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12.3 계엄의 실체... 김건희 구속 위기가 계엄의 방아쇠 당겼다

한동훈 당권 장악 이후 특검법 통과 우려...검찰-군 수뇌부 하루 차이 교체도 계엄 포석

2025-01-29 00:35:43

12.3 계엄의 진짜 목적이 김건희 씨 구속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는 결정적 증거들이 나왔다. 윤석열 측은 야당의 입법 독주를 계엄의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한동훈이 장악한 국민의힘에서 8표만 이탈해도 김건희 특검법이 통과될 수 있다는 절박감이 계엄의 기폭제가 된 것으로 당시 언론보도와 검찰 공소장을 교차 분석한 결과 드러났다.


권력 이동의 조짐과 검찰의 이탈


계엄 모의는 2024년 4월 총선 직후부터 시작됐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공소장에 따르면, 총선 직후인 4월 중순 김용현의 공관에서 여인형, 곽종근, 이진우와 함께 만나 "반국가 세력들 때문에 나라가 어려움에 처했다"며 계엄을 논의했다. 당시 여당은 180석이 넘는 거대 야당의 출현으로 큰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더 심각했던 것은 검찰 조직의 이탈이었다.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이 김건희 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를 위해 소환을 건의하다 반발을 산 것이 시발점이었다. 검찰 내부에서 윤석열이 아닌 한동훈 쪽으로 줄 서기가 시작됐다는 징후였다. 윤석열은 검찰 장악을 위해 민정수석실을 부활시켰지만, 이미 한동훈의 사시 동기인 이원석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특수부 라인이 한동훈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한동훈의 당권 장악과 급격한 세력 확장


상황을 결정적으로 악화시킨 것은 7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였다. 한동훈이 63%의 압도적 지지로 당대표에 당선되면서 여당마저 장악한 것이다. 특히 한동훈은 당선 직후부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김건희 씨를 겨냥한 압박을 이어갔다. 한동훈계가 20여명에 달한다는 점에서 8표만 이탈해도 김건희 특검법이 통과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검찰 공소장에는 8월초 윤석열과 김용현, 여인형 등 충암고 동문들이 모여 비상계엄에 대해 논의한 내용이 언급돼 있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검찰 공소장에는 8월초 윤석열과 김용현, 여인형 등 충암고 동문들이 모여 비상계엄에 대해 논의한 내용이 언급돼 있다.


8월 초순경 윤석열은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김용현, 여인형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정치인과 민주노총 관련자들에 대해 언급하면서 '현재 사법체계 하에서는 이런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할 방법이 없으므로, 비상조치권을 사용하여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후 윤석열은 8월 11일과 12일 하루 차이로 심우정 검찰총장과 김용현 국방장관을 잇달아 임명하며 계엄을 위한 인적 기반을 구축했다.


9월 들어 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전주(錢主)인 손건희 씨가 방조죄로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역시 전주(錢主)인 김건희 씨의 유죄 가능성도 제기됐다. 여기에 김건희 씨의 공천 개입 의혹을 담은 명태균 게이트가 터졌고, 공수처까지 수사에 착수하면서 윤석열 측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민주당의 사전 경고와 무시된 위험신호


이미 2024년 9월 1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면담에서 계엄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재명 대표는 "계엄 얘기가 자꾸 나오고 있고, 계엄 선포와 동시에 국회의원들을 체포, 구금하겠다는 계획이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이런 경고에 대해 여권은 "말도 안 되는 거짓 정치공세"라며 일축했다.


바로 다음날인 9월 2일 김용현 국방부장관 인사청문회에서는 더욱 구체적인 추궁이 이어졌다. 추미애 의원은 "김용현 후보자를 중심으로 대통령실과 국방부, 방첩사, 수방사가 하나의 라인으로 구축될 수 있다"며 계엄 대비를 위한 친정체제 구축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방첩사가 군의 견제와 감시, 인사 조직에 대한 정보를 틀어쥐고 있는데, 이것이 대통령-국방부-방첩사-수방사로 일심동체가 된다면 군 내부의 견제와 균형이 무너져 쿠데타와 같은 헌정질서 교란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민석 의원은 더욱 직접적으로 계엄 가능성을 추궁했다. 그는 "계엄법 제13조에 따르면 국회의원들이 현행범으로 체포, 구금돼 계엄해제 의결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며 국회 무력화 가능성을 제기했다. 대통령실이 "국회가 과반수로 계엄해제를 요구하면 바로 해제된다"고 주장한 것이 허구일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국정원 출신인 박선원 의원은 더욱 날카로운 질의를 이어갔다. 그는 "충암파나 용현파가 김용현과 관계있는 사람들의 승승장구로 이어져 제2의 하나회가 되고 있다"며 군 내부 사조직 형성 가능성을 지적했다. 박 의원은 "계엄 준비를 위해 가장 충성스러운 사람을 지휘부에 채워넣는 것 아니냐"고 추궁했으나, 김용현은 "동의할 수 없다"며 일축했다.


그러나 이후 밝혀진 사실들은 당시 의원들의 우려가 정확했음을 입증했다. 김용현은 실제로 계엄을 위한 군 지휘부 정비를 진행했고, 결국 3개월 뒤 계엄이 현실이 됐다. 


충성파 장성 결집과 계엄 준비


10월 1일 국군의 날을 기점으로 계엄 준비가 본격화됐다. 윤석열은 이날 충성파 장성 4명을 한남동 관저로 불러 직접 요리를 대접하며 계엄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정치인과 민주노총 때문에 힘들다"며 "비상조치권을 통해 처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다.


윤석열의 계엄 준비는 인사에서도 드러났다. 가장 주목할 대목은 심우정 검찰총장과 김용현 국방장관이 2024년 8월 11일과 12일 하루 차이로 임명됐다는 점이다.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 어려운 타이밍이다. 윤석열은 심우정 총장 지명 당시 "헌법 수호자"를 강조했는데, 이는 향후 계엄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특히 심우정은 김건희 씨 오빠의 휘문고 동기동창으로, 김건희 씨 수사를 막아줄 적임자로 여겨졌다. 이처럼 검찰과 군 수뇌부를 하루 차이로 교체한 것은 계엄을 위한 동시다발적 인사 정비였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조직적 개입 정황


검찰도 계엄에 깊숙이 관여한 흔적이 포착됐다. 서울중앙지검은 2024년 11월 21일, 보유하던 부정선거 관련 사건을 갑자기 안양지청으로 이첩했다. 이는 계엄의 명분으로 부정선거를 활용하려 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한다. 심우정 총장의 지시 없이는 불가능한 조치였다는 점에서 검찰 수뇌부의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용현의 자진출석 과정에서도 검찰의 조직적 개입이 확인됐다. 심우정 총장이 직접 김용현의 연락처를 수소문했고, 이후 검찰 고위간부들과의 연락을 거쳐 자진출석이 이뤄졌다. 이는 검찰이 내란 준비 과정에 깊이 관여했음을 시사한다.


한동훈 제거까지 노린 계엄


11월에 이르러 계엄의 준비는 더욱 구체화됐다. 11월 7일 윤석열은 명태균 게이트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리고 이틀 뒤인 11월 9일, 안산의 한 카페에서 노상원은 문상호를 만나 "조만간 계엄이 선포될 것이며, 자신이 수사단장을 맡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상원은 11월 24일부터 12월 1일까지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계엄 문건을 참고해 실행 계획을 수립했다. 2017년 3월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가 탄핵심판 이후 불복 시위에 대비해 만들었던 계엄령 문건과 과거 비상계엄 시 포고령 등을 토대로, 윤석열의 계엄 선포에 즉각 사용할 수 있는 선포문과 대국민 담화문, 포고령 초안까지 준비했다.


11월 30일 오후 6시경, 김용현은 국방부장관 공관에서 여인형으로부터 인사 관련 보고를 받던 중 "조만간 계엄을 하는 것으로 대통령이 결정하실 거다"라고 밝혔다. 특히 "이 나라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국회를 계엄군이 통제하고, 계엄사가 선관위와 여론조사 꽃등의 부정선거와 여론조작의 증거를 밝혀내면 국민들도 찬성할 것"이라며 "나라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헌법상 가지고 있는 비상조치권, 계엄 같은 이런 것을 이제는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계엄령을 발령해서 국회를 확보하고, 선관위의 전산자료를 확보해서 부정선거의 증거를 찾고 해야 한다"고 했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검찰 공소장에는 11월말 김용현은 여인형에게 계엄이 곧 임박했음을 알리며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설명했다고 나와 있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검찰 공소장에는 11월말 김용현은 여인형에게 계엄이 곧 임박했음을 알리며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설명했다고 나와 있다.


윤석열의 변호인단은 "야당의 입법 독주 견제"를 계엄의 이유로 내세웠지만, 실제 상황은 달랐다. 당시 이재명 대표는 11월 15일 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아 이미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은 상태였다. 4건의 기소 사건 중 첫 번째 재판에서 당선무효형이 나온 만큼, 사법부를 통한 이재명 견제는 이미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었다.


오히려 윤석열에게 가장 큰 위협은 한동훈이었다. 특검법 표결을 앞두고 한동훈은 "어떤 일도 가능하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김건희 씨를 겨냥한 발언을 이어갔다. 한동훈계 의원 20여 명 중 8표만 이탈해도 김건희 특검법이 통과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위기감이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진 것이다.


기득권 카르텔의 그림자


12.3 계엄의 배후에는 김승규 전 국정원장을 중심으로 한 기득권 세력의 영향력이 드리워져 있었다. 법무부 장관과 국정원장을 지낸 김승규는 법무부 장관 시절 정상명을 대검 차장에, 안대희를 서울고검장에 임명하며 검찰 인사를 주도했다.


주목할 점은 정상명이 현재 윤석열의 변호인단에 합류했다는 사실이다. 정상명과 윤석열은 1994년 대구지검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부장검사였던 정상명은 초임 검사 윤석열을 적극 지원하며 멘토 역할을 했다. 이후 정상명은 2012년 윤석열의 결혼식 주례를 맡았고, 2019년에는 검찰총장추천위원장으로서 윤석열의 총장 임명을 지원했다. 30년 가까이 이어진 이들의 각별한 관계는 이번 변호인단 합류로 다시 한번 확인됐다.


김승규는 최근 김진홍 목사, 황교안 전 총리 등과 함께 자유민주시민연대를 출범시키며 전면에 나섰다. 이들은 "선거관리위원회 제도를 해체하고 새로운 선거관리 제도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는데, 이는 계엄 세력이 내세웠던 부정선거 의혹과 결을 같이한다.


김승규는 전광훈 목사의 멘토로도 알려져 있다. 최근 전광훈이 서울서부지법 습격 사건으로 구속되자, 김승규는 손현보 부산세계로교회 목사를 새로운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손현보는 매주 토요일 국가미상기도회를 개최하며 세를 확장하고 있다.


특히 손현보는 지난 1월 이재명 대표 부산 가덕도 테러 사건 당시, 테러 현장에서 1km 떨어진 곳에 있던 세계로교회 담임목사다. 당시 범행 전날 김진성을 숙소까지 태워다 준 벤츠 운전사가 교회 신도라고 밝힌 바 있다.


김승규는 윤석열 대선 후보 시절 새시대위원회 상임고문을 맡았다. 검찰 출신, 판사 출신, 목사들로 구성된 이 기득권 카르텔이 12.3 계엄의 배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이 윤석열과 선을 긋고 있지만, 김승규를 중심으로 한 이 세력이 여전히 윤석열을 지지하며 새로운 극우 세력 결집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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