개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련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행위에 대해 처벌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라는 음모론성 질문을 잇따라 제기하면서,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국민들은 중간에 전화를 끊을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는 인상입니다.
지난해 4월7일 언론들은 일제히 "자유통일당 비례 지지율 6% 나왔다"는 보도를 한 적 있습니다. 실제 6%대가 나오면 국회의석 3석도 가능해지고 자유통일당 비례후보 2번을 받은 윤석열 측근 석동현 변호사마저 당선권에 드는 등 '자유통일당 사표 논란'을 일거에 잠재울 수 있는 놀라운 수치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한국갤럽 등 조사에서 자유통일당은 2%대 지지율에 그쳤고, 실제 선거결과도 자유통일당은 2.26%를 얻었습니다. 그렇다면 '자유통일당 비례 지지율 6%' 보도는 어떻게 나온 것이었을까요.
역시 한국여론평판연구소의 여론조사결과였습니다. <고성국TV>가 의뢰하고 한국여론평판연구소가 2024년 4월4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문제의 '자유통일당 6% 지지율'이 나왔습니다. 이 조사에서는 ‘내일이 선거일이라면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에서 어느 정당에 투표하시겠습니까’라고 물은 뒤 곧장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 대한 여야의 다음 주장들 가운데 가장 공감이 가는 주장은 무엇입니까?' 라고 묻는데 문항 내용이 터무니 없습니다. △'이재명, 조국 범죄 세력의 심판 주장이면 O번',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주장이면 O 번' 이라는 식의 상당히 논란이 될만한 문구들을 객관적 주장처럼 설명하면서 여론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보수 과표집을 노리는 조사 문항을 의도적으로 만든 뒤 자유통일당 6% 라는 지지율을 억지로 끌어낸 것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검찰 기소된 이재명 대표의 당대표직 유지” 집착하듯 질문, 왜?
한국여론평판연구소는 유독 <고성국TV>와 <뉴데일리> 같은 극우매체와 여론조사 작업을 자주 벌였는데 <고성국TV> 의뢰 설문조사는 그 문항이 낯뜨거울 정도로 편향적 시각을 담은 내용들이 대량 발견되었습니다. 2023년 4월2일 <고성국TV> 의뢰 설문조사 문항을 보면 이 업체는 "윤 대통령이 최근 한 일 가운데 가장 잘 한 일은 무엇이냐"고 물은 뒤 '△북한 도발에 대한 한미일 공조 대응이면 O번, 미래를 위한 한일관계 개선 노력이라면 O번, △불법 노조행위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라면 O번'의 보기를 들었습니다.
이어 민주당에 대해서는 "그렇다면 제1 야당으로서 민주당이 최근 가장 잘 한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고 물은 뒤 '△검찰 기소된 이재명 대표의 대표직 유지 결정이라면 O번' 이라는 문항을 넣었고, 다시 "그럼 제1 야당으로서 민주당이 가장 잘못한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고 물은 뒤 또 '△검찰 기소된 이재명 대표의 대표직 유지 결정이라면 O번' 이라는 문항을 집착하듯 넣었습니다. 마치 이재명 대표가 검찰에 기소됐는데 당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주장을 퍼뜨리는 데 초점이 맞춰진 여론조사로 의심될 정도였습니다.
<고성국TV>가 2023년 8월6일 의뢰한 여론조사도 편파적 문항들로 가득했습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논란 관련헤서 이 업체는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 문제 해결을 위해, 여당과 야당이 노선검증위원회를 구성해 전문가들로 하여금 최적의 노선을 정하게 한 뒤 고속도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며,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이라는 정보를 아예 누락하고 문제의 본질을 희석화 했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이어진 다음 질문은 '이재명 대표가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고, 이어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남은 생애 기간에 비래해서 투표권을 주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빚고 있는데,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하는 등 민주당에 대한 비판 여론을 조성하는 데에 치중하는 듯한 인상이었습니다.
보수층 '하우스 이팩트' 효과? '여조 라이팅'이 목적?
한국여론평판연구소가 진행하는 여론조사의 보수 과표집 현상은 점점 심해지는 인상입니다. '윤석열 지지율 40%'를 끌어낸 지난 1월3일~4일 조사 때는 '진보 201명, 보수 262명'의 응답자가 나왔는데(무선 RDD를 이용한 ARS 여론조사, 응답률 4.7%, 표본크기 1000명), '윤석열 지지율 46%'를 끌어낸 1월10~11일 조사 때는 '진보 210명 보수 337명' (무선 RDD를 이용한 ARS 여론조사, 응답률 7.7%, 표본크기 1002명) 으로 보수가 진보보다 13%p나 과표집됐습니다. 한국여론평판연구소가 보수진영에 유리한 여론조사를 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보수진영 내에서 '하우스 이팩트' 현상이 벌어진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입니다. 여론조사가 아니라, 여론조사를 통한 '보수층 결집(여조 라이팅)'이 목적이었을까요.
한국여론평판연구소는 현경보 <SBS> 출신 기자가 이끌고 있습니다. 현경보 대표는 선거 때마다 국민의힘 후보 계열로 분류돼 언론에 이름을 오르내렸고 그가 과거에 쓴 에스엔에스(SNS)글들을 확인해 보면 "민주당의 반값등록금 정책을 비판"하거나 "민주당 지도부를 봉숭아학당이라고 비유"한 기사를 공유하는 등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직원은 1-2명 정도로 초미니 조사업체인데, 특이한 것은 신창운 한국여론평판연구소장이 토론회(2024년 10월31일 국회 토론회)에서 ‘명태균 방지법'을 반대하는 주장을 펴거나, 한국갤럽이 '윤석열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졌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자 이를 보도하는 언론을 비판하는 칼럼을 2024년 2월 한 매체에 기고한 이력 등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창원지검의 명태균 수사보고서를 보면, 명태균과 고성국씨는 오래 전부터 관계가 두터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명태균씨가 PNR 업체를 활용해 여론조작을 시도한 것처럼 고성국씨가 한국여론평판연구소를 활용해 여론조작을 지속적으로 시도해온 것은 아닌지 의혹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워치독>팀은 현경보 대표를 직접 찾아가서 반론을 들으려 했지만 성의 있는 답변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현 대표는 9일 △'최근에 문제가 된 윤석열 지지율 40% 조사의 설문문항은 누가 만들었냐'는 질문에 “고성국TV 등에서 보내온 설문 문항을 받아서 내가 최종적으로 다듬었다”고 설명했고 △'내란 세력 등의 주장만을 담은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변했습니다. △‘고성국TV 의뢰 작업이 유독 많은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는 “조사 의뢰가 오면 받을 뿐이다. 당신(기자)도 의뢰하라”고 답했습니다. 현 대표는 기자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고 문을 잠근 채 오랫동안 나오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