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보도

제출되지 않은 사직서로 일방 해고... 중노위 '부당해고' 판정

더탐사 부당해고 7명 지노위 판정에도 영향줄 듯

2024-06-23 04:54:11

[중노위] 주식회사 열린공감티브이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의 판정결과는 초심취소입니다.
2024년 6월 21일 중노위 판정 결과 통지문

중앙노동위원회가 21일 더탐사 노동조합 조합원 2명의 해고는 부당하다며, 초심을 취소한다고 판정했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의 결정을 뒤집고 열린공감TV의 후진적 노동관에 철퇴를 내린 것이다. (편집자주 : 열린공감티브이는 법인명이고, 더탐사는 열린공감티브에서 변경된 법인명이다. 더탐사 노동조합은 법인명 변경 후 변경된 사명에 따른 노동조합 명칭이다. 이후 소송 결과에 따라 법인명이 더탐사에서 열린공감티브이로 다시 변경되면서 현재 사명에 따라 판정이 내려진 것이다.)


고용노동부도 기망한 열린공감TV, 조합원 2명 일방 해고


지난해 12월 6일 열린공감TV는 더탐사 노동조합원 7명에게는 1층 카페로 부당대기 명령을, 2명에게는 일방적 사직처리 통보를 했다. 바로 하루 전날(23.12.5) 고용노동부 의정부지청에서 담당 근로감독관과 팀장이 열린공감TV 새 경영진을 설득한 끝에 극적인 원직 합의가 이뤄졌지만, 고용노동부까지 기망한 꼼수를 쓴 것이다.


지방노동위원회는 이를 정당한 사직처리로 봤지만, 중앙노동위원회는 달랐다. 오히려 심리 과정에서 경영권 다툼을 노동자들에게 전가 시켰다는 질책까지 나왔다.


그 쟁점들을 살펴보자.


제출된 적 없는 사직서로 일방적 사직통보


사내에 남아 있던 사직서는 2023년 10월 10일에 작성됐다. 형식이 맞지 않아 경영팀장이 반려한 서류로 파악된다.


그러나 이들은 다음날 조합원 회의를 거쳐 사직 의사를 철회했고, 해당 사직서는 폐기하려고 방송팀장이 가지고 있던 것이다. 그런데 새 경영진들이 기존 직원들의 사무실 출입을 막은 후, 서랍에서 찾아내 처리한 것이다.


그러나 열린공감TV 김희재 대표는 사직서가 2023년 10월 하순에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 중앙테이블에서 근로계약서 등의 서류와 함께 놓여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은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우선 열린공감TV는 단 한 번도 두 사람 또는 노동조합 측에 ‘두 사람이 사직을 한 게 맞냐’는 질문을 해온 적이 없다.


열린공감TV는 2023년 11월 29일과 30일 조합원 9명의 이메일 또는 등기로 업무명령서를 보내왔다. 해당 업무명령서는 사직처리를 통보받은 직원들도 받았다. 두 사람을 포함한 조합원 모두 2023년 12월 4일자로 업무보고를 이행하기도 했다. 김희재 대표의 주장대로 회사에 들어가자마자 중앙테이블에서 발견했다면, 왜 두 사람에게도 업무명령을 내린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사직했다고 판단한 직원들에게 왜 업무보고 명령을 내렸냐’는 중노위 위원들의 질의에 김희재 대표와 사측 노무사는 “사내에 남아 있는 자료가 많지 않았고, 노동자가 누군지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아 실수였다”고 주장했다.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이다.


본인들 스스로 사내에 근로 계약서가 남아 있었다고 했다. 또 직원들이 누군지 알 수 있는 방법은 무수히 많다. 다른 것들은 다 차치하고라도 전화 한통 해서 물어봤으면 됐을 일이다.


더구나 노동조합은 새 경영진이 바뀐 2023년 10월 20일부터 지속적으로 대화와 교섭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를 대화를 거부하고 심지어 사무실에 찾아가면 경찰을 부르는 방식으로 대응했을 뿐이다.


새로 온 대표와 경영진들이 기존 직원들과 대화를 먼저 제안해 회사 발전 방향을 설명하고 업무협조를 구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여겨지지만 대화 자체를 거부한 건 사측이었고, 이 역시 열린공감TV가 노조원들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열린공감TV가 두 명의 조합원에게 사직처리를 통보한 시점도 중요하다. 고용노동부 의정부지청 근로감독관과 팀장이 합석한 자리에서 원직복직에 합의(23.12.5)한 다음 날(23.12.6) 처리한 것이다. 당시 노동자 2명에겐 일방적으로 사직을 통보하면서 7명에겐 부당대기 발령을 내렸다. 


모든 정황상 이는 사측이 제출된 적 없는 사직서를 서랍에서 찾아내, 고용노동부의 근로 감독이 시작되고 원직복직 합의를 받아들여야 할 상황에 놓이자, 꼼수를 쓴 것으로 밖엔 해석되지 않는다.


사직서를 쓴 시점도 사직 철회한 시점도 대표는 강진구였다


열린공감TV는 사직서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사직서가 작성된 10월 10일 대표는 김유재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10월 4일 이사회를 통해 김유재 대표가 선임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이사회는 이사 임기가 만료된 정천수 씨가 소집하고 의장으로 진행됐으며, 정천수·김유재 두 사람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가 정천수 이사 임기 만료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 10월 20일 다시 이사회를 개최했다.


더구나 열린공감TV가 지난해 10월 23일 변경등기를 하면서 그 사유에는 이같이 적시되어 있다.


“법원의 임시주주총회 허가를 받아 2023년 9월 19일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선임하는 결의를 하였고, 동년 10월 20일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를 해임하고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하여...”



▲열린공감TV측이 법원 등기소에 제출한 이사회 날짜는 10월 4일이 아니라 10월 20일
▲열린공감TV측이 법원 등기소에 제출한 이사회 날짜는 10월 4일이 아니라 10월 20일


강진구 대표가 해임된 날짜는 분명 2023년 10월 20일이다. 사직서를 작성했다 철회한 시점은 그로부터 열흘 전으로, 대표는 강진구 기자였다. 사측의 주장대로 사직서가 중앙 테이블에 놓여 있어 제출된 것이란 주장을 배척하지 않더라도, 해당 사직서는 철회된 것임을 당시 대표였던 강진구 기자와 경영관리팀장 모두 인정하고 있다.


직원들은 왜 사직을 고민했다 철회했나


직원들이 왜 사직을 고민했고, 이를 철회했는지도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더탐사 노조원들은 사실상 경영권이 바뀌기 전 대부분 사직을 고민했다. 실제로 방송팀의 경우 대다수가 10월 10일자로 사직서를 작성했다 다음날 철회해 폐기하기도 했다.


경영권이 바뀌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심리는 매우 불안정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지난해 10월 6일 새벽 5시께 주주 정천수 씨가 자신의 아들과 지인들을 대동하고 사무실에 무단 침입하는 소동을 벌인 후, 노동자들의 불안을 커졌다. 사직을 고민하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이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사직서를 작성했던 이유를 묻는 노동자 위원의 질문에 전유리, 김은도 조합원의 답변으로도 알 수 있다.


“지난해 10월 6일 저분들(새 경영진들)이 새벽에 회사에 몰래 들어왔습니다. 저는 회사가 제공한 기숙사에 혼자 살고 있는데, 혹시 제가 살고 있는 기숙사에도 저렇게 불시에 들어올 수 있다는 불안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직서를 작성했었습니다. 
-전유리 조합원- 
“저분들(열린공감TV 새 경영진) 편에 선 유튜버들이 저희 노동조합이 생길 무렵부터 유튜브 방송에서 직원들을 향해 ‘노조활동을 하거나 남아 있으면 인생 힘들어질 것’이란 식으로 말해왔습니다. 그래서 기존처럼 일할 수 있을까란 걱정이 있었습니다”
-김은도 조합원- 

그러나 직원들에게 사직 결정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수시로 오는 압수수색까지 함께 견디며 한 취재와 보도인 만큼 그 애착도 클 수밖에 없다. 전유리 조합원의 경우, 공고도 나지 않은 회사(열린공감TV)에 직접 전화까지 해서 입사 의향을 전해 면접을 보고 채용됐고, 생애 처음 정규직이 된 회사라 애착을 크게 갖고 있었다. 직원들이 노동조합 회의를 거치면서 회사에 남아 노동권을 지키고, 발로 뛰어 생산해 낸 보도물을 지키자고 결의한 이유다.


이같은 직원들에게 새 경영진이 대응은 배제와 모욕주기 식이었다. 더탐사 나머지 노조원 7명도 올해 3월 6일부로 모두 해직됐다. 조합원 전원 해고 수순을 밟은 것으로 보일 뿐이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열린공감TV에서 발생한 해고 건에 대해 ‘경영권 다툼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시킨 사례’라고 꼬집었다. “회사의 경영권 때문에 노동자들이 사직을 고민하는 경우는 처음 본다”는 일갈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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