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단독] KTV 직원 폭로 "이은우 원장이 계엄 편들라 지시"
17년간 KTV 자막 담당한 지교철 씨 단독 인터뷰
"추OO 방송보도부 편집팀장 '원장 지시'라고 해"
"KTV 주인이 누구냐니까 팀장 우물쭈물 말 못해"
"윤 대선 캠프 사람들 KTV로 내려와 범죄자 신임"
"윤석열 개인 유튜브된 국민방송 KTV…돈 낭비"
12·3 계엄사태 때 이은우 <KTV>(국민방송) 원장이 계엄의 정당성만을 강조하는 보도를 하도록 강요했다는 내부자의 폭로가 나왔다. 계엄령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여야 대표의 입장과 국회 상황 등을 고르게 전달하려 한 직원에게 윤 대통령의 입장만 강조하는 보도를 하도록 이 원장이 지시했고, 저항하는 직원에게는 "같이 일 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KTV> 내부 폭로에 나선 이는 이 회사에서 17년간 방송 자막담당으로 일해온 지교철 씨다. 지 씨는 12·3 내란 사태 때 계엄 미화 자막 지시 등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실상 해고통보를 받은 상태다.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은 26일 국회 기자회견을 진행한 지 씨를 만나 자세한 사정을 들어보았다. 지 씨는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이 KTV 원장으로 낙하산 임명돼 왔다”며 “12·3 내란 사태 때도 정부의 입맛에 맞는 보도를 하려 했다”고 비판했다.
<워치독>은 지교철 씨가 계엄 사태 때 겪은 일들이 단순 개인의 경험이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 역사의 중요한 분기점에서 정확히 기록되어야 할 공공재와 같다고 판단해 인터뷰 원문을 공개한다. 지교철씨가 언론에 자신이 겪은 일을 자세히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은 지 씨와 <워치독>이 나눈 일문일답 내용.
- 지난 12월3일 비상계엄 당시 보도 건으로 부당 해고를 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이 됐는지 설명해달라.
“12월 3일에 비상계엄이 발령됐고 관련된 뉴스를 송출을 했다. 그런데 저는 이 계엄 자체가 우리가 정말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했다. 21세기에 계엄을 선포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니까. 이건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라 판단했다. 계엄군이 국회로 들이닥치면서 이제 뉴스의 중심이 국회가 되지 않았나? 예를 들면 이재명 대표가 ‘국민 여러분 지금 국회로 와 달라’고 말한 내용, 한동훈 대표가 ‘이게 비상계엄 위법이다’ 이런 식의 발언 이런 것들을 그냥 보도했다. 시민들이 국회에 막 와서 시위도 하고 그랬지 않나? 그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도했다. 그런데 이제 계속 올라가니까 추OO 방송보도부 편집팀장이 '원장 지시'라고 하면서 연락이 왔다.”
- 추OO 팀장이 원장 지시라고 했나?
“그렇다. 원장 지시를 하는데 원장이 보통 전에는 원장이 직접 전화를 하고 이랬는데 자기가 껄끄러워서 그런지 전화를 추OO 팀장한테 시켰다. 그 팀장을 시켜서 '관련된 자막을 내려달라. 대통령 그러니까 다른 건 다 빼고 대통령실과 관련된 거. 그 다음에 행정 업무 관련된 것만 하고 나머지 다 빼달라' 이렇게 얘기를 했다. 그래서 내가 ‘그럼 이게 말이 되느냐? 지금 이거는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상황이 벌어졌는데 이거는 말도 안 되는 짓이다. 그러니까 이런 지시 따르지 마라’고 그랬다. 그랬더니 이제 또 계속 여러 차례 전화가 왔다. 저는 계속 올렸고 거기는 자꾸 ‘내려달라. 왜 말을 안 듣느냐?’ 이러는 거다.”
- 자막을 내리라는 이유가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이것만 계속 반복해서 틀라는 것 아닌가?
“그렇다. 말하자면 그런 식이다. 그건 말이 안 되잖나? 지금 이게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업인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정보를 차단하고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거니까 이건 말이 안 된다. 근데 거기는 그러기에 제가 추OO 팀장한테 전화를 해서 ‘이 KTV 주인이 누구냐? 정부냐?’ 그러니까 우물쭈물 한다. 또 제가 ‘국민의 입장을 생각해야 되는 거 아니냐? 국민 편에서’ 그렇게 얘기를 하니까 ‘우리는 우리 입장이 있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한다.”
지 씨는 <KTV> 측에서 자막에 집착했던 것이 ‘시청률’과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KTV>는 대개 보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데 그나마 자막 뉴스의 시청률이 높은 편이었다고 한다. 때문에 역대 <KTV> 원장들 모두가 자막 뉴스 내용에 상당히 신경을 썼다고 한다. 거기에 더해 <KTV> 원장들 모두가 정치권 출신 인사들이었다보니 친정부 자막 뉴스 생산에 공을 들였던 것이다. 이번 12·3 내란 사태 때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적 내란 행위라는 여야의 목소리는 생략하고 그저 정부의 눈치 보기에만 급급해 계엄령 선포를 정당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던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탄핵당했지만 내란 동조세력은 곳곳의 정부 기관에서 여전히 반란을 꽤하고 있다. <KTV>도 그중 한 곳으로 보인다. 이은우 한국정책방송원장은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지난 26일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내란선전 혐의로 고발됐다.
- 자막을 내리라는 이유가 정확하게 무엇인가?
“원장 지시라는 건 무슨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고, 원래부터 KTV 원장이 주로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왔다. 대선 캠프에 있던 사람들이 많다. 그러니까 어떤 정치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왔는데 이 사람들 역시 그런 정치적인 성향이 있는 사람인데 그러니까 뭐 일방적으로 어디서 지시를 받은 건지 아니면 본인이 판단했는지 그 부분까지는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대통령은 이미 범죄자인데 범죄자 얘기를 자꾸 신임하는 거다. 그러니까 아주 왜곡되는 거다.그래서 저는 그냥 뭐 ‘이거는 도저히 말이 안 된다’ 계속 거절을 했다. 그랬더니 한참 뒤에 이제 계엄이 해제됐고 ‘사필귀정이네’ 이랬다. 그러고 나서 그 뒤에 좀 있다가 저는 관련 시민들의 움직임, 정치인들의 발언도 이럴 때는 중요하니까 계속 올렸다. 그랬더니 팀장님이 이제 또 그런 얘기를 한다. ‘이제 이런 식으로 가면 같이 갈 수 없습니다’ 저한테 그랬다.”
- 그 후로 어떻게 됐나?
“KTV 측에서 내가 맡은 업무를 대체할 새 인력 채용 공고를 냈다. 채용 공고를 낼 테니 거기 다시 응모를 하라더라. 그런데 이건 과거엔 없었던 일이다. 지금까지는 그냥 묵시적으로 계약 갱신이 됐는데 갑자기 이제 와서 인력 문제를 이유로 채용 공고를 냈다. 이건 사실상 해고 통보다. 한번도 이제 새로 뭔 전형 절차를 거친 적이 없는데 이번에만 그러니까 그건 사실상 '나 떨어뜨리겠다.' 그 뜻이다. 국회에서 이런 내용 문제 삼으니까 '지금 붙여줄 테니까 다시 이력서 내고 면접 봐라' 그런 전화가 방금 왔다.”
<워치독>은 지교철씨에게 계엄 미화 보도를 지시한 추OO <KTV> 방송보도부 편집팀장과 지 씨와의 통화녹취록을 입수했다. 해당 녹취록을 보면, 실제 추 팀장은 지 씨에게 부당한 업무지시를 했다. 추 팀장은 지 씨에게 “이은우 원장의 지시다. 자막에 한동훈 이야기 빼라. 국회 입장은 자막에 넣지 말라. 정부의 정책만 알려주면 된다. 업무지시 따르지 않으면 우리랑 함께 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KTV>의 윤석열 정부 눈치보기 행태는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 아니었다. 지난 9월 윤석열 대통령과 영부인 김건희 여사를 풍자하며 비판한 유튜브 채널 '가수백자TV'와 '건진사이다'에 대한 법적 대응을 추진하면서 내부적으로는 "민·형사 소송을 통한 강력 대응 및 채널 폐쇄"를 목표로 세웠던 사실이 알려져 크게 논란이 된 바 있었다.
그 밖에 작년 청와대 관저 뜰에서 부산 엑스포 유치 열망을 알리겠다는 명분으로 처음 국악 공연 녹화를 했는데 ‘무관중’이라고 알려놓고 김건희 여사와 소수의 인원이 참석한 사실이 지난 10월 3일 <JTBC> 보도를 통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지교철 씨는 <KTV>가 정부의 입김에 자유롭기 위해선 정치권 출신 인사들이 원장으로 취임하는 행태가 근절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 이은우 원장은 KTV에 오기 전에 어디에 있었던 사람이었나?
“MBC에 있었다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제가 정확하게는 모른다.”
- 이은우 원장이 누구의 지시를 받고 계엄 선포 옹호 방송하라고 지시했는지는 알 수 없나?
“그거는 이제 제가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근데 이은우 원장이 밑에 부장과 팀장을 통해서 지시한 것은 명백하다.”
- KTV도 3일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할 것이란 걸 미리 알고 있었다는 의혹이 있다. 혹시 들으신 건 없으신지?
“그런 것까지는 저는 알 수 없다. 자막 담당자라는 직책은 완전히 독립적으로 일을 한다. 옛날에는 근무를 했는데 출퇴근 다하고 어느 순간부터 왔다 갔다 하는 시간에 뭐가 터지면 빵꾸가 나지 않나? 한 사람이 지금 24시간 커버를 하고 있으니까 ‘그러면 집에서 해라. 재택으로 빵꾸 안 나게’ 그래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서 다른 근무자들이랑 분리돼 있다.”
- KTV가 이 건 외에도 김건희 여사 문제 등 윤석열 정부 들어 사건사고가 터지는 것 같다.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 때문인가?
“KTV가 사실상 대통령의 유튜브가 됐다. 또한 원장에 정치권 인사들이 지속적으로 오는 것이랑도 무관하지 않다. 자막 뉴스에 신경을 쓰는 건 KTV를 보는 사람들이 별로 없고 대개 본다는 게 자막 뉴스 뿐이다. 그러니까 자막 뉴스에 무진장 신경을 쓴다.
또 홍보수석실의 비서관들이 주류 언론 출신도 있지만 별로 언론계에 영향력이 없다. 그러니까 기자들한테 로비를 잘 못하고 있다. 그런데 자기들도 뭔가 하는 척 해야 하지 않나? 그러니까 만만한 KTV에 자꾸 오더를 던져주는 것이다. KTV는 완전히 그런 대통령한테 잘 보이고 뭔가 자기들이 실적 올릴 것 같은 걸 하기 위한 수단이 돼버렸다. 말하자면 돈낭비가 되고 있는 것이다.”
- 이번 부당 해고 사건과 관련해서 KTV 내부에선 어떤 반발은 없었나?
“전혀 없었다. KTV 직원들도 결국 공무원이다. 항상 힘 있는 쪽을 그냥 따르는 관성적 조직이 공무원 세계인데 아직도 지금은 윤석열 정부고 윤석열 정부가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니까 그들이 반발을 할 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