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연 기자가 4월 25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청담동 술자리 의혹' 사건을 담당하는 유관모 검사로부터 무려 8시간에 걸쳐 집중 조사를 받았다. 앞서 권 기자는 2022년 10월 24일 보도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재직 시절 청담동에서 술자리를 가졌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또한 권 기자는 해당 의혹을 제보한 첼리스트를 2022년 12월 3일과 12월 7일 두 차례 만났다.
실체적 진실 외면한 채 '꼬투리 잡기식' 조사 일관
검사 : 어느 정도 취재가 이뤄지면 보도되나. 그런 과정은 어떻게 이뤄지나
권지연 : 경찰 조사 참고해라
검사 : (목소리 높이며) 더탐사에서는 어떤 문제를 취재 할 때 어느정도 취재가 이뤄지면 보도하나 대표들과 보도본부장, 보도팀장이 회의를 거쳐 보도여부를 정하나
권지연 : 경찰에서도 다 진술했다
검사 : 보도일정에 대한 권지연의 결정권은 없나? 더탐사 내부 프로세스는 어떻게 되나
권지연 : 그게 왜 궁금한가
검사 : 결정권자가 누구고 어떤 과정을 통해 결정되는지 중요하지 않나
권지연 : 통상적인 언론사와 비슷하다
조사 과정에서 검사는 보도 당시 더탐사의 보도가 사실인지 여부를 가리기 위한 실체적 진실 규명보다는 언론보도 자체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검사는 권 기자에게 취재 과정과 보도 결정 과정을 집요하게 묻고, 보도 내용 중 핵심과는 거리가 먼 사소한 부분만 지나치게 파고드는 '꼬투리 잡기식' 조사를 이어갔다.
검사 : 한동훈이 온다고 누가 알려준건가? 질문지는 강진구가 준 것인가?
권지연 : 검사님은 오늘 조사 질문지 누가 줬나. 또 그게 왜 중요한가
검사 : '내가 질문하겠다'고 본인이 전화로 얘기했나
권지연 : 중요한 질문 아니라 거부
검사 : 각자 역할을 회의를 했나
권지연 : 무슨 의도의 질문인가. 이렇게 적어달라. 이 질문을 하는 검사의 의도가 상당히 이상하고 질문한 것은 죄가 되지 않는다
검사 : 한동훈에게 질문한 시점은 김의겸 질의 직전이었나, 김의겸이 질의할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나
권지연 : 제가 알았든 몰랐든 크게 중요하지 않아 대답하지 않겠다. 지금 이 사건은 한동훈 윤석열 두 사람이 그 자리에 있었냐 없었냐가 쟁점이다. 그걸 좀 수사해라
검사 : 원래부터 출연 예정이었나. 김의겸 질의 전에 질문할 지, 후에 할지 시점 관련한 논의는 없었나?
권지연 : 이 사건에서 중요하지 않다. 대답하지 않겠다
특히 검사는 보도 당시 더탐사 기자들 사이의 정보 공유 수준을 캐물으며, 마치 기자들을 '공동 정범'으로 몰아가려는 태도를 취했다. 이에 권 기자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취재하고 분석했음에도 우리를 범죄자로 몰아가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동훈 장관 알리바이 확인엔 '나 몰라라'
반면 검찰은 사건의 핵심인 한동훈 장관의 알리바이 확인에는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권 기자가 "한동훈 장관을 불러 조사하라"고 촉구한 데 대해 검사는 "지금 단계에서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며 질문을 피했다. 법무부 장관 일지, 공용차량 블랙박스, 수행원 초과근무 수당 기록 등 한동훈 장관의 당일 행적을 확인할 만한 객관적 자료 확보 노력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술자리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 여부를 묻자 검사는 "전화로 얘기 들었다", "통화 내역은 확보했다" 등 모호한 답변만 되풀이했다. 반면 권 기자 등 언론인들에 대해서는 집요한 추궁을 멈추지 않았다. 통화 내역 녹취록 속 단어 하나하나를 문제 삼고, 일부 발언의 진의를 곡해하는 식이었다.
권지연 기자 "진실 밝힐 때까지 취재 멈추지 않겠다"
권 기자는 "진실 규명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부분까지 문제 삼고, 언론의 취재와 보도 과정을 범죄시하는 검찰의 태도가 매우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또한 "총선을 앞두고 검찰이 한동훈 장관 보호에만 급급한 것 같다"며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취재를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번 조사를 통해 청담동 술자리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의 방향성이 드러났다. 사건의 실체적 진실보다는 언론 탄압에 방점이 찍힌 수사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검찰이 권력형 비리 의혹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래는 권지연 기자와 유관모 검사와의 피의자 진술 주요 내용이다.
검찰 수사 방향 노출
권지연 : 솔직히 저 오늘 검사님 만나서 진짜 한번 물어보고 싶었어요.정말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도 되는 건가.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니 지금 녹화되고 있으니까 검사님 말씀하시는 데 한계가 있을 테니까 이거 끝내고 얘기해 주세요. 나 진짜
검사 : 아니 이 청담동 술자리 의혹이 과연 이게 전 잘 모르겠어요. 이게 이런 식으로 보도가 이루어져도 되는 것인가
권지연 : 그렇게 생각하세요? 이렇게 보도해도 되는 것인가 생각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아예 답을 정해놓고 오늘 저를 조사하시는 거네요?
검사 : 뭐...
권지연 : 그럼 제가 지금 조사를 받을 이유가 있나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한동훈 알리바이는 뒷전
권지연 : 아니 검사님 저는요. 진짜 이해가 안 되네요. 아무리 이해를 하려고 해도 진짜 이해가 안 돼요. 한동훈 장관 알리바이라도 좀 물어보시고 저를 지금 갖다가 데려다 조사를 좀 하세요. 순서가 바뀌었잖아요. 그죠? 보통 누군가가 고발하면 그 고발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어떤 경위에 의해서 이루어진 건지 너는 그때 어디 있었길래 이렇게 하고 고발인 조사를 받고 그다음에 이루어지는 거 아닙니까
검사 : 글쎄요. 그거는 뭐... 필요에 따라서 하는 거죠.
유관모 검사의 깊은 한숨
권지연 : 조작수사를 하도 보다보니까 진짜 신뢰 안 가고 이 나라가 진짜 걱정스럽습니다.
검사 : (한숨)
권지연 : 김건희 씨 같은 분들은 제대로 조사도 안 받고 서면으로 찍찍 몇 마디, 그리고 다 빠져나가고 지금 저희처럼 정말 열심히 취재해서 뭔가 권력자들의 민낯을 드러내려고 노력하는 기자들은 여기 와서 하루 종일 조사받으라고 하고 이게 나라입니까? 제가 화가 안 나게 생겼습니까?
검사 : (한숨)
수사 정보 유출도 '나몰라라'
권지연 : 보도를 다 보셨어요? 그러면 이거 사건 나자마자 가짜 뉴스로 아예 사실 확인 한동훈 장관의 알리바이도 보기 전부터 가짜 뉴스로 찍어놓고 조선일보한테 수사 정보 계속 흘리면서 계속 그렇게 나간 거 오히려 지금 오보로 드러난 거는 조선일보가 수사기관에서 받아서 이세창 씨 알리바이 시간대에 알리바이 댄 거 그게 오보로 드러났어요.
검사 : 그러니까요.
권지연 : 그거 수사 정보 왜 유출하셨어요?
검사 : 제가 유출했나요? 누가 유출했는지 모르겠는데 유출된 건지 뭔지도 모르겠는데 하여튼 그거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 하나하나 한번 이야기를 풀어보자는 거예요. 그러니까
한동훈 장관 조사와 대질신문 요구
권지연 : 이렇게 하시죠. 그래서 오늘 약속도 있고 한동훈 장관을 다 데려다가 먼저 조사를 하시고요. 그다음에 저를 부르시면 제가 더 성실하게 답할게요. 어떠세요? 아니면 한동훈 장관 불러서 대질 신문 좀 하게 해주세요.
검사 : 오늘 일단 충분히 말씀을 해 주시면 저희가 필요하면 대질신문도 고려해볼게요 하여튼 일단은 지금 오늘 경찰에서도 수사해서 사건이 송치가 됐고 그렇게 해서 저희가 이렇게 어렵게 시간 잡았잖아요. 일단은 하나하나 좀 이렇게 말씀을 먼저 해 주시고
압수수색은 검찰 책임 아니다?
권지연 : 한동훈 장관 알리바이 대지도 않은 상황에서 저희 거 막 압색 그렇게 여러 번 하고 어떻게 생각하세요?
검사 : 경찰에서 신청했고 법원에서 발부가 됐는데
권지연 : 검사님도 그건 적법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검사 : 저는 아무생각도 안 해요
권지연 : 어떻게 아무 생각도 안 하세요? 검사가 그러시면 안 되죠.
검사 : 머리 아파요. (웃음) 방송하시는 거 보니까 강진구 씨가 그러던데요.
한동훈 전 장관 조사 계획 없다
권지연 : 검사님 그러면 한동훈 장관님이랑 통화해보셨어요?
검사 :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권지연 : 아니 다른 부분은 조금씩 말씀해 주시는데 한동훈 장관만 얘기가 나오면 다 얘기할 수 없다 그래서요. 한동훈 장관 무서워요?
검사 : 한동훈 장관이 무서운 게 아니라
권지연 : 한동훈 장관이 선배예요?
검사 : 한동훈 장관이 검찰 선배죠
권지연 : 몇 기수 선배예요? 어때요? 무서워요?
검사 : 만나본 적 없는데요
권지연 : 그래도 검사들끼리 이렇게 들리는 어떤 평판
검사 : 잘 모르겠네요
권지연 : 근데 그분은 말을 왜 그렇게 하는데요? 지금 어디서 뭐 하신대요? 한동훈 장관은 알리바이 안대고 이렇게 제가 질문만 하러 가면 피해 다녀요 피해 다니고 왜 그러신데요?
검사 :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권지연 : 검사님들 중에 훌륭한 검사들도 있으시겠죠. 그런데 법무부 장관씩이나 돼서 이렇게 언론 탄압하고 자기 알리바이 하나도 대지 못하면서 피해 다니면서 이렇게 법을 악용하는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게 혹여 상사 혹은 선배라 하더라도 목소리 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검사 : 그렇죠
권지연 : 근데 왜 안하세요? 진짜로 한동훈 장관 불러서 물어볼 게 없다고 생각하세요?
검사 : 지금 단계에서는 없는 것 같은데요
검찰은 법무부에 자료 요구 계획도 없다
권지연 : 저희가 정보 공개 청구를 했는데요. 법무부 일지라든지 그날 차량 블랙박스 수행원들 그때 초과근무 수당도 있을 수 있고, 물론 관용차량을 안 타실 수도 있지만 최소한 그런 것들이 있잖아요. 저희가 다 청구했는데 다 거부했고요. 준 게 없어요. 그거 혹시 확보하셨나요?
검사 : 그건 법무부에서 더탐사에 거부하셨다는 거 아니에요
권지연 : 검찰에서는 달라고 그러면 줄 거 아닙니까?
검사 : 글쎄요 줄지 안줄지는 모르겠네요 저도
권지연 : 그래요. 왜 그걸 안 주죠?
검사 : 모르겠고요
권지연 : 오히려 그거를 주면 오히려 한동훈 장관의 알리바이를 입증해 줄 수도 있을 수 있는데 그걸 왜 안 주나요?
검사 : 아니 달라고 한 적이 없으니까 모르겠는데요.
권지연 : 검찰에서는 달라고 그러면 줄 거 아닙니까?
검사 : 글쎄요 줄지 안줄지는 모르겠네요 저도
권지연 : 달라고 한 적 없으세요? 어머. 달라고 하실 계획은 있으세요? 혹시 한동훈 장관 수행원들은 조사하셨어요?
검사 : 취재는 나중에 하시고요.
한동훈에게 송치결정서 준 이유
권지연 : 그 (송치)결정서 송치 결정서요. 그거 검사들이 한동훈 장관한테 주셨죠.
검사 : 정보공개 청구해서 공개 결정한 겁니다.
권지연 : 어디서요?
검사 : 저희가 결정한 거죠
권지연 : 그거는 검사님이 결정하신 거예요?그러면 저희도 주세요.
검사 : 네 청구하시면 드려요.
권지연 : 경찰들은 그거(송치결정서) 나갔다는 거 모르던데요.
검사 : 모르겠죠. 송치된 다음에 우리가 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