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으로부터 절대지켜!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지킴이 한정화 대표 인터뷰‘

일본의 압박에도 굴하지 않는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지킴이

베를린 거리에 자리 잡은 평화의 소녀상. 그 옆에는 한 여성이 묵묵히 서 있다. 한정화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지킴이 대표다. 그는 1978년 독일로 이주해 고등학교와 대학을 졸업한 뒤 1987년 베를린 장벽이 있을 당시 베를린으로 건너가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 2020년 베를린 공공부지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면서 한국에 널리 알려졌다.

한 대표는 "소녀상 설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고 회상했다. "비밀리에 준비했어요. 일본 정부가 알게 되면 엄청난 압력을 가할 테니까요. 그래서 9월 28일 제막식 때까지 조용히 진행했죠."

하지만 제막 다음 날부터 일본의 반발이 시작됐다. 일본 외무상이 "소녀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철거를 요구했고, 일주일 후엔 베를린 현지 관청에서 직접 철거 명령을 들고 왔다.

한 대표는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소녀상이 전쟁과 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느니, 한일 갈등 문제를 독일로 가져왔다느니 하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더군요."

일본의 압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학교와 박물관을 찾아다니며 협력 중단을 요구하고, 독일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로비활동을 벌였다. 심지어 한 대표와 협력 중이던 학교에까지 찾아가 압력을 넣었다.

"학생들과 함께하던 프로젝트가 중단됐어요. 지금도 그 일을 떠올리면 눈물이 나요."

소녀상 설치 4년이 지난 지금, 한 대표는 한국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저희가 독일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는데, 이제는 한국 정부가 좀 보호해줘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요? 동료들도 너무 지쳐 있어요."

독일 내 인식 개선의 필요성

한 대표는 독일 사회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일에서는 일본의 이미지가 너무 좋아요. 일본이 식민 지배를 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죠."

그는 독일의 과거사 청산 과정을 언급하며 "독일도 처음엔 홀로코스트를 부정했어요. 외부의 압력이 있었기에 내부적인 정리가 가능했죠"라고 설명했다.

"4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독일이 변했어요. 그만큼 쉬지 않고 노력해도 부족한 거죠."

소녀상의 의미와 가치

한 대표는 소녀상이 단순히 한일 갈등의 상징이 아닌, 보편적 가치를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소녀상의 주체가 여성이고, 아픔과 용기를 상징한다는 점에서 이는 보편적인 거예요."

그는 한 일본 유학생과의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그 학생이 '내가 이 의자에 앉을 자격이 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너무 슬펐어요. 어른들이 잘못해서 젊은 학생이 무슨 죄가 있나요."

한 대표는 "소녀상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얘기하는 것"이라며 "미래를 위해 함께 해결하겠다는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이 옆에 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 정부의 위안부 합의 존중 입장에 대해 한 대표는 "독일 내 시민들도 엄청 화가 났다"고 전했다.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가해자인 일본 정부의 말을 어떻게 들어줄 수 있느냐는 반응이 많아요."

그는 베를린에서 일어나고 있는 탈식민주의 운동과 연계해 소녀상의 의미를 설명했다. "소녀상이 탈식민주의적이고 페미니즘적인 보편적 주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요."

"이 소녀상은 할머니들의 모든 아픈 이야기가 녹아 있는 훌륭한 예술 작품이에요. 한국사에서 기적같이 목소리를 만들어낸 거죠."

한 대표는 마지막으로 "일본 정부가 아무리 그렇게 해도 우리가 이긴다"며 "2천만 명의 시민들이 소녀상을 지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힘이 난다"고 말했다.

소녀상을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하지만 한정화 대표와 같은 이들의 노력으로, 소녀상은 단순한 동상을 넘어 역사의 아픔을 기억하고 미래를 향한 희망의 상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