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암행어사
대구시장 홍준표 초상화 전시했다 엇갈린 두 작가 운명... 한 명은 낙하산 관장, 또 다른 청년 작가는 블랙리스트
홍준표 시장 초상화 교체 거부한 청년작가 전시실 폐쇄...대구시 '표현의 자유' 도마 위에
대구문화예술회관이 2024년 청년작가전에 선정된 작가의 작품을 전시 시작 하루 만에 폐쇄하면서 예술 검열 논란이 일고 있다. 안윤기 작가는 홍준표 시장과 노중기 미술관장의 사진을 소재로 한 작품을 선보였지만, 문예회관은 "초상권 침해" 등을 이유로 작품 교체를 요구했다. 작가가 이를 거부하자 전시실을 봉쇄하고 개막식을 취소했다. 이는 2017년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작품 검열 이후 7년 만에 재발한 대구시의 예술 검열 논란으로, 지역 문화행정의 후진성과 표현의 자유 억압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예술 검열 논란의 시작
대구문화예술회관이 2024년 청년작가전에 선정된 안윤기 작가의 전시실을 전시 첫날부터 폐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안 작가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노중기 대구미술관장의 사진을 소재로 한 '언내추럴 스펙타클'(UN/NATURAL SPECTACLE)이란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었다.
문예회관 측은 전시 시작 하루 전날 해당 작품의 교체를 요구했고, 작가가 이를 거부하자 전시실을 폐쇄했다. 이와 함께 예정된 개막식도 취소하고, 제작된 리플릿을 전량 수거했으며, 온라인 홍보물도 수정했다.
작품의 내용과 의미
안윤기 작가의 작품은 전시실 중앙에 홍준표 시장의 초상화를, 왼쪽에는 노중기 관장의 프로필 사진을, 오른쪽에는 작가 자신의 모습을 배치했다. 관람객이 버튼을 누르면 웹카메라로 자신의 모습이 비치도록 구성됐다.
이 작품은 2023년 대구 미술관에서 있었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당시 노중기 작가는 자신의 전시 도중 기존 작품을 홍준표 시장의 초상화로 교체했고, 4개월 후 대구미술관장으로 임명됐다.
검열 논란의 핵심
문예회관은 '개인의 초상권과 창작자의 저작권 침해, 인격 및 성적 정체성 등 개인의 명예훼손' 우려를 폐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공인의 초상권과 공적 비평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문예회관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윤기 작가 측 법률대리인은 "비영리 목적의 예술작품이고 공인을 대상으로 한 비평적 표현"이라며 "초상권이나 명예훼손 문제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대구시의 예술 검열 전력
이번 사태는 대구시의 반복되는 예술 검열 논란을 재확인시켰다. 2017년에도 대구청년미술프로젝트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작품이 검열돼 논란이 됐다. 당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를 통해 문제가 드러났고, 대구시는 재발 방지를 약속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행정의 침묵과 책임 회피
취재진이 만난 대구시 관계자들은 대부분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대구미술협회는 "답변할 수 없다"며 침묵했고, 노중기 관장도 "일체 답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대구시 문화예술과는 "문예회관이 자체적으로 결정한 사안"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예술계의 우려
'블랙리스트 이후' 총괄디렉터는 "이는 명백한 예술 검열 사례"라며 "윤석열 정부 들어 예술 검열이 27건으로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동료 작가들은 이번 사태가 예술가들에게 심리적 압박과 트라우마를 줄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작가는 현재 전시 금지 가처분 신청을 준비 중이며, 약정된 지원금 미지급 문제도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예술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통해 지역 문화행정의 후진성과 표현의 자유 억압 문제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