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고등법원이 오는 19일로 예정됐던 열린공감TV(前 더탐사) 경영권 분쟁 항소심 선고를 전격 보류하고 변론을 재개하기로 했다. 강진구 기자 측이 최동석 인사조직연구소장의 사실확인서를 새 증거로 제출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두 차례 확인된 주식 증여 약속
이 사건은 정천수가 2020년 11월~12월 강진구를 경향신문에서 영입하면서 회사 지분 3분의 1을 주기로 약속했다가 이를 이행하지 않아 발생했다. 최동석 소장은 사실확인서를 통해 2022년 2월경 정천수 당시 대표가 이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증언했다.
구체적으로 최 소장은 "정천수가 '주주인 최영민과 함께 지분의 1/3을 강진구 기자에게 줘서 셋이서 열린공감TV를 함께 운영할 생각'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특히 당시 정천수는 강진구가 이재명 후보 당선 시 대통령실로 이직할 가능성을 우려해 이같은 주식양도를 약속했다고 한다.
정천수 측 관계자들도 인정한 약속
주목할 점은 정천수 측 관계자들조차 과거에 이를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다. 김두일 전 작가와 최진숙 회계담당자는 2023년 8월 유튜브 방송에서 "정천수가 최영민 감독과 각각 15%씩, 도합 30%를 주겠다고 구두로 여러 번 얘기했다"고 증언했다.
정천수의 이례적 대응
특이한 점은 정천수가 최동석 소장의 주식양도 약속 관련 증언은 반박하지 않고, 오히려 최 소장이 방송에서 자신을 "근본 없는 사람"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서만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핵심 쟁점인 주식양도 약속은 반박하지 않고 인신공격성 발언에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최 소장의 증언이 사실임을 방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천수 측의 고소·고발 전략 '제동'
정천수 측은 최근 강진구·최영민 전 대표이사와 박대용 사외이사 등 더탐사 시절 경영진을 상대로 고소·고발을 집중하고 있다. 이들의 재임 기간 모든 지출을 횡령·배임으로 규정하며 경영 자체를 불법화하려는 시도다. 이는 12월 19일로 예정됐던 항소심 선고에서의 승소를 전제로 한 공세적 전략으로 해석됐다.
'방송진행자'에서 '중재자'로... 증언의 무게
최동석 소장은 단순한 방송 진행자가 아니었다. 경영학 박사 출신으로 한국은행 20년 경력을 가진 그는 2022년 1월부터 5월까지 '최동석의 인사만사' 코너를 14회 진행했고, 강진구가 진행하는 '인사이트' 코너에도 출연하며 양측과 신뢰를 쌓았다.
더욱 주목할 점은 2022년 6월 이사회의 정천수 대표 해임 결의 후, 미국에서 급히 귀국한 정천수가 직접 최 소장에게 중재를 요청했다는 사실이다. 분쟁 초기 양측의 상황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의 증언은 특별한 무게를 갖는다.
경영권 분쟁 2년 반의 곡절
열린공감TV는 2020년 9월 정천수와 최영민이 공동 설립했다. 2022년 6월 이사회의 정천수 대표 해임 이후 같은 해 8월 '시민언론 더탐사'로 사명을 변경하고 강진구·최영민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됐다. 그러나 2023년 11월 정천수 측이 경영권을 장악하면서 사명을 다시 열린공감TV로 변경했다.
법원의 변론재개 결정으로 정천수 측의 고소·고발 전략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이 사건은 단순한 경영권 분쟁을 넘어, 시민들의 후원으로 성장한 언론사의 지배구조와 투명성이라는 근본적 문제를 다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은 2025년 3월 6일 재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