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주심으로 지정된 정형식 헌법재판관의 작년 12월 인사청문회 발언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특히 대통령의 결단이 잘못된 경우 단호히 맞서겠다는 발언의 맥락이 중요하게 평가된다.
대통령 결단에 대한 입장 변화
정형식 재판관은 법무부 인사검증단 문제에 대해 "인사 검증을 누구에게 맡길지는 대통령의 결단"이라고 답변했다. 이에 박범계 의원은 "'결단'이라는 표현을 썼다. 결단주의, 법실증주의는 낡은 이념이고 낡은 헌법적 가치"라며 추궁했다.
결정적인 순간은 박범계 의원이 "대통령의 결단은 다 옳습니까?"라고 물었을 때였다. 정 재판관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대통령의 결단이 잘못된 경우 헌법재판관이 된다면 단호히 다른 목소리를 내겠냐"는 추가 질문에 "그렇게 하겠다"고 명확히 답변했다.
박범계 의원 : "후보자, 대통령의 결단은 다 옳습니까?"
정형식 헌법재판관 후보 :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박범계 의원 : "대통령의 결단이 잘못된 경우에 헌법재판관이 된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 단호히 그와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까?"
정형식 헌법재판관 후보 :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정형식 헌법재판관 후보 인사청문회(2023.12.12)
보수 성향 인정하면서도 독립성 강조
정 재판관은 청문회 초반 박범계 의원의 질의에 "보수적 가치를 가진 법관이라는 평가를 알고 있다"면서도 "재판은 각자의 시선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다"고 답변했다. 이는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이재용 감형 판결 논란도 쟁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감형 판결도 뜨거운 감자였다. 박용진 의원은 "일심 판결, 국민의 상식, 대법원 판결과 다른 판단을 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할 생각이 없느냐"고 추궁했다. 정 재판관은 "대법원의 판단이 다르게 나온 것을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답변했으나, 직접적인 유감 표명은 피했다.
'물망초' 발기인 참여 사실 첫 공개
뉴탐사 취재 결과, 정형식 재판관은 처형 박선영 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탈북민 지원단체 '물망초'의 발기인으로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문회에서는 600만원 후원 사실만 거론됐었다. 당시 정 재판관은 "특정 색깔이 있는 단체와의 관계는 신중하게 하겠다"고 답변했으나, 실제로는 단순 후원을 넘어선 깊은 관여가 있었던 것이다.
소병철 의원 : "후보자님이…… 600만 원이면 후보자님, 굉장히 큰돈이지 않습니까? 어떻게 경솔하게 그렇게하십니까?
지금 그 단체를 맡고 있는 분과 후보자님의 어떤 친인척 관계 이런 부분 이해를 한하더라도 그렇게 거액의 돈을 후원하고 이런 부분은, 후보자님이 이런 헌재재판관 되시는 것에 대해서 전혀 생각을 안 하셨다 하더라도 당시 현직 법관인데 이게 과연 후보자님 온당하다고 생각합니까?"
정형식 후보 : "아마 저희 처형이 이사장으로 있는 단체를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요. 처형이 그 단체를 만든 취지는……"
소병철 의원 : "아니, 제가 후보자님 말씀 끊어서 그런데 제가 처형 이런 말씀 일언반구도 안했고 이 단체에 대해서 지금 언론에서 저런 지적을 할 때는 후보자로서 경솔한 처신일 수 있다하는 점을 지적하는 겁니다. 앞으로 헌재재판관 하시면서도 저렇게 또 하실겁니까?"
정형식 후보 : "색깔이 명백한 그러한 단체라고 하면 제가 그렇게 해서는 안 될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정형식 헌법재판관 후보 인사청문회(2023.12.12)
더구나 박선영 씨는 계엄 해제 직후 진실화해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이는 정형식 재판관의 탄핵심판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김복형 재판관의 계엄 관련 발언
3개월 전 김복형 재판관 인사청문회에서 주목할 만한 발언이 있었다. 김 재판관은 "현재 전시·사변 등 비상사태를 느끼지 못했다"며 계엄 가능성 자체를 일축했다. 특히 "대통령의 권한을 과다하게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국회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국민의힘 박준태 의원은 "개헌은 실체 없는 정치적 망상"이라며 "민주화된 대한민국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로 계엄이 선포되면서 이 발언은 계엄의 부당성을 입증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박준태 의원 : "계엄은 많은 국민들이 아시듯이 전시 또는 사변과 같이 비상사태에 행정권과 사법권을 군에 위임해서 계엄사령관에게 부여하는 그런 제도입니다.지금 글로벌 중추 국가를 지향하고 있고 또 빛나는 민주화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오늘날의 대한민국에서 또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는 우리 국민들의 모습을 생각했을 때 현실에서 전혀 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렇게 생각을 하는데 후보자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김복형 후보 : "지금 현재 상황이 전시·사변, 기타 비상사태라는 것을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한 잘 모르겠습니다."김복형 헌법재판관 후보 인사청문회(2024.9.10)
박준태 의원 : "일각에서는 민주당에서 이런 실체 없는 계엄 얘기를 이어 가는 게 박근혜 정부 당시의 탄핵 정국을 연상시키기 위한 어떤 정치 선동이 아니냐 이런 얘기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근거 없는 주장, 가짜뉴스가 계속 이어지는 현실이 문제가 있고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후보자께서 관심을 갖고 잘 참고를 해 주시라 이런 말씀을 드립니다."
김복형 후보 : "헌법재판을 담당하게 된다면 그 직분을 성실하게 수행하도록 그리고 사회의 다양한 의견이라든지 그런 사실관계 등에 관한 기사들도 관심있게 챙겨 보도록 하겠습니다."김복형 헌법재판관 후보 인사청문회(2024.9.10)
"군대 내 사조직과 계엄령의 위험성" 지적된 청문회 문답
청문회에서 가장 예리한 질문은 장경태 의원이 던진 군 사조직과 계엄령에 대한 것이었다. 장 의원은 "하나회처럼 군대에서 쿠데타도 했다"며 운을 뗀 뒤, 충암파·용현파 사조직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장 의원은 "대통령 경호와 관련되지 않은 수도방위사령관, 특전사령관, 방첩사령관 등을 대통령경호처장이 굳이 출입기록까지 숨기면서 만났다"고 지적했다. "대통령경호안전대책위원회 업무분장에는 특전사가 포함되지 않는데도, 계엄령 발동 결재 라인인 방첩사령관과 수방사령관이 경호처장, 국방부장관과 특수관계"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장경태 의원 : "삼권분립 중에 만약 입법부가 이렇게 계엄령에 의해서 좌지우지된다면 결국 막을 수 있는 건 법원 아니겠습니까? 사법부 아닙니까?"
김복형 후보 : "사법부가 인권의 최후 보루라는 평가는 동의합니다."김복형 헌법재판관 후보 인사청문회(2024.9.10)
장 의원은 나아가 "박근혜 정권 계엄령 문건을 보면 국회의원 과반의 의결로 계엄령을 해제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국회의원을 강제구금, 강제연행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계엄령이 선포돼 국회의원들이 다 잡혀가면 우리나라가 망하는 것 아니냐"며 "정말 생각하기도 쉽지 않은 무시무시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결정적으로 장 의원이 "입법부가 국민 다수의 선택을 받아 대통령의 권한이 과다하게 사용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느냐"고 묻자, 김복형 재판관은 "그렇습니다"라고 답했다. 불과 3개월 전 이뤄진 이 문답은 현재 상황을 정확히 예견한 것이었다.
'법원의 주인은 판사들' 발언으로 논란
최강욱 의원과 김형두 재판관의 문답에서 사법부 독립성에 대한 우려스러운 시각이 드러났다. 최 의원이 "법원의 주인이 누구입니까?"라고 묻자 김형두 재판관은 "법원의 주인은 판사들입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판사들이 3000명이 넘고,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이 리드를 잘못하더라도 그 사람들은 금방 나갈 사람들이다. 앞으로는 우리가 주인이 되는 거다, 젊은 사람들이"라고 부연했다.
최강욱 의원 : "법원의 주인이 누구입니까? 먼저 좀 단답형으로..."
김형두 후보 : "법원의 주인은 판사들입니다. 그런데 그 판사들이 3000명이 넘어요. 그래서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이 리드를 잘못하더라도 그 사람들 금방 나갈 사람들이다, 앞으로는 우리가 주인이 되는 거다, 젊은 사람들이, 그런 뜻입니다."김형두 헌법재판관 후보 인사청문회(2023.3.28)
특히 논란이 된 것은 과거 SNS 대화 내용이었다. 최강욱 의원은 "'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될 거다. 그렇게 되면 법원을 크게 바꾸려고 할 거다. 이인복·박시환 대법관이 대법원장이 될 거다. 두 분 다 너를 쓰고 싶어 할 거다'라는 내용이 있었다"며 추궁했다. 이에 김 재판관은 "제가 그런 것을 보냈었나요, 사람 이름을 써서?"라며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는 헌법 제1조의 국민주권주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았다. 사법부의 존립 근거는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나오며, 판사들은 그 권한을 위임받아 행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헌법재판관들 재산 증가 추이도 관심
현재 헌법재판관들의 재산 현황도 주목된다. 이미선 재판관이 72억원으로 가장 많은 재산을 신고했다. 정정미 재판관이 26억원, 김형두 재판관이 24억원, 정형식 재판관이 21억원, 문형배 재판관이 15억원을 신고했다. 김복형 재판관은 7억원을 신고했다.
특히 재판관들의 재산 증가 추이가 눈길을 끈다. 정형식 재판관의 경우 윤석열 정부 들어 재산이 하향세에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문형배 재판관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재산이 급증했다. 김형두 재판관은 문재인 정부부터 재산이 꾸준히 상승하다 작년에 소폭 감소했다. 김복형 재판관 역시 2022년과 2023년 상승세를 보이다 2024년 하락했다.
이미선 재판관은 인사청문회 당시 약속대로 국내 주식을 대부분 처분했다. 현재는 해외 주식을 중심으로 1억 6천만원 규모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조한창 재판관 후보자는 7억원의 재산을 신고했으며, 나머지 두 재판관 후보의 재산 내역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AI 분석으로 본 탄핵심판 전망
뉴탐사가 정형식 재판관의 인사청문회 회의록과 탄핵소추안을 AI로 분석한 결과, 탄핵소추안 인용 가능성이 85%로 나타났다. 특히 계엄의 위헌성에 대해서는 95%의 높은 수치를 보였다.
정 재판관이 절차적 정당성을 중시하는 성향을 보인다는 점도 주목된다. 계엄 선포 과정에서 국무회의가 형식적으로 진행됐고, 국회 통고 절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비상사태도 아닌 상황에서 군사력을 동원해 국회를 통제하려 한 점은 헌정 질서의 근간을 훼손한 중대한 사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헌법재판관들의 과거 판결 경향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정정미 재판관을 제외한 현직 헌법재판관 모두가 과거 긴급조치 관련 사건을 위헌으로 판단했다. 정정미 재판관의 경우 관련 판결 기록이 없다. 특히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정형식 재판관도 긴급조치의 위헌성을 인정한 바 있어, 이번 계엄 사태의 위헌성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