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 항소심 결심공판이 열린 가운데, 검찰이 이번에도 피고인들에게 실형을 구형했지만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를 봐주기 위한 공소유지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검찰은 2일 열린 결심 공판(서울고법 형사5부, 재판장 권순형)에서 도이치모터스 권 전 회장에게 징역 8년과 벌금 150억원과 추징금 81억3600만원을 구형했다.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던 1심보다 형량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손 모 씨에게는 ‘방조’ 혐의를 추가해 징역 3년에 벌금 5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밖에 다른 피고인들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에서 7년, 벌금 50~100억원을 각각 구형했다.
피고인 9명과 변호인들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시세조정에 관여한 사실이 전혀 없었다", "시세조정을 할 동기가 없었다", "공모사실이 없다"는 등의 주장으로 무죄를 주장하거나, 형량을 낮춰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은 권오수 전 회장이 주도해 실행한 거래이며, 1단계 이정필에서 2단계 김기현으로 선수를 교체해 범행이 계속됐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검찰이 애초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서 김건희 씨를 기소하지 않으면서 반쪽짜리 재판이 됐다는 점이다. 항소심에서 피고인들이 억울한 정치적 희생양이라는 취지의 적반하장식 항변까지 할 수 있었던 이유기도 하다.
김건희 뺀 재판서 피고인들 무죄 주장
우선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시기를 2009년 12월 23일부터로 특정했다. 2009년 12월 10일부터 김건희 씨 계좌로 도이치모터스 주식이 대량 매수된 사실은 공소장에서 제외시킨 것이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도이치모터스 ‘1차 작전 선수 문건’에는 “김건희 65만주 동부증권 청담동 지점”이라는 메모가 적혀 있다. 이 문건은 2009년 말께 작성된 것으로, 1차 주가조작 선수로 지목된 이 씨의 필적과 같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는 ‘선수 이 씨는 김건희 여사와 전주(錢主) 양 모 씨의 계좌로 2009년 12월 10일부터 집중 매수를 했다’고 적시 되어 있다. 그러나 양 모 씨와 관련한 계좌 내역에는 전주(錢主) 양 씨가 2009년 12월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거래한 흔적이 없다. 당시 선수 이 씨가 집중 매수한 계좌는 김건희 씨의 계좌라고 보이는 이유다. 검찰이 고의로 주가조작 시기를 변경했다고 보이는 지점이다.
1단계 주가조작은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하더라도 이 기간 투자가 갖는 의미는 크다. 김건희 씨가 도이치모터스 1차 주가조작 당시 투자한 금액이 당초 알려진 17억원이 아닌, 약 31억원으로 늘어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 당시 김건희 씨의 예금은 약 36억원으로 추산된다. 전체 예금의 80%이상을 도이치모터스에 투자했다면 사전에 작전을 인지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피고인들이 시세조정을 고의로 하지 않았다거나 공모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잃게 되는 중요한 지점인 것이다.
2차 주가조작 시기인 2010년 10월 20일 이후 김건희 씨와 최은순 씨 계좌를 이용해 시세조정이 이뤄진 정황이 드러난다. 김건희 씨의 계좌 5개 중 최소 2개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전 회장이나 자산관리사인 블랙펄인베스트가 운용하면서 시세조정과 통정, 가장매매를 했다고 본 것.
더구나 2차 작전 세력 사무실에서 발견된 '김건희 파일'에는 인출내역과 잔고표시, 김건희 씨가 개설한 미래에셋증권 계좌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관련 내용, 김건희 씨의 토러스 증권, DS증권 계좌에 들어있던 주식 잔고와 주식을 현금으로 환산한 총계도 적혀 있었다. 그럼에도 김건희 씨가 거래에 직접 개입했는지는 판단하지 않고 있다.
당시 김건희 씨의 계좌를 관리했던 선수 김 모 씨측은 1심에서 모두 인정했던 혐의 중 일부를 항소심에서는 부인하고 있다. 특히 권오수 전 회장과의 공모 여부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런가 하면, 김 씨의 변호인이 항소심에서 한 발언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특히 이 사건 범행 전 단계를 통해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매하고 이 주식을 통해서 실제 이득을 얻은 사람이 누구였는지 살펴본다면 누가 있을까요? 권오수 피고인이 있고 이종호 피고인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 있는 김기현 피고인에 관련된 많은 점들은 김기현 피고인의 유죄를 만들어내는 증거의 상당 부분들이 이종호 피고인의 입으로부터 나오고 있습니다김건희 계좌 관리했던 김기현의 변호인
김기현의 변호인 발언은 주가조작의 실제 수혜자와 법적 책임을 지는 이들 사이의 괴리를 지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피고 이종호 씨에게는 징역 6년에 벌금 100억원, 추징금 약 1억원을 구형했고, 피고 김기현에게는 징역 5년과 벌금 100억원을 구형했다.
이같은 논리라면 누구보다 큰 이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진 김건희 씨가 재판에서 제외된 상황에서, 다른 관련자들만이 재판을 받고 있는 현실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으로 볼 수 있다.
참고로 김건희 씨와 최은순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집중 매도해 얻은 이익은 약 2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도이치모터스 직원들 "김건희 미니매장에 상주하다시피 했다"
한편, 뉴탐사는 최근 도이치모터스 전직 직원들로부터 과거 김건희 씨가 도이치모터스 미니(강남) 매장에 수시로 드나들었다는 증언도 복수로 확보했다.
김건희 씨는 2011년 서울대 인문대학 최고지도자 인문학과정 이력에 도이치모터스 이사 재직 사실을 적어낸 것과 관련해, "이사로 활동한 것은 맞지만, 비상근, 무보수직이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뉴탐사가 확보한 도이치모터스 전 직원들의 증언은 김건희 씨가 권오수 전 회장과 매우 각별한 사이를 유지하면서 주가조작의 정점으로 활약했을 개연성을 더해주고 있다.
한 전직 직원은 “2005년 이전으로 기억한다”며 “직원들끼리 나이트에 회식을 갔는데 당시 권오수 회장이 어떤 여성과 함께 있었다. 그게 알고 보니 김건희 씨였다. 그때는 권오수 회장을 알게 된 지 얼마 안됐을 때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후로 김건희 씨가 도이치모터스 미니매장에 거의 상주하다시피 했다”고 회고했다.
또 다른 전직 직원도 “김건희 씨가 도이치모터스 미니 매장에 수시로 왔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당시 최은순 씨도 봤다고 회고했다. 한 전직 직원은 "나중에 TV에서 최은순 씨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당시 최은순에 대해서는 투자자로 소개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도이치모터스는 상장이 힘든 회사였는데 권오수 회장이 도이치모터스가 상장되고 주식이 크게 오를 것이니 사두라는 얘기를 했었다"며 "도대체 뭘 보고 주식을 사라는 것인지 알 수 없어 안 샀다. 그런데 이후 주식이 크게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에 뒤를 봐주는 검사들이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했다.
이 사건 선고일은 오는 9월 12일 오후 2시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