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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10억 손배소 쟁점된 '허위성 인식'...강진구 기자 "철저한 취재 있었다"

체계적 취재부터 공익제보 논의까지...시간순 추적

2024-11-13 23:02:24

청담동 술자리 보도를 둘러싼 한동훈 대표(당시 법무부장관)의 10억원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강진구 기자의 '허위성 인식'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뉴탐사 확인 결과, 강 기자는 제보 접수부터 보도까지 입증 가능한 증거와 다층적 검증과정을 거친 것으로 드러났다.


한동훈 장관의 '이상한 술집' 발언과 제보 접수


강진구 기자의 청담동 술자리 취재는 한동훈 당시 법무부장관의 의미심장한 발언에서 실마리가 시작됐다. 2022년 10월 6일 한 장관은 더탐사 취재진의 추적 취재에 대해 "약점을 잡아보려고 밤에 미행한 것 같다"며 "제가 이상한 술집이라도 가는 걸 바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더탐사는 한동훈 장관이 김앤장 변호사를 만난다든지 심야시간에 술집에서 주요한 사건들을 처리하는 검사들과 만난다는 첩보를 입수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나흘 뒤 청담동 술자리 녹취 파일이 제보되자, 강진구 기자는 한 장관의 '이상한 술집' 발언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제보에서 시작된 단계별 취재


2022년 10월 10일, 강진구 기자에게 첼리스트 박모씨가 출연한 '청담동 술자리'에 대한 제보가 들어왔다. 이보다 앞서 제보자 이모씨는 첼리스트 박모씨와 이세창을 연결해준 배득환에게 먼저 관련 사실을 문의했으나, 배득환이 메시지를 읽고도 답변하지 않자 "박모씨가 쉽게 확인해주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강 기자는 제보자의 조언에 따라 박모씨 접촉을 마지막 단계로 미루고 관련자 취재를 우선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입수한 3개의 녹취파일은 현장의 실체를 생생히 보여줬다. 참석자 구성, 자리 배치, 연주 곡목, 참석자들의 반응, 구체적 대화 내용 등 현장 경험자만이 알 수 있는 세부사항이 담겨있었고, 서로 다른 시점의 대화임에도 청담동 술자리 관련 내용이 정확히 일치했다.


핵심 인물들의 잇따른 진술 확보


이세창 전 총재와의 2차례 인터뷰에서는 청담동 술자리 참석 시인 취지의 답변을 얻어냈다. 윤석열 정부 출범 과정의 핵심 인물이었던 이세창의 진술은 보도의 신뢰도를 한층 높였다. 류승관은 박모씨의 연주자 신분과 연주비 전달 사실을 확인해줬다. 배득환은 이세창으로부터 받은 전시회 참여 혜택을 부인했으나, 실제로는 특혜나 다름없는 대우를 받은 정황이 포착됐다.


박모씨 본인도 2022년 10월 20일 첫 통화에서는 듣기에 따라서 사실을 부인하는 듯한 말을 했으나 23일 카카오톡 대화에서는 청담동 술자리에 대한 사실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강진구 : 나중에 다시 전화드릴게요. 7월 말에 왜 청담동에
박모씨아니 그거 없... 그거 아니고요. 무슨 얘기인지 잘 모르겠는데 지금 운전 중이고 통화하기가 어려우니까 나중에 전화 주시라고요.
강진구 기자와 박모씨와의 통화 녹취록(2022.10.20 AM 9:04)
▲청담동 술자리 보도 전 첼리스트 박모씨와 강진구 기자가 나눈 대화
▲청담동 술자리 보도 전 첼리스트 박모씨와 강진구 기자가 나눈 대화


박모씨는 당시 더탐사 첫보도 직후 10월 25일 SBS,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자신과 상의하지 않은 채 제보한 전 남자친구를 원망하면서도 제보 내용의 사실 여부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는 10월 27일부터 박씨에게 문자를 보내며 설득에 나섰고, 이때도 박씨는 "전 남자친구와의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했지만, 전 남자친구와의 통화 내용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았다.


11월 2일에는 경찰 소환 통보를 받고서야 박씨의 태도가 바뀌었다. 박씨는 강기자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내가 잘못한 게 뭐있냐? 감히 어떻게 나를 고발하냐"며 오히려 술자리의 실재를 시사했다.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11월 3일 공개된 오마이뉴스 하OO 작가의 증언이다. 하OO는 2022년 9월 박모씨와 직접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 참석 술자리 연주 진술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는 7월 20일 통화 녹취와 무관한 시점의 독립된 진술이었다.


공익제보 논의와 급격한 태도 변화


11월 7일 강진구 기자의 공익제보 제안에 첼리스트 박모씨는 긍정적 반응을 보이며 변호사 상담 후 일정 조율을 약속했으나 이때까지도 박씨는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박씨는 이날부터 트위터 스페이스(음성대화방)에 나타나 트위터 친구들에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조언을 구했다. 당시 대화는 청담동 술자리를 사실로 전제한 대응 방안이 논의됐다. 이 과정에서 첼리스트는 한때 "가드를 내리고 싸우겠다"(11월 14일) 결의를 다졌으나 이후 트위터 친구들로부터 "증거 없이 진실을 말하면 위험하다"는 조언이 힘을 얻으면서 첼리스트는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경찰의 압수수색(11월 21일) 하루 전 박씨는 여러분들 잊지 않겠다고 하면서 심경의 변화와 함께 울먹이기도 했다. 11월 23일 경찰 조사에서 박씨는 갑자기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경찰 조사에서 박씨는 "남자친구한테 오해를 살까봐 거짓말했다"고 말하고, 경찰 조사 후 유튜버 '현장의소리'와의 통화에서는 '노코멘트했다'고 서로 다른 말을 했다. 박씨가 조사를 받고 나온 다음날 조선일보에 경찰 조사 내용이 유출됐고, 박씨와 함께 오랜 기간 대화를 나눴던 트위터 친구들은 박씨로부터 자신들이 들었던 내용과 정반대의 보도 내용을 보고 수근대기도 했다.


강진구 기자는 조선일보 보도 직후인 11월 24일 하OO 작가와 통화했다. 하OO는 "첼리스트 박씨가 이 사건 보도 이후 단 한 번도 대통령 술자리가 사실이 아니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하OO는 "청담동 술자리 보도 이후에도 첼리스트와 계속 연락을 주고 받았는데, 9월에 나한테 얘기했던 대통령과의 술자리가 거짓말이라고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강진구 기자가 조선일보 보도에도 불구하고 취재를 계속 이어간 주요 근거가 됐다.


박씨는 이후 트위터 스페이스에 나타나지 않다가 12월 3일 남자친구 집에서 이삿집을 빼면서 남자친구 대리인 자격으로 만났던 권지연 기자에게 "한동훈이 무서워 지금은 진실을 말할 수 없다", "정권이 바뀌면 말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포착된 김앤장의 개입 흔적


박씨가 경찰 진술과 다른 내용의 말을 했던 권지연 기자가 기자라는 사실을 알게된 후 12월 7일 박씨는 박경수 변호사 사무실에서 권기자를 만나 12월 3일 했던 말을 뒤집었다. 이어 12월 8일 TV조선 인터뷰를 통해 경찰 조사 당시 했던 말을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함께 인터뷰에 참여한 배득환 씨가 기자에게 보여준 휴대전화 문자 내역에서 김앤장 관계자와의 문자가 포착됐다. 문자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더탐사 보도건으로 많이 놀라셨을텐데, 제 전문분야는 아니지만 소명 과정에서 오히려 불필요한 정보까지 상대방에 전달될 우려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억측과 논란이 빨리 수습되면 다행인데 ​그렇게 안되면 대응할만한 외부 변호사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김앤장 김진백 변리사가 배득환에게 보낸 문자(2022.11.19)

TV조선 화면에 노출된 문자의 발신자는 법무법인 김앤장 소속 김진백 변리사였다. 김 변리사는 배득환 씨에게 "더탐사 보도건으로 불필요한 정보까지 상대방에 전달될 우려"를 언급하며 대응용 외부 변호사 소개를 제안했다. 참여정부 시절 민정수석을 지낸 김앤장 소속 박정규 변호사는 강진구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청담동 술자리 보도 직후 김앤장 대변인에게 청담동 술자리에 대한 입장 발표 필요성을 문의하자 대변인은 '이럴 때는 가만히 있는 게 최선'이라고 답변을 했다"고 말했다.


2023년 1월 4일 오전 10시 24분, 이춘발 전 한국기자협회장은 텔레그램 단톡방에서 "청담동 궁금하죠. 문제의 로펌 중견 변호사 절친에게 합석했다고 전언"이라고 글을 남겼다가 해당 글을 바로 지웠다. 더욱이 강진구 기자 구속영장 실질심사 하루 전인 2023년 2월 22일, 이춘발 전 회장은 강진구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를 도왔던 서울대 법대 출신 모임의 존재와 청담동 술자리에 김앤장 출신 변호사들이 다수 참석했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입증된 취재의 충실성


이처럼 강진구 기자의 청담동 술자리 취재는 철저한 검증 단계를 거쳤다. 다수의 일관된 녹취 내용, 이세창 전 총재의 시인 진술, 관련자들의 보강 진술이 차례로 확보됐다. 특히 공론화 이전 하OO의 독립적 증언, 이춘발 전 기자협회장의 김앤장 변호사 참석 확인 진술, 김앤장의 증거 은폐 시도와 침묵 전략 등은 보도 내용의 신빙성을 뒷받침했다. 여기에 박모씨가 경찰 수사 전까지 사실관계를 명확히 부인하지 않다가 외부 압박 후 갑자기 입장을 번복하고, "한동훈이 무서워 진실 못 말한다"고 발언한 정황까지 더해져, 강 기자의 보도는 충분한 사실관계 확인과 합리적 근거에 기반했음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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