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보도

천공 판결문 비교: 공인 여부 판단이 유무죄 갈랐다

천공 관련 안양지원과 남양주지원 판결문 비교

2024-07-29 14:32:10

지난주 수요(24일), 목요일(25일) 천공과 관련된 두 건의 명예훼손 사건에서 상반된 판결이 나왔다. 뉴탐사는 이 두 판결문을 입수하여 면밀히 분석했다. 그 결과, 무죄가 선고된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의 판결(강민기 판사)에 비해 유죄를 선고한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최치봉 판사)의 판결문에서 심각한 문제들이 발견되었다.


1. 안양지원 "이병철" vs 남양주지원 "이O공"


두 판결문은 천공에 대한 인식에서부터 큰 차이를 보인다. 안양지원 판결문은 "천공(이천공, 개명 전 이병철)"이라고 명시하여 그의 공인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한 반면, 남양주지원 판결문은 "이O공"이라고 기재하여 마치 일반 사인을 다루듯 했다. 이는 두 법원이 천공을 바라보는 시각의 근본적인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 비방 목적 판단의 상반된 접근


비방 목적에 대한 판단에서도 두 판결은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남양주지원 최치봉 판사는 "피고인들이 이 사건 보도 당시 '피해자가 전과 17범이다.'라는 내용이 허위라는 사정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면서 그와 같은 허위사실을 보도함으로써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고, 나아가 피고인들에게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도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반면 안양지원 강민기 판사는 "앞서 인정한 사실들을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제1, 2 방송은 공공의 이익에 관한 사항을 보도한 것으로 보이므로, 당시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3. 미필적 고의 입증의 심각한 결여


남양주지원 판결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미필적 고의'에 대한 판단이다. 최치봉 판사는 피고인들이 보도 내용의 허위성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고 판단했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입증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중요한 점은 미필적 고의의 입증 책임은 기소를 한 검사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소장이나 판결문 어디에도 미필적 고의를 입증할 만한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다. 이는 오로지 판사의 주관적인 심증에 의존한 판단으로 보인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검찰이 중요한 사실을 고의적으로 누락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보도 전 천공 측에 반론을 요청했다는 중요한 사실이 검찰의 공소장에서 완전히 누락되었고, 이는 판결문에도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기자가 반론을 요청했다는 사실은 미필적 고의의 존재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허위임을 알면서도 보도했다면, 굳이 반론을 요청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오히려 기자가 진실 확인을 위해 노력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검찰이 이러한 중요한 사실을 누락한 것은 단순한 실수라고 보기 어렵다. 이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의도적으로 배제하여 공정한 재판을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검찰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더불어, 최치봉 판사가 이러한 중요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판결을 내린 것 역시 심각한 문제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을 바탕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문제로, 피고인의 방어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훼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단순히 개별 사건의 문제를 넘어, 우리 사법 체계 전반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드는 중대한 사안이다.


4. 공익성 판단의 부재


안양지원과 남양주지원의 판결은 보도의 공익성 판단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안양지원은 판결문에서 다음과 같이 명확하게 공익성을 인정했다:

"천공은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인물로서 피해자는 천공의 자금조달이나 산하 조직의 운영과 관련하여 주식회사 정법시대, 주식회사 월드홍익선원의 대표, 정법시대 문화재단의 이사, 에이클럽의 회장으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존재이므로, 비록 피고인이 제1, 2 방송에서 피해자의 이름을 익명으로 처리하였더라도 일정한 정도의 신원노출은 불가피해 보인다."
수원지법 안양지원 천공 판결문 중(2023고단2185)

또한 안양지원은 "천공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혹이 제기되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에 대한 보도가 "국민적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남양주지원 최치봉 판사의 판결문에서는 이러한 공익성에 대한 판단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최치봉 판사는 피고인들의 '비방 목적'에만 집중하여, 보도의 공익적 가치를 완전히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하루 전 안양지원의 무죄 판결때문에 마지막에 징역형 대신 벌금형으로 고친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에서 공인으로 인식된다고 첨언하듯 적었다.

당시 사실상 공인으로 인식되고 있던 피해자를 검증할 목적으로 이 사건 보도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들에게 벌금형을 선고한다.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천공 판결문 중(2023고단1969)

이러한 판단의 차이는 언론의 공익 보도 기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안양지원의 판결은 공인이나 공적 관심사에 대한 언론의 비판적 보도를 보호하고 있는 반면, 남양주지원의 판결은 이러한 보도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천공과 같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물에 대한 보도는 높은 공익성을 가진다. 이러한 보도를 통해 국민들은 정부의 운영 방식과 영향력 있는 인물들의 배경을 알 수 있게 되며, 이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필수적인 정보다.


남양주지원 판결이 이러한 공익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은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는 위험한 판단이다. 이는 향후 유사한 공익 보도를 위축시키고,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의 투명성과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권력 앞에 흔들리는 법원의 독립성


이번 천공 관련 판결은 단순히 개별 사건의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문제로 볼 수 있다. 특히 남양주지원의 판결은 사법부마저 살아있는 권력 앞에 비굴한 모습을 드러낸 계기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형사재판의 대원칙인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in dubio pro reo)마저 무시된 듯한 모습이다. 이는 법원이 정의의 최후 보루로서의 역할을 저버리고, 오히려 권력의 눈치를 보며 판결을 내리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주고 있다.


이러한 사법부의 태도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한다.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키고, 공인에 대한 정당한 비판과 감시 기능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이번 사태는 우리 사회가 언론의 자유, 사법부의 독립성, 그리고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라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들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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