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검찰의 증거 은폐 의혹이 새롭게 제기됐다. 뉴탐사는 19일 이재명 대표의 공소유지를 맡았던 임아랑 검사를 직접 만나 '증거 은폐'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검찰의 증거 은폐 추궁에 "공보관실에 문의하라" 일관
뉴탐사는 이재명 대표의 공소유지를 맡았던 임아랑 검사를 서울중앙지법 법정 앞에서 직접 만나 7분간 추궁했다. "국토부 지시 공문을 받고 용도변경을 했다는 이재명 대표의 발언을 왜 공소장에서 뺐느냐"는 질문에 임 검사는 "길을 막으시는 거예요?"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생사람을 잡은 것 아니냐", "검사가 공익의 대변자라면서 정권의 이익을 대변한 것 아니냐"는 거듭된 추궁에도 임 검사는 "공보관실에 문의하라"는 말만 반복했다. 공소장 작성 과정에서 핵심 증거를 의도적으로 누락했다는 의혹에 대해 실질적인 해명을 하지 못한 것이다.
검찰과 재판부가 놓친 핵심 공문들
한성진 판사는 판결문에서 국토부의 압박 공문을 어떻게 평가했을까. 아래 판결문을 보자.
뉴탐사는 국토부 정보공개 목록을 분석해 2015년 1월 한 달간 국토부 종전부동산기획과의 공문 목록을 입수했다. 담당자는 추성훈 주무관이었으며, '종전부동산 감정평가 및 매각추진' 관련 공문들이다.
재판부는 "1월 26일 공문은 식품연구원의 제3차 입안제안 직후여서 압박으로 볼 수 없다"며 이재명 대표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국토부 정보목록에 따르면, 1월 9일 '종전 부동산 매각 추진 촉구' 공문(52번)과 1월 19일 '종전 부동산 시설 관리 철저 및 매각 조속 매각 협조 요청' 공문(118번)이 추가로 발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공문들은 국토부가 "공공기관 이전 관련 지자체 협조를 독려 중"이라고 밝힌 1월 6일 보도자료 직후 발송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015년 1월 국토부 종전부동산기획과 공문 목록
담당자: 추성훈 주무관 / 단위과제: 종전부동산 감정평가 및 매각추진
- 1월 5일 (종전부동산기획과-16)
종전부동산 감정평가 및 매각추진 현황자료 요청 - 1월 6일
국토부 보도자료 "공공기관 이전 지자체 협조 독려중" - 1월 9일 (종전부동산기획과-52)
종전부동산 매각 추진 촉구 → 판결문에 언급 없음 - 1월 19일 (종전부동산기획과-118)
종전부동산 시설관리 철저 및 조속 매각 협조요청 → 판결문에 언급 없음 - 1월 22일
식품연구원, 제3차 입안제안 (준주거지역 변경 요청) - 1월 26일 (종전부동산기획과-158)
종전부동산 용도변경 등 협조 요청 → 용도변경 설명 과정에서 누락 - 1월 27일 (종전부동산기획과-179)
2015년도 종전부동산 투자설명회 개최 등 매각홍보 용역 과업지시서 - 1월 29일 (종전부동산기획과-201)
용역 계약 의뢰(투자설명회 개최 등 매각홍보)
성남시-국토부 갈등의 시작
성남시와 국토부의 갈등은 2014년 말부터 본격화됐다. 성남시는 11월 17일 국토부에 용도변경이 의무사항인지 질의했고, 국토부는 12월 9일 "혁신도시법상 의무사항이 아니다"라고 회신했다. 이에 따라 성남시는 12월 18일 식품연구원의 2차 입안제안을 반려했다.
그러자 국토부는 2015년 1월 들어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추성훈 당시 주무관이 작성한 세 차례의 연이은 공문 발송 이후 1월 22일 식품연구원이 3차 입안제안을 제출했다. 주목할 점은 한성진 재판부의 판결문에는 1월 26일 공문만 언급될 뿐, 그 이전에 발송된 1월 9일과 19일 공문은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재판부가 국토부의 실제 압박 강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이재명 유죄 판결문에 따른 타임라인
- 10월 1일
국토부, "종전부동산 매각 관련 협조요청" 공문 (3차) - 11월 17일
성남시, 국토부에 용도변경 의무 여부 질의 - 12월 9일
국토부, "혁신도시법 제43조 제6항에 따른 의무사항 아님" 회신 - 12월 18일
성남시, 제2차 입안제안 반려 - 1월 22일
식품연구원, 제3차 입안제안 (준주거지역 변경 요청) - 1월 26일
국토부, 성남시에 "용도변경 민간매각 협조" 공문(4차) → 판결문에서 무시 - 3월 20일
이재명 시장, 제3차 입안제안 방침결재
2014년
2015년
"이런 지시공문이 다시 와서"... 이재명의 국감 발언 사실이었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이재명 대표가 국정감사에서 "이런 (국토부) 지시 공문이 다시 와서 저희가 불가피하게 용도는 바꿔주는데, 그냥은 못해주겠다고 해서 R&D 부지를 취득했다"고 진술한 점이다. 실제로 국토부는 1월 9일과 19일에 이어 26일에도 공문을 발송했다. "종전 부동산 활용용도 제한 등으로 매각에 어려움이 있다"며 "도시계획 규제 해제"를 요구한 것이다.
이는 용도변경이 성남시의 자율적 결정이 아닌, 국토부의 반복된 압박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보여준다. 특히 1월 26일 공문은 처음이 아닌 '다시' 온 것이었다는 점에서, "지시 공문이 오지 않았다면 용도변경을 해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재명 대표의 발언은 사실이었던 셈이다.
정승희 전 국장 "딴지 거는 성남시에 보낸 공문"
정승희 전 국토부 국장은 뉴탐사와의 인터뷰에서 "성남시가 딴지를 걸어서 공문을 보냈다"며 실토했다. "공공기관들이 이전을 못하면 안 되는데, 시에서 자꾸 딴지가 걸리니까 국토부에서 계속적으로 협조 요구를 촉구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는 국토부가 조직적으로 압박을 가했음을 시사한다.
그런데 우리 입장에서는 그 기관들이 이전을 못하면 안 되잖아요. 저기 뭐야 지방의 혁신도시에 그 땅을 확보를 해놨는데 그거를 매입을 하고 거기다가 신청서를 줘야 되는데 돈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빨리 이전을 촉구를 했는데 이전 촉구가 (성남)시에서 자꾸 딴지가 걸리니까 국토부에서 중앙에서 그거를 관장하는 입장에서는 계속적으로 협조 요구를 촉구할 수밖에 없는 거죠.정승희 전 국토부 기획국장(2023.9.)
이는 성남시가 자율적으로 용도변경을 결정했다는 한성진 판사의 판단이 잘못됐음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다. 검찰이 이 핵심 공문들을 의도적으로 누락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임아랑 검사는 이에 대해 "공보관실에 문의하라"는 말만 반복했다.
국토부 담당자 "협조 구한 것"...구체적 해명은 회피
당시 공문 작성자인 추성훈 사무관은 뉴탐사와의 인터뷰에서 압박성 공문 발송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회피했다. "압박이 아니라 협조를 구한 사항"이라며 답변을 우회했고, 세 차례 공문 발송 사실에 대해서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특히 추 사무관은 성남시와의 직접 접촉 여부를 묻는 질문에 "10년이 지난 일을 어떻게 기억하냐"며 답변을 피했다. 그러나 당시 추 사무관 명의로 작성된 보도참고자료에는 "원활한 부지 매각을 위해 용도변경 등을 포함해 지자체 직원들과 소통하고 지속적으로 독려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식품연구원 직원과 부지 매입 희망자가 국토부를 직접 방문했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추 사무관은 "기억이 안 난다"고 했지만, 이 내용은 판결문에도 기록돼 있다. "성남시가 결정할 사안인데 왜 국토부를 찾아왔느냐"는 질문에는 "판단을 요구하지 말라"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당시 국토부는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으로 곤혹을 치르던 시기였다. 언론의 질타가 이어졌고 서승환 장관의 경질설까지 나돌던 상황이었다. 이런 와중에 공공기관 이전이라는 국정과제마저 성남시 때문에 차질을 빚자 조직적인 압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추 사무관은 "경질설은 신문에서나 봤다"며 선을 그었다.
"성남시가 자율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당연히 그렇게 생각한다"면서도, 한 달 사이 세 차례나 공문을 보낸 것이 압박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는 정승희 전 국장이 "딴지 거는 성남시 때문에 공문을 보냈다"고 한 증언과는 상반되는 답변이다.
항소심 대비 철저한 준비 필요
이번에 드러난 증거 은폐 의혹은 항소심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이재명 대표의 발언을 편의적으로 편집했을 뿐 아니라, 국토부의 실제 압박 공문들도 은폐했다. 특히 검찰은 지난해 3월 경기도청 압수수색에서 6만여 개의 문서를 확보할 만큼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했다. 이런 상황에서 2015년 1월 국토부 공문들이 검찰에 없을 리 없다는 점에서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강진구 기자는 "검찰이 진실을 조작할 수는 있어도, 민심의 법정에서는 한 마디도 답변하지 못했다"며 "항소심에서는 진실을 구걸하지 말고, 당당하게 검찰의 증거 은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대용 기자는 변호인단에게 "'짜깁기'가 아니라 '조작'이라는 명확한 표현을 써야 한다"며 "항소장과 각종 서면에도 반드시 '조작'이라고 명시하고, 철저한 증거와 논리로 항소심에 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