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민주평통 극우화, 총선용 큰그림인가

자유총연맹 강석호 총재, 뉴질랜드 지부에 격려금 실토

2024-01-24 21:00:00



윤석열 대통령의 40년지기인 석동현 씨가 민주평통 사무처장직을 사퇴하고 총선 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민주평통을 극우화하고 대통령 호위부대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민주평통자문회의는 평화통일정책 수립에 관한 대통령 자문을 위한 헌법기구로 의장은 대통령이다. 민주평통의 모든 규정은 법령에의해 정해진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 들어서면서, 법령에도 없는 직무 정지를 하거나 해임해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자문위원들을 정치적 찍어내기 해왔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


민주평통 미주회장 법령에도 없는 '직무정지' 정치적 찍어내기 비판 


지난해 1월 민주평통 미주지회 최광철 회장이 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와 맞지 않는 한번도평화컨퍼런스를 열어 한반도평화를 모색하려 했다는 이유로 보직해임 된 것도 한 예이다.


최광철 회장은 “지난해(23년) 1월 5일자로 윤석열 대통령의 40년지기라고 하는, 민주평통 사무처장 이름으로 찍힌 직무정지 이메일을 받았다”며, “정치적 찍어내기를 한 것도 문제지만, 직무정지라는 것은 법령이나 운영규정에도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윤재옥 의원은 지난해 2월 27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자문위원이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부적절한 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그 직무를 정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이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직무정지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 골자다. 윤재옥 의원은 국민의힘 원내대표로 대표적인 친윤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에 미주지역 동포 70여명은 지난해 1월 중순 김관영 수석부의장을 상대로 자의적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조치했고, 최광철 회장 역시 서울 중부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최 회장은 이 때문에 지난해 2월 한국에 와 2시간 동안의 고소인 조사도 받았다. 그러나 7~8개월간 수사 진행 상황은 감감무소식이었다고 했다. 그러더니 지난해 9월 20일경 각하 결정이 내려졌다. 최 회장은 “김관용 수석부의장에 대한 소환 조사는 없었다고 들었다”며, “부실수사에 대한 이의 제기를 해 해당 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바뀌면서 평화와 종전과 평화운동을 하는 분들을 반체제 전체주의 세력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라며, “더이상 이념으로 갈라치면 안 된다. 현 정부는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고 있지도 않아 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전쟁을 방지하고 평화를 추구하고 교류협력을 하는 가치는 우리 모두의 미래를 보장하는 핵심 가치다. 이런 불법행위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며, “직권남용 공소시효는 7년이다.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민주평통 뉴질랜드 지부 회장, 윤석열 탄핵 광고 실어줬단 이유로 강제 해임 


이 같은 정치적 찍어내기는 미주에서만 발생한 게 아니다. 민주평통 뉴질랜드지부 안기종 회장은 지난 2022년 12월, 임기를 8개월여 앞둔 시점 사퇴를 종용받다 결국 해임됐다. 지난 2022년 11월 3일 자신이 운영하는 언론사에 윤석열 뉴질랜드 윤석열 퇴진 촛불 행동의 명의로 의뢰한 광고를 실어줬다는 게 이유였다. 당시는 이태원 참사 직후 교민사회에서도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분노가 불일 듯 일고 있었다.




이같은 부당한 해임에 대해 민주평통은 어떤 답변을 내놓을까.


민주평통, "대통령 탄핵 광고 실어준 건, 위원의 품위손상 .. 교체 필요성 인정"


민주평통은 “자문위원 위촉 해제는 법령이 정한 사유에 의거 운영위원회 의결로 처리된다”며 “해당 광고 게재가 위원으로서 품위손상과 통일자문회의 목적 달성을 위해 교체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사안으로 판단했다”고 공식 답변해 왔다.


이후 민주평통 관계자에게 위원명단 또는 회의록을 요청했으나, 비공개 사안이라고 공개를 꺼렸다.


대통령 탄핵 광고를 실은 것이 자문위원의 품위를 손상시켰다는 답변에 대해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것이냐’며 추가로 질의하자, 이 관계자는 머뭇거리다, “...어... 그 회의내용은 비공개”라며, 동문서답했다.


민주인사 몰아내고, 극우인사 대거 영입


뉴질랜드 안기종 회장이 해임에 역할을 한 인물로, 뉴질랜드 교민들 사이에서는 지난해 8월 민주평통 뉴질랜드지부 상임위원이 된 손호현 씨를 꼽았다.

그는 뉴질랜드에서 대사모(자유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모임)라는 극우 단체 대표를 맡고 있다. 4.15 총선 이후 부정선거 의혹을 뉴질랜드 교민사회에서 적극 펼쳐왔고,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뉴질랜드에 방문했을 당시에는 반대시위를 하기도 했다.


손 씨에 대한 뉴질랜드 교민들의 반응은 무척 비판적이었다. 교민들은 “민주평통을 극우성향으로 끌고 가려는 것 같아 불편하다”, “그 사람은 윤석열 정부의 보안사, 보안부대원으로 자신을 인식하는 것 같다. 교민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자유총연맹이나 민주평통에 정보보고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닌다”, “심지어 뉴질랜드 교민에 대한 사상검증을 해야 한다고도 떠들고 다닌다”는 증언들이 나왔다.


손 씨 역시 “자신은 중립”이라고 말하면서도, 평소 ‘민주평통이 윤석열 정부의 보안사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발언해 온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또 논리 모순도 드러냈다.


그는 안보와 국방을 강조하면서도 취임 직후 북한 미사일 발사 다음날 NSC도 소집하지 않고 술에 빠져 있던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 관심 가는 뉴스만 본다”고 발언했고, 한쪽으로 치우쳐선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도 최근 암살시도를 당한 이재명 대표에 대해선, ‘황제운운’하며 적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일본과의 외교 관계에서도 스스로 힘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후쿠시마 핵폐수 방류에 대한 생각을 묻자, “일본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이지 않나”라며, “유엔 산하기구인 IAEA에서 이상없다고 하지 않았나”라고 답변했다.


후쿠시마 핵폐수 방류 비판과 이념은 무관할 뿐 아니라, IAEA는 유엔 산하 기관이 아니다.


대통령의 40년 지기인 석동현 사무처장이 2019년 8월 5일 전광훈 씨 집회 연단에서 “일본과 잘 지내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저는 친일파가 되겠다”라는 발언을 한 점 들을 미루어 볼 때, 현 정권과 매우 잘 보조를 맞출 수 있는 인물로 보인다.


그런데 손 씨는 “민주평통 내, (나와) 생각을 함께 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석동현 사무처장과의 친분도 숨기지 않았다.


'보안사 역할' 자처한 인물, 한국자유총연맹서도 활동 


이같은 이력과 사상을 지닌 손 씨는 뉴질랜드에서 민주평통 상임위원만 맡은 게 아니다. 지난해 11월 설립된 자유총연맹 뉴질랜드지부 초대 회장도 맡았다. 당시 취임식에는 강석호 총재가 참석해 손 씨에게 대통령 시계와 격려금도 전달했다.

강석호 총재는 처음에는 “지부 설립할 때 금일봉 주는 건 없다”고 잡아떼다가 “창립할 때 격려금을 조금 준다”고 실토했다.




예고된 수순, 민주평통 극우화... 총선용 큰 그림인가


민주평통의 극우화는 윤석열 정부 들어서면서 어쩌면 예고된 일이었다.


석동현 사무처장은 2022년 10월 14일 취임식에서 “자문위원들을 현 정부의 기조와 맞는 인물들로 교체하겠다”는 뜻을 대놓고 밝혀왔다. 또 뉴탐사 보도를 통해 관제데모 사주를 한 사실이 밝혀진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민주평통 자문위원을 특별한 이유나 설명 없이 교체한 인물로 지목되기도 했다.


민주평통을 올해 총선을 위한 선거조직으로 활용하기 위해 대통령의 40년 지기인 석동현 민주평통 사무처장과 대통령실이 미리 큰 그림을 그려왔다는 의심이 커지는 이유다.


더구나 안보를 강조한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통일부 예산은 쪼그라 들었는데, 이 같은 와중에도 민주평통과 한국자유총연맹 보조금은 증가했다. 


국매 민주평통 부위원장에 윤동환, 박찬주, 진성배도 포함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해외지부 뿐 아니라 국내의 경우도 친윤, 친일 등으로 물의를 빚은 인물들이 등용됐다. 민주평통 자문위원 지역 부의장에는 2019년 친일 극우 유튜버 영상을 직원 전체 회의에서 틀어 물의를 빚은 윤동환 한국콜마 회장, 공관병 갑질 논란의 박찬주 대장, ‘하늘부모님성회 아래 민족통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통일교 인사, 진성배 씨 등도 포함돼 있다.


대체 이들은 평화통일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을까. 위촉 기준 등을 물었지만, 이 역시 ‘비공개 사안’이라고 일축했다. 통일교 인사 위촉에 대해서는 종교관은 보지 않았다고 했다. ‘하늘부모님성회 아래 민족통일을 해야 한다라고 한다면, 이는 통일관 이기도 하지 않느냐’라고 재차 물었으나, 답변하지 않았다.


한편 석동현 사무처장은 취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평통을 사퇴하고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를 찾아가도 보고, 전화통화도 시도했지만 답변을 회피하기 급급했다.


이에 텔레그램으로 ▲민주평통 미주지부 최광철 회장 직무정지는 사무처장의 뜻인지, 혹 대통려이나 대통령실의 뜻인지, ▲이후 관련 법령을 만들기 위해 국회를 움직인 건 누구인지 ▲ 뉴질랜드 안기종 회장 해임을 주도한 것은 누구의 뜻인지 ▲ 민주평통에 극우인시들 대거 영입해 정치발판 만들고 총선 뛰어든 것은 아닌지를 질의했다. 석동현 사무처장은 텔레그램을 읽었지만, 답변은 여전히 오지 않고 있다.


취재 : 권지연 기자, 제보자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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