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예수 이름으로 '불복'하라" - 탄핵 불복의 도화선을 만드는 한국 교회의 광기
한국의 일부 교회들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불복을 위한 종교적 명분 쌓기에 나섰다. 단순한 탄핵 반대를 넘어 조직적인 불복 운동의 전위대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는 "이재명이 죽어야 대한민국이 산다"는 충격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수사로 치부하기 어려운 발언이다. 특히 이재명 대표 테러 사건 현장인 가덕도 인근에 세계로교회가 있고, 교회 신도들이 테러범을 숙소까지 차로 이동시켜준 사실이 드러나 테러 사건의 배후로까지 의심받았다는 점에서 이러한 발언의 위험성은 더욱 크다.
인천 사랑침례교회 정동수 목사는 "하나님은 100% Right하신 분이에요. 그래서 하나님은 오른쪽의 하나님이에요. 다시 말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지지하시는 분이 하나님이시고 왼쪽은 하나님이 미워하십니다"라며 종교를 정치 이념과 동일시했다.
광주 은혜침례교회 한재석 목사는 한발 더 나아가 "우파는 사실을 믿고 좌파는 사상을 믿는다... 우파는 진리를 믿고 좌파는 거짓을 믿는다... 좌파는 거짓을 좋아한다. 이 머리 뇌 구조 자체가 거짓을 좋아하는 시스템입니다"라며 정치적 대립을 종교적 선악 구도로 끌어올렸다.
정동수 목사는 또한 "대한민국 체제를 지키기 위해서... 우리가 이 일에 관여하고 열심히 하는 거다"라며 헌법적 절차인 탄핵심판을 마치 체제 전복 시도인 것처럼 호도했다. 한재석 목사 역시 "사법체계가 무너지지 않았습니까"라며 현 사법체계를 정면으로 부정했다.
왜 교회가 헌재 심판 불복의 선봉에 섰을까? 첫째, 전국적 교회 네트워크와 열성적 신도들은 즉각적인 정치 행동으로 전환될 수 있는 강력한 동원력을 제공한다. 둘째, 종교는 정치적 불복을 '신성한 저항'으로 포장할 수 있는 완벽한 수사적 도구다. 셋째, 보수 개신교계는 차별금지법 등 진보적 의제에 대한 위기의식으로 정치적 극단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이미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동 사태에서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 관계자들이 배후로 지목된 것처럼, 종교를 앞세운 정치적 극단주의는 실제 폭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나님의 뜻'이라는 방패 뒤에서 이뤄지는 이러한 움직임은 일반 정치 운동과 달리 도덕적 면책과 함께 강력한 파괴력을 갖는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행보가 민주주의 근간을 위협한다는 점이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헌정질서의 근간이며, 이에 대한 조직적 불복은 민주주의 체제 자체에 대한 도전이다. 현 체제를 전면 부정하는 이들의 움직임은 결국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로 예상되는 헌재의 탄핵심판 결과에 대한 조직적 불복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보인다.
종교는 사회의 갈등을 조정하고 화해를 모색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일부 교회들은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고 불복의 도화선을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는 종교의 본질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민주적 가치와 평화로운 공존을 위협하는 매우 위험한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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