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혐의를 받고 있는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이 오늘 예정됐던 국회 국방위원회 출석을 거부하고 전격 사임했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이 국외로 도피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계엄 발령 48시간 만에 일어난 국방부장관의 사임은 이번 조치의 불법성에 대한 정부 내부의 동요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회는 범죄자 집단" - 담화문이 드러낸 국헌문란 의도
윤석열 대통령은 담화문에서 "국회가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 소추를 발의했고 예산 삭감으로 국가 본질 기능을 훼손했다"며 이를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로 규정했다. 특히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있다"고 언급한 부분은, 입헌민주주의의 근간인 삼권분립 원칙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헌법이 보장한 국회의 권한 행사를 내란행위로 규정함으로써 오히려 스스로 국헌문란의 목적을 드러낸 것이다.
전두환 계엄령보다 가혹한 통제 - 포고령 분석
계엄포고령은 국회와 지방의회 활동을 전면 금지하고, 모든 정치활동과 언론보도를 계엄사의 통제 아래 두며, 파업 중인 의료인들의 강제동원까지 명령했다. 특히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서는 영장 없는 체포·구금과 계엄법에 의한 처단을 경고했다. 이는 전두환 정권의 계엄령보다 그 통제 범위가 더욱 광범위하고 처벌 수위도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민간인인 의료인에 대한 강제동원령은 과거 계엄령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초법적 조치다.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
자유대한민국 내부에 암약하고 있는 반국가세력의 대한민국 체제전복 위협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2024년 12월 3일 23:00부로 대한민국 전역에 다음 사항을 포고합니다.
-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
-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전복을 기도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하고,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금한다.
-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파업, 태업, 집회행위를 금한다.
-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
- 반국가세력 등 체제전복세력을 제외한 선량한 일반 국민들은 일상생활에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
이상의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계엄법 제 9조(계엄사령관 특별조치권)에 의하여 영장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며, 계엄법 제 14조(벌칙)에 의하여 처단한다.
2024.12.3.(화)
계엄사령관 육군대장 박안수
이번 계엄포고령은 위반자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예고했다. 계엄법 제14조에 따르면 계엄사령관의 지시나 조치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한다. 특히 부정한 방법으로 보상금을 받은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으며, 이는 보상금의 3배까지 확대될 수 있다. 미수범 처벌과 징역형·벌금형 병과까지 가능해 처벌의 강도가 매우 높다.
97년 대법원 판례와의 비교
이번 계엄포고령은 대법원이 1997년 전두환 등의 내란사건에서 제시한 판단 기준에 비춰볼 때 모든 내란죄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법원은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으로 전복하거나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을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명시했다. 특히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한다"는 것은 영구적 폐지뿐 아니라 "사실상 상당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을 포함한다고 판시했다.
"우리 나라는 제헌헌법의 제정을 통하여 국민주권주의, 자유민주주의, 국민의 기본권보장, 법치주의 등을 국가의 근본이념 및 기본원리로 하는 헌법질서를 수립한 이래 여러 차례에 걸친 헌법개정이 있었으나, 지금까지 한결같이 위 헌법질서를 그대로 유지하여 오고 있는 터이므로, 군사반란과 내란을 통하여 폭력으로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의 권능행사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고 정권을 장악한 후 국민투표를 거쳐 헌법을 개정하고 개정된 헌법에 따라 국가를 통치하여 왔다고 하더라도 그 군사반란과 내란을 통하여 새로운 법질서를 수립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으며, 우리 나라의 헌법질서 아래에서는 헌법에 정한 민주적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폭력에 의하여 헌법기관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정권을 장악하는 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인될 수 없다. 따라서 그 군사반란과 내란행위는 처벌의 대상이 된다."대법원 1997. 4. 17. 선고 96도3376 전원합의체 판결
전두환 신군부 사례 (대법원 96도3376) |
윤석열 정부 계엄포고령 (2024.12.3) |
내란죄 성립 검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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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상계엄 전국확대로 국무위원 강압 • 국무회의장 병력 포위, 외부 연락 차단 • 국무위원 강압·외포 |
• 전국 계엄 선포 • 국회·지방의회 활동 전면 금지 • 모든 정치활동·정당활동 금지 |
판례보다 헌정질서 파괴 수준 심각 |
• 국회의사당 점거·봉쇄 • 국회의원 출입 통제 • 국회기능 마비 |
• 정치적 결사·집회·시위 금지 • 모든 언론·출판 계엄사 통제 • 파업·집회 전면 금지 |
판례보다 기본권 침해 중대 |
• 국보위 설치로 행정권 장악 • 대통령·행정각부 무력화 • 사법심사권 배제 |
• 계엄사령관 특별조치권 명시 • 영장없는 체포·구금·수색 • 계엄법 의한 처단 경고 |
판례보다 권력남용 위험 심각 |
• 군 지휘계통 장악 • 군사력으로 민주화 시위 진압 • 무력시위·강경진압 |
• 군사력 동원 시사 • 반국가세력 규정·처단 경고 • 의료인 등 강제동원 |
판례상 내란죄 구성요건 충족 |
세 가지 측면에서 본 위법성 검토
대법원은 1997년 전두환 내란 사건에서 "헌법에 정한 민주적 절차에 의하지 않고 폭력으로 헌법기관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인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이 판결의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이번 사태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그 위법성이 더욱 중대하다.
첫째, '국헌문란의 목적' 측면에서 헌법기관인 국회의 정당한 권한 행사를 '반국가 행위'로 규정한 것은 전두환 정권이 "신군부의 예비검속이 국가안보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한 것과는 차원이 다른 헌정질서 부정이다. 국회의 존재 자체를 부정했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하다.
둘째, '폭동성' 요건과 관련해 대법원은 "비상계엄의 전국확대는 그 자체만으로도 국민에게 기본권 제약의 위협을 주는 측면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번 포고령은 여기서 더 나아가 정치활동과 언론의 자유를 전면 통제하고, 심지어 의료인의 강제동원까지 명령했다는 점에서 그 폭동성이 더욱 중대하다.
셋째, '권능행사 불능화' 기준에서 볼 때, 대법원은 "사실상 상당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것"까지 포함된다고 명시했다. 이번 포고령은 국회와 지방의회의 기능을 무기한 정지시켰을 뿐 아니라, 모든 정당 활동까지 금지함으로써 민주주의의 근간을 완전히 부정했다.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내란"
97년 판결은 "군사반란과 내란을 통해 정권을 장악한 후 국민투표로 헌법을 개정하고 통치했다 하더라도" 그 불법성이 치유될 수 없다고 단호히 선언했다. 이는 어떠한 사후적 정당화도 용인될 수 없다는 준엄한 경고다. 김용현 전 장관의 전격적인 사임과 검찰의 출국금지 조치는 이번 계엄령이 중대한 위법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어떠한 경우에도 용인될 수 없다"는 27년 전 대법원의 경고는 지금 이 순간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