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플러스

김만배 돈 100억 라임 사기극과 쌍방울 대북송금에 활용

검찰, 청담술자리 보도 정면승부 대신 첼리스트 희생양 삼나

2024-06-09 23:38:00

윤대통령 석유 발표에 주목받는 박주선 석유협회 회장


윤석열 대통령이 포항 앞바다 석유 시추 가능성을 언급해 전국을 들썩이게 한 가운데, 박주선 전 특수부 검사가 석유협회장으로 있다는 사실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박주선은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이다. 지난 대선 때는 박주선이 국민의힘 동서화합미래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윤석열 후보를 지지선언하며 손을 맞잡기도 했다. 윤 대통령 취임식에서는 준비위원장을 맡았다. 공교롭게도 청담동 술자리 동석자인 이세창 역시 동서화합미래위원회 본부장과 취임식 준비위원을 맡았다.


지난 3월 5일 박주선은 한국-사우디아라비아 산업통상협회(한사협) 회장에 선임됐다. 이 단체에 박노황 전 연합뉴스 대표와 이승철 전 전경련 부회장이 수석부회장을 맡았다. 우크라이나에 이어 사우디 관련 단체에 친윤 인사들이 줄을 서는 것은 이권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윤대통령의 뜬금없는 석유 발표에 의혹의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주가조작 전문 쌍방울, 재판부는 '모른척'


쌍방울의 대북송금 의혹을 다룬 1심 판결 내용을 보면 석연찮은 부분이 많다. 재판장인 신진우 부장판사는 쌍방울을 두고 "견실한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만약 경기도의 대북사업 지원 약속이 없었다면 쌍방울이 대북사업에 뛰어들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한국거래소 자료를 보면 쌍방울의 실상은 정반대다. 쌍방울의 계열사 나노스(퓨처코어)는 2017년부터 최근까지 꾸준히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돼 왔다. 특히 쌍방울이 북한과 협약을 맺던 시기인 2019년 1월에는 나노스가 '투자경고 지정예고' 1회, '소수계좌 매수관여 과다' 3회 등의 제재를 받았다. 이는 쌍방울이 주가조작 시비에 휘말려 왔음을 방증한다.

▲2019년 1월 나노스 주가조작 혐의로 투자주의 종목 수시로 지적​(출처 : 한국거래소)
▲2019년 1월 나노스 주가조작 혐의로 투자주의 종목 수시로 지적​(출처 : 한국거래소)


거래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신 부장판사는 쌍방울을 "견실한 기업"으로 봤다. 쌍방울의 주가부양 의도는 애초에 고려하지 않은 채, 경기도와의 관계에만 주목했다. 그러나 쌍방울은 경기도와 손잡기 훨씬 이전부터 북한 카드로 주가 띄우기에 공을 들여왔다.


쌍방울은 2016년 12월 거래정지 중이던 나노스를 인수했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 맞물린 시기였다. 당시 쌍방울은 차기 정부에서 대북 사업이 유망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듬해 2월 김성태 회장은 주당 전환가액 100원짜리 전환사채 100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주가가 오르면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는 구조였다.


쌍방울은 장원테크 인수 등을 통해 '대북 경협주'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주식시장에서 북한 희토류(마그네슘) 개발로 주목받은 장원테크는 결국 쌍방울과 한 식구인 KH그룹이 최대주주가 됐다.


실제로 2019년 4월 김만배 일당이 챙긴 대장동 개발 이익 자금이 이기성과 나석규를 거쳐 KH그룹에 흘러들어갔다. 특히 김성태의 '사금고' 격인 착한이인베스트에만 50억 원이 들어갔다. 같은 시기 쌍방울은 대북송금도 단행했다. 김만배발(發) 자금과 쌍방울발(發) 송금의 연결고리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쌍방울의 속내는 북한과의 가시적인 경협 행보에 있었다. 800만 달러를 보내면서까지 북한에 공개 행사를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래야 주가 부양에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은 부담을 느꼈는지 공개 행사에 응하지 않았다.

▲쌍방울은 경기도가 대북 사업에 관심을 갖기 훨씬 전부터 남북 화해 무드를 활용한 주가 부양에 관심을 가져왔다
▲쌍방울은 경기도가 대북 사업에 관심을 갖기 훨씬 전부터 남북 화해 무드를 활용한 주가 부양에 관심을 가져왔다


이처럼 쌍방울 주가부양의 큰 그림과 김만배 자금 흐름의 의심스러운 대목들은 수두룩하다. 김만배 일당이 챙긴 대장동 개발 이익 자금이 장원테크와 KH그룹을 거쳐 쌍방울로 흘러들어갔고, 이는 쌍방울의 대북송금 자금으로 사용된 정황이 엿보인다. 나아가 김만배 자금 일부는 라임과 옵티머스 자금과 합쳐져 대양금속의 주가조작에도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부터 쌍방울 대북송금, 라임·옵티머스 사태까지 하나의 큰 그림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음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신진우 부장판사는 쌍방울을 오로지 경기도와의 관계 속에서만 바라봤다. 이는 명백한 오판이다. 항소심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만약 1심의 잘못된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그건 정치 편향 판결이란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술자리 의혹, 검찰은 진실 덮기 바쁜 듯


청담동 술자리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검찰은 술자리의 핵심 참고인인 첼리스트 박모 씨에 대해 허위사실유포 혐의를 적용하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첼리스트가 번복을 인정하도록 몰아가는 모양새다.


만약 첼리스트가 자신의 증언을 번복한다면 술자리 의혹은 가짜뉴스로 몰릴 수 있다. 그리고 검찰로선 민감한 수사 기록을 공개하지 않고도 사건을 쉽게 덮을 수 있다. 검찰은 술자리 의혹을 최초 보도한 강진구 기자 등을 상대로 강요미수 같은 다른 혐의를 적용해 기소할 수도 있다.


검찰이 청담동 술자리 의혹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싶다면 강진구 기자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 그래야 그간의 수사 과정과 결과, 그리고 의혹의 진실 여부가 법정에서 낱낱이 공개될 것이다. 검찰이 이 같은 정공법을 택할지, 아니면 꼬리 자르기로 사건을 덮으려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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