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권성동 주류도매상과 비밀회동 술값 대납의혹 터졌다
강릉 강원 지역구에 출마한 권성동 후보(국민의힘)가 주류협회 관계자들의 모임에서 술값을 제조사에 대납케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권 후보는 지난 4월 1일 강릉 모 횟집에서 조영조 한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 회장 주선으로 강릉시 주류도매협회원 15명이 모이는 모임에 참석했다. 제보에 따르면, 이날 식사와 술값을 대기업 주류회사가 대납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였다.
실제로 이날 모임에 권 후보가 참석하는 모습이 뉴탐사 취재진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뉴탐사 취재진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권 후보는 이날 10분여간 머물렀다.
권 후보 옆에는 한국종합주류협회회장인 조영조 씨도 함께했다. 조 회장은 강릉제일고 총동창회 회장이기도 하다.
조 회장이 권 후보와 매우 친밀한 관계라는 것은 언론 기사만 봐도 알 수 있다.
권 후보는 조 회장이 지난해 한국종합주류도매업협회장으로 취임하던 때 친히 축사에 나섰고, 올해 열린 한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 정기총회에서도 권 후보가 영상으로 축사했다. 행사 때마다 국세청 간부들도 참석했다.
이날 모임이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조영조 회장이 권 후보의 선거를 돕기 위해 자리를 만들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날 술값은 누가 냈을까.
횟집 종업원은 뉴탐사 취재진에 “검은 양복을 입은 젊은 사람이 결제했다. (손님들이) 올 때부터 갈 때까지 에스코트했던 분”이라며, “액수는 91만 4천원”이라고 했다. 제보 들어온 액수보다는 적은 액수다.
또 “이날 붙여 놓은 포스터 때문에 사장에게 혼이 났다. 벽지를 새로 했는데, 어떡하냐”라고 하소연했다. 이날 붙여 놨던 포스터의 정체는 추가로 취재가 필요해 보인다.
모 주류회사 사장 A는 “왜 남이 술 마시는데 관심 갖나. 뭐 하는 사람이냐”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권성동 후보의 합석 여부를 묻자’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었다.
또 다른 주류도매업체 사장 B는 ‘내막은 알지 못하며 문제될 것 없다’는 취지로 말하면서도 권성동 후보가 참석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단, “회의 도중이라 2~3분 있다 갔다”이라고 주장했다. 술값도 자신들이 냈을 것이라며 애매하게 둘러댔다.
주류업체 사장 C는 “나는 멀리 가 있어서 그날 모임에 참석하지 못했다”면서 “이날 모임은 협회 간담회 날이었다. 조영조 회장이 내려와서 마련된 자리였다”고 했다. 또 술값과 관련해서는 “술값은 협회에서 했을 것”이라면서도 “(이날 모임에는) 메이커(제조회사 관계자)도 참석한 것으로 안다. 메이커(제조사)에서 냈을 수 있다”고 했다.
술값 대납 의혹이 사실임을 입증하는 증언도 나왔다.
이날 동석한 D는 ‘4월 1일 모임에 권성동 의원이 다녀갔지 않나’라는 질문에 “예”라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이날 모임 결재는 협찬사에서 했다. 협찬사는 제조라를 일컫는다고 했다”라며 제보내용을 확인해 주었다.
또 “이날 결재는 OB맥주에서 했다”며, “결제는 돌아가면서 한다. 롯데에서도 하고 하이트, OB 등 자리와 시간이 되는대로 랜덤으로 한번씩 한다”라고 했다.
D는 인터뷰 말미에는 “불똥이 안 튀었으면 좋겠다”며 뒷일을 걱정하기도 했다. 권성동 의원의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날 모임을 주선했을 개연성이 큰 조영조 회장은 어떻게 답할까.
조 회장은 뉴탐사 기자의 질문이 시작되고 4월 1일이라는 날짜가 언급되자마자, “더 통화할 일 없으니 끊으시라”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종료했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던 조 회장은 잠시 뒤 강진구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간담회가 있던 날이었고, 우리가 음식을 먹은 것도 아니고 간담회를 하는데 권 의원이 지나가는 길에 잠깐 들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권성동 후보는 인사만 하고 갔다. 물한잔 마신 것도 없고 음식이 차려진 것도 없다. 강릉 선후배들이니까 지나가다 들려서 많이 도와 달라고 인만 하고 3분~5분가량 잠시 머물렀다”며 “술값은 회비에서 냈을 것”이라고 했다.
권 후보가 다녀간 것을 시인하면서도 시간은 실제보다 단축 시켰고, 술값과 관련해서는 확실한 답변을 피했다.
또 권 의원이 주류협회의 이해관계와 관련된 입법을 열심히 하지 않았느냐는 질의해 “그런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거짓말이다.
권 의원은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주류통신판매 규제를 철폐해야한다고 촉구했고, 주류업계 숙원 해결을 위한 주세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관련 입법 활동을 한 기록도 확인됐다.
앞서 뉴탐사는 권 후보가 2014년 지방선거 당시 강릉시의원 이용기 씨의 공천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사촌 동생인 권은동 씨를 통해 3천만원을 받았다는 의혹과 동부건설 전 부사장인 안모 씨로부터 상습적인 금품을 받아왔다는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해당 의혹과 관련한 진성서는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에 제출됐으나 제대로 된 조사 없이 묵살됐다는 지적도 받았다.
또 이 같은 의혹과 관련해 권성동 후보의 입장을 묻기 위해 뉴탐사 기자들이 강릉 선거사무실을 찾자, 수행원들이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권성동 의원의 5급 비서관인 윤희진, 4급 보좌관인 나연준 씨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